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20일 현대자동차 하청업체에서 화재가 발생해 노동자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화재 진압 중 다친 소방관을 포함해 부상자도 60여 명이다. 방탄소년단(BTS)이 서울 광화문에서 컴백 공연을 하기 하루 전의 일이다. BTS의 리더 알엠(RM)이 리허설 중 발목을 다쳐 본공연 안무에 제한이 있으리라는 기사는 포털의 메인 뉴스에, 스마트폰 뉴스 알림창에, 심지어 엘리베이터 안 미디어보드에까지 수백 회 보도됐으나 화재 소식은 단신에 그칠 뿐 집중 보도로 이어지지 않았다. 피해자의 신원확인이 늦어지며 가족들이 장례도 못 치르고 발만 동동 구른다는데 검색어를 입력하고 해당 기사를 굳이 찾아내야 그 소식을 알 수 있었다.
BTS 공연 몇 주 전부터 서울시는 일대에 큰 혼잡이 예상된다고 엄포를 놨고, 다수 시민은 이게 정말 이럴 일인가 하면서도 국격을 높인다니 거대 미디어 기업에 광장을 내주는 불편을 감수했다. 그렇게 BTS는 광장의 얼굴로 전세계에 소개됐지만 앞서 광장에 섰던 평범한 이들의 얼굴은 거의 보인 적이 없다. 더 많은 사람에게 절절하게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가로막혀 광장에 설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며 그들을 보여주는 미디어조차 별로 없다.
우리는 관객을 넘어 목격자가 돼야 한다. 관객은 누군가 보여주는 것만을 보지만 목격자는 현실을 직시하고 참과 거짓을 구별해낸다. 관객의 최선은 화면에 다 보이지 않는 정보를 유추하고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그치나, 목격자는 자신이 본 것을 증언함으로써 그것이 세상에 공식적으로 기입되기를 촉구한다. ‘스펙터클의 사회’를 사는 평범한 얼굴들의 절실한 과제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36/000005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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