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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플] [씨네플레이] 21세기 대군부인, 맛집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싱거운 이유 | 인스티즈](https://cdn.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26/05/05/16/7fadca81864ea0cab81957f7e0e71eb9.jpg)
맛집인 줄로만 알았다. 긴 웨이팅 끝에 겨우겨우 들어갔다. 사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음식이 나왔다. 근데 딱 거기까지였다. 한 번쯤 가볼 만은 한데, 또 가고 싶냐고 하면 글쎄. 치즈, 트러플, 투쁠 한우 등 무조건 맛있을 수밖에 없는 재료를 썼는데, 안 먹어도 그만, 먹어도 그만인 맛이었다. 그게 꼭 〈21세기 대군부인> 같다. 알면서도 속고 싶었다. 입헌군주제와 계약결혼 소재, 아이유와 변우석이라는 핫한 스타 배우, 거기에 ‘MBC 극본공모 당선작’이라는 타이틀까지.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일종의 ‘치트키’들을 다 쓰고도, 그다지 감흥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략) 드라마 속 성희주(아이유)는 욕망만 있고 결핍이 없다. 대개 결핍이 없는 욕망은 설득력을 얻기 힘든 법이다. 드라마가 ‘신분 타파 로맨스’를 표방한다면, 그 ‘신분’이 어떻게 인물에게 장벽이 되고, 인물은 그 장벽을 어떻게 부숴나가는지를 다뤄야 했다. 그러나, 성희주에게 평민에 서출이라는 사실은 그에게 큰 제약이 되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성희주는 ‘타고난’ 인물로만 보인다. 사생아이긴 하나 ‘캐슬그룹’의 자녀인 데다가, 이미 ‘캐슬뷰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성희주는 능력이 출중해 학교에서도, 가족 내에서도, 회사에서도 ‘더럽게 이기며’ 살아왔다고는 하나, 아무리 봐도 그가 그 자리까지 능력으로만 올라간 것 같지는 않아 보이니, ‘자수성가형’ 인재와는 거리가 멀다. 그저 남(예를 들면 홍보팀장)에게 못되게 구는 걸로 그가 가진 결핍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고작 이름뿐인 신분이 없어 놓친 기회가 수십”이라고 말하는 성희주에게 신분의 제약이란, 내진연에서 ‘품계’라는 서열에 따라 맨 뒤에 앉고, 맨 뒤에서 걸어야 하는, 딱 그 정도로만 묘사된다. 성희주는 그저 맨 앞에 서 있고 싶어 왕실에 입성하고 싶어 하는 걸까. 성희주가 정말 욕망으로 똘똘 뭉친 인물이라면, 계약결혼을 통해 자신이 얻는 이득이 있어야 하는데, 정작 그게 무엇인지 모호하다. 성희주가 그토록 원하던 캐슬그룹을 물려받는 것과, 이안대군(변우석)과 결혼하는 것은 전혀 무관한데 말이다. 성희주는 오빠 성태주(이재원)가 자신보다 더 좋은 기회를 얻는 이유로 “양반가에 장가 들어서 그런가”라며, 자신도 결혼을 통해 신분을 얻고 싶다고는 말하지만, 구체적인 장면이 없고 말만 있으니, 신분이라는 게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왕실이 주는 명예는 돈이나 땅으로 살 수 없다”는 민 총리(노상현)의 대사가 성희주의 동기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그럼 이제 이안대군을 보자. 이안대군은 더욱 반골이었어야만 했다. 지금보다 더욱, ‘사냥꾼’ 같았어야만 했고, 왕위에 오르고픈 욕망이 좌절되어 반항심으로만 똘똘 뭉친 인물이 되었어야만 했다. 그래야만 이안대군이 성희주의 청혼을 받아들인 이유가 납득이 된다. 이안대군은 충분한 능력이 있음에도 차남이라는 이유로 왕위에 오르지 못한 인물로 설정됐다. (애초에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인물로 그려지지도 않는다는 점은 일단 차치해두자.) 사실 이안대군은 성희주와 비슷한 결핍을 지닌 셈이다. 그렇다면 그는 더 삐딱해야 했다. 오로지 그의 사냥꾼과 같은 반골 기질로 인해 평민 출신 성희주와 혼인해 왕실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대비를 비롯한 세력에게 (성희주의 말을 빌리자면) “엿 먹이는” 전개가 되었어야 했다. 그래야 “내가 왕위에 오르고 싶다고 할 때 유일하게 나를 이해해 줄 사람”으로서 자신과 닮은, 성희주의 청혼을 받아들인 이유가 설명된다. 단지 탄일연에 철릭을 입었다는 것만으로, 이안대군의 ‘삐딱함’이 충분히 전달되지는 않는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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