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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가수 이승환씨의 콘서트를 공연 이틀 전 취소한 구미시 쪽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13단독 박남준 부장판사는 8일 이씨와 기획사 드림팩토리, 공연을 예매한 관객 100명이 구미시와 김장호 구미시장을 상대로 낸 2억5천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구미시가 이씨에게 3500만원, 드림팩토리에 7500만원, 공연 예매자 100명에게 각 15만원을 지급하라’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총 1억2500만원 규모다.
한겨레가 9일 입수한 이 사건 판결문을 보면 박 부장판사는 구미시가 위법한 서약서를 요구하였고, 이씨 쪽이 제시한 안전 대책을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은 채 공연장 대관을 취소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이씨의 공연을 취소한 구미시 조례 자체가 위법하다고 봤다.
■ 구미시의 위법한 서약서 요구
이씨는 데뷔 35주년을 맞아 2024년 12월25일 구미시에서 콘서트를 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이씨 쪽은 같은해 7월31일 구미문화예술회관을 대관했다. 순조롭게 준비되던 공연은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급제동이 걸렸다. 구미시는 같은해 12월20일 이씨 쪽에 안전인력 배치와 “정치적 선동 및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다”라는 서약서를 요구했다. 구미문화예술회관 사용 허가 조건에는 “정치적 선동, 종교의식, 저작권, 상행위 등 위반시 공연 및 행사 중에도 취소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씨 쪽도 이에 동의하고 2024년 7월 공연장 대관을 진행했다. 하지만 구미시가 대관 다섯달 뒤 갑자기 ‘정치적 오해 등 언행’ 등 내용을 추가해 서약서를 요구한 것이다.
이씨 쪽은 서약서 작성을 거부했다. 대신 2024년 12월21일 구미시에 공연장 내부에 경호원 및 운영원들을 추가 배치하고, 공연장 외부의 경우 경찰의 협조를 받아 사고 없이 콘서트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김장호 구미시장은 이틀 뒤인 12월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씨가 정치적 선동 및 오해를 살 수 있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하지 않아 이 사건 공연이 위험할 수 있다’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며 이씨의 콘서트 대관을 취소했다. 공연을 불과 이틀 남긴 시점이었다. 이에 이씨 등은 구미시와 김 시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박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구미시가 요구한 서약서 자체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서약서의 제출은 이 사건 허가조건에 포함되어 있던 것이 아니고, 이 사건 서약서 요구는 본래 이 사건 허가조건에 포함되어 있던 ‘정치적 선동’을 넘어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추가한 것”이라며 “이씨의 의도와 무관하게 상대방이 그릇되게 해석하거나 이해할 수 있는 정치적 표현까지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당 조항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더욱 제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같은 구미시의 조처는 “(이씨 쪽에) 새로운 의무를 부과한 것으로 행정기본법 제17조에 정한 사후부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사후부관은 행정행위가 완료된 이후 덧붙여지는 조건으로 특별한 사유나 상대의 동의가 없는 경우 위법이다.
박 부장판사는 한발 더 나아가 구미시가 공연 취소의 근거로 삼은 구미시 조례의 조항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구미시문화예술회관 운영조례 제9조 제1항 제6호는 “기타 시장이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사용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부장판사는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제정함에 있어 그 내용이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인 경우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하므로 법률의 위임 없이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을 정한 조례는 그 효력이 없다”라는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며 해당 조항은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임에도 “법률상 위임이 없어 위법한 조례로써 무효이다”라고 판단했다.
■ 이씨 쪽 안전 대책 검토 없이 대관 취소
박 부장판사는 구미시가 이씨 쪽에서 제출한 안전 대책을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도 판단했다. 구미시는 2024년 12월22일 밤 늦게 회의를 열어 이씨의 콘서트 대관 취소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참석한 구미시 문화예술과장은 이씨 쪽이 제출한 안전 대책을 담은 의견서 등을 보지 못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뱍 부장판사는 “(구미시는) 서약서 제출 대신 (이씨 쪽이) 제시한 조치로 이 사건 공연이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어떠한 검토를 하였는지에 관하여 별다른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구미시 공연 취소 4일 뒤 이씨가 공연한 김해시에서는) 이 사건 서약서 요구와 같은 요구를 하지 아니하였고 이씨 쪽에 경호인력을 요청하고 김해문화관광재단 직원을 주요공간에 배치하며 비상상황 대응을 위하여 김해시, 경찰서, 소방서 등과의 비상연락망 구축을 하는 조치를 취하고 공연을 진행하도록 하였다”며 “김해시에서의 공연은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구미시 쪽은 안전을 이유로 이씨의 대관을 취소했지만, 김해시처럼 안전 확보를 위한 실질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은 물론 이씨 쪽이 제시한 방안조차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박 부장판사는 구미시가 대관 취소하면서 이씨 쪽의 의견을 듣는 청문절차도 진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공유재산법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행정재산의 사용허가를 취소하려면 청문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미시는 재판에서 이씨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비상계엄을 반대하고 윤 전 대통령 탄핵을 환영하는 글을 올려 공연장 근처에 반대 집회가 예고되는 등 충돌 우려가 있는 급박한 상황 때문에 청문절차를 거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부장판사는 구미시가 늦어도 공연 닷새 전인 2024년 12월20일 이같은 위험을 인지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청문 절차를 실시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다고 판단했다.
■ 공연 예매자 손해도 인정
이번 판결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공연을 준비한 이씨와 드림팩토리 뿐 아니라 콘서트 예매자의 손해도 인정한 점이다. 박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공연 예매자들은 이 사건 공연이 취소되어 그 표값을 모두 환불받기는 하였으나 위 예매자들은 이 사건 공연이 취소되어 이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점, 이 사건 공연은 성탄절에 예정되었던 것인 점, 이 사건 공연은 그 직전인 이틀 전에 취소되어 예매자들이 성탄절에 세워둔 계획이 무산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 구미시는 이 사건 공연장 내부에서의 직접적인 물리적 충돌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 이 사건 사용허가를 취소하였는바, 이는 결국 위 예매자들이 물리적으로 충돌할 것이 우려된다는 것으로 이 사건 사용허가 취소의 원인을 위 예매자들에게 돌리는 듯한 것인 점” 등을 종합해 구미시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예매자 1인당 15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박 부장판사는 김장호 시장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박 부장판사는 “(김 시장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김 시장에게 (주의의무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거나 또는 거의 고의에 가깝게 현저히 주의를 결여하였다고 하기 어렵다”라고 봤다.
이씨 쪽은 대관 취소에 대한 구미시의 책임을 물은 이번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최종 결정권자인 김 시장의 책임을 묻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 사건을 대리한 임재성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한국사회의 표현의 자유, 공연의 자유에 대한 중요한 기준점을 세운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법률적으로) 1심에서 90%를 이겼다고 생각한다. 항소심에서 나머지 10%를 이기기 위해 김 시장에게까지 책임을 물을 증거를 모으겠다”라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구미시 쪽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겨레신문사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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