한국에서는 뎀나의 새로운 구찌 컬렉션을 가장 먼저 입고 촬영한 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만큼 기분도 남달랐을 것 같아요.
- 영광이죠. 그간 뎀나는 워낙 재미있는 작품을 선보여왔잖아요. 개인적으로도 뎀나의 구찌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컸거든요. 전통에 기반을 두면서도, 새로운 걸 보여주는 디자이너니까요. 누가 되지 않게 잘해보자는 마음으로 촬영했습니다.
평소에 옷 잘 입는 걸로도 유명하죠. 매일 아침 입을 옷은 어떻게 골라요??
- 사실 매일 아침 출근할 때 입는 건 똑같아요. 검정 바지에 흰색 반소매 티셔츠, 그 위에 간단한 외투만 걸치고 출근합니다. 차에서 내리면 곧장 셰프 재킷으로 갈아입어야 하니까요. 평소에는 최대한 신경 안 써도 되는 옷으로 입는 편입니다. 어렸을 때는 조금 달랐죠. 워낙 힙합을 좋아하고, 스케이트보드도 탔거든요. 그때는 디자이너 브랜드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지금은 깔끔하게 입는 걸 선호하는 편이에요.
막연한 상상이지만, 구찌와 셰프복을 만든다면 어떤 모양일까요?
- 하나 만들어주시면 안 되나요?(웃음) 핏이 탁월하고 클래식하면서도 어딘가 세련된 느낌이면 좋겠어요. 뎀나가 수트도 정말 잘 만들잖아요. 셰프복도 수트와 마찬가지로 입었을 때 라인이 중요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근사한 디자인이 나오겠죠.
셰프님이 만든 음식을 보면서 수채화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앙리 마티스의 그림을 보고 야채 즙으로 완성한 요리도 있고요. 요즘 가장 관심을 쏟는 작가는 누구일지 궁금했어요.
- 웨스 앤더슨. 동화적으로 풀어내는 색감이 매우 좋아요. 최근에 책도 한 권 샀거든요. 〈Shoot Like Wes:A Practical Guide to Creating Your Own Wes Anderson Photography(웨스 앤더슨처럼 사진 찍는 법)>. 영화와 요리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셰프로서 감각은 항상 훈련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흑백요리사:요리 계급 전쟁 시즌2> 출연자를 통틀어 가장 큰 기대를 모았어요. 시즌1이 워낙 흥행했지만, 그럼에도 출연하기까지 고민이 컸을 것 같습니다.
- 고민은 정말 많았죠. 본업에 지장이 가는 게 가장 걱정이었어요. 저는 늘 주방을 지켜야 하는데 생각보다 촬영 스케줄이 많이 겹치지 않더라고요. 결과적으로 흑백요리사> 시즌1 덕분에 미식 업계가 다시 주목받기도 했고요. 그 분위기를 이어가야 된다는 생각으로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저 스스로도 도전해보고 싶었고요.
요리를 시작한 지 20년 정도 되잖아요. 그간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어요?
- 없었어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돌아갈 길이 없었던 거죠. 불평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거든요. 살면서 온전히 제 의지로 결정을 내리고 시작한 게 요리였어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도전한 거라 뒤늦게 '힘들어서 못하겠어요' 말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요. 사실 저는 요리를 늦게 시작한 편이에요. 유럽에서는 10대 때부터 요리를 시작하거든요. 그 콤플렉스가 원동력이 되었던 것도 같네요.
음식 하나를 만든 때도 수많은 선택이 필요하죠. 그때마다 내린 선택이 좋은 결정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 가만히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답은 항상 정해져있어요. 다만 외면하고 싶을 때가 있죠. 저는 '하고 싶은 것'과 '해야 될 것'이라고 표현하는데요. 하고 싶은 걸 하는 건 어렵지 않잖아요. 그래서 결정을 내릴 때는 늘 '해야 될 것'을 선택하는 편입니다. 팀원들에게도 자주하는 이야기예요.
셰프마다 '요리 잘한다'의 기준도 다를 것 같아요.
- 기본적으로 자신이 요리하고자 하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테크닉은 당연히 갖춰야 하고요. 감각적으로도 열려 있어야죠. 테크닉과 감각이 모여서 셰프만의 색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하거든요. 가장 중요한 건 독창성. 요즘은 레시피를 따라 하기 쉬워요. 지구 반대편에서 만드는 음식을 금방 따라 할 수 있는 시대거든요. 하지만 셰프라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되죠. 오랜 고민 끝에 나오는 독창성이 있어야 합니다.
독창성을 찾는 게 정말 어려울 것 같아요. 모범답안이 없으니까요. 그 문제는 매번 어떻게 해결해요?
- 지금도 어려워요. 처음 요리할 때는 자괴감에 빠져 살았어요. 다른 셰프들을 보면서 '이 사람은 이렇게 잘하는데, 왜 나는 못하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다만 지금은 맷집이 좋아졌달까요? 그 고민과 괴로움이 없으면 어떤 답도 구할 수 없으니까요. 셰프로서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시간을 벗어나진 못했지만 익숙해진 거죠.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저는 짜파게티도 겨우 끓이거든요. 요리는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요?
- 셰프로서 요리를 잘하려면 반복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요리할 때는 모든 과정의 이유를 고민하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짜파게티를 끓인다. 그럼 면을 처음부터 넣을지 물이 팔팔 끓을 때 넣을지, 스프는 물이 얼마나 남아 있을 때 넣어야 할지 등등. 그 모든 선택에는 나름 이유가 있어야 돼요. 그 이유를 고민하면서 요리하는 게 중요합니다.
요리사가 아니라면?
- '레시피대로 하시라.' 대부분은 포장지에 적힌 레시피가 가장 정확합니다.
문득 셰프님이 처음 파인 다이닝을 경험한 식당은 어디인지 궁금하네요.
- 시카고에 있는 레스토랑 스파이지아예요. 이탈리아 식당인데, 당시에 미쉐린 1스타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대학교에 다닐 때 한 번은 친구들이랑 시카고에 놀러갔어요. 오랜만에 옷도 차려입고 기분도 내보자 해서 갔던 식당인데,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네요. 네모난 테이블에 네 명이 앉았는데, 서버 네 명이 각각 의자를 잡아주더라고요. 당시에는 그게 너무 좋은 거예요. '이런 세상도 있구나'싶었죠. 아마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파인 다이닝에 대한 애정이 시작된 게.
대식가는 아니죠?
- 한 번 먹을 때는 많이 먹습니다.
얼마나…?
- 고기는 5인분까지 먹어요. 햄버거도 3개 정도 먹습니다.
셰프님에게는 '음식을 만드는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 중 무엇이 더 큰가요?
- 물론 먹는 즐거움도 큰데요. 음식을 만드는 즐거움이 훨씬 더 커요. 먹는 즐거움이 저만을 위한 거라면, 음식을 만드는 즐거움은 누군가를 위해서 노력할 때 얻을 수 있잖아요. 그만큼 책임감도 따르지만, 제게는 음식을 만들 때의 즐거움이 무엇보다도 큽니다.
셰프님을 보면서 요리사를 꿈꾸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반대로 처음 요리를 시작하던 손종원을 만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세요?
- 고생길이 훤하구나….(웃음) 마음 단단히 먹어. 하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있는 일이니 힘냈으면 좋겠다.
어떤 사람이 요리사가 어울릴까요?
- 당연한 이야기인데요. 정말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요리사가 되어야 해요.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 집요하면서도 아주 세밀한 부분에서 만족할 수 있는 사람. 사실 누군가에게 정말 별것 아닌 것에 목숨을 걸고 거기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요리사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셰프'는 어떤 셰프라고 생각하세요?
- 이것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좋은 셰프는 요리 잘하는 셰프겠죠. 타협하지 않는 셰프. 자기만의 세계관이 확고하게 정립된 셰프. 무엇보다 결과물로 다른 누군가를 설득할 수 있는 셰프가 좋은 셰프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오늘 퇴근 후 저녁 메뉴는?
- 딸기랑 블루베리. 냉장고에 사둔 게 있어서 오늘은 간단히 해결하려고 합니다.
오프에 뜬 잡지 받아쓰기 해온거라 오타있을 수 있음. 요미새 모먼트 많아서 좋다...
중학교때 친구가 같이 분당역에서 스케이트보드 탔다는 썰 적은 거 봤었는데 진짜 스케이트보드 탄 이야기도 있어서 반가웠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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