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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4.1%의 시청률로 출발해 뜨거운 입소문을 타더니, 최종화에서는 전국 11.8%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아름다운 유종의 미를 거둔 드라마가 있다. 희대의 조선 악녀 영혼이 씌어 ‘악질’해진 무명배우 ‘신서리’(임지연 분)와 자본주의의 괴물이라 불리는 악질 재벌 ‘차세계’(허남준 분)의 일촉즉발 전쟁 같은 판타지 로맨스를 그린 SBS 〈멋진 신세계>다. 신인 작가의 대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뚝심 있는 필력과 입체적인 캐릭터 구축으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강현주 작가와 서면으로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강 작가는 작품 속 인물들이 시청자들의 사랑 안에서 진짜 살아 숨 쉬는 듯했던 경험을 두고 “서리와 세계를 비롯한 인물들이 ‘멋한민국’이라는 곳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인물들을 살아있는 사람처럼 아끼고 마침표 이후의 이야기까지 상상해 준 시청자들을 향해 뭉클한 감사를 전했다.
〈멋진 신세계>가 국내외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았는데요, 소감은 어떠신가요.
〈멋진 신세계>를 집필하며 임했던 태도를 솔직하게 토로하면, 스스로 보고 싶은 서사와 인물을 마음껏 썼다는 것입니다. 감사하게도 이 이야기를 사랑해 주셔서 뭉클할 따름입니다. 신인 작가로서 계속 이렇게 이야기를 꾸려 나가도 되겠다는 신호를 받은 기분입니다. 마치 어두운 밤바다 위를 홀로 표류하다가 등대의 한 점 불빛을 만난 것처럼 안도가 됩니다. 이 빛을 따라가면 뭍으로 향할 수 있겠다는 작은 확신을 시청자분들께서 주셔서 감사합니다.
첫 방영부터 드덕(드라마 덕후)들에게 열띤 반응을 받았는데요, 가장 인상적이거나 기억에 남는 반응과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 작품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는 꾸준히 접했습니다. 굉장히 대중적인 이야기와 필체를 사용했다고 생각했는데, 드라마를 깊이 있게 해석해 주시는 이른바 ‘덕후’ 분들의 반응을 보며 감사하면서 신기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작가가 만든 설정과 인물들에 몰입하는 것을 넘어서, 작가가 구상했던 서사의 궤적은 물론 채택할까 고심했던 갈래들까지 다 되짚어주시는 것을 보고 솔직히 놀라움을 넘어 충격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사실 어떤 설정의 경우 서사로 보여드리려는 용도가 아니라 저만의 개연성으로 만들 때가 있는데, 그걸 다 찾아내시는 것을 보고 제 뇌 속이 들여다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작가인 저는 서리와 세계를 비롯한 인물들이 ‘멋한민국’이라는 곳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청자분들도 저와 같이 이 인물들을 사랑하고 살아있는 사람처럼 이야기해주시는 모습이 무엇보다 기쁘고 감사합니다. 저만큼이나 이 인물들을 떠나보내기 아쉬워하며 제가 찍은 마침표 이후의 이야기를 상상하고 만들어 주시는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멋진 신세계>의 인기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결국 모든 것은 사랑으로 귀결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가 포용력이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를 구원하는 기적 같은 이야기 안에서 사랑을 말하는 동시에, 보시는 분들이 삶을 긍정해 주시길 바랐습니다. 다만 가랑비에 옷 젖듯 느껴 주시길 바랐는데 시청자분들에게 가 닿은 것 같아 기쁩니다.
극 안에서도 사랑을 말하고 있지만, 이 극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또한 사랑이 충만했습니다. 대본의 결을 최대한 지켜주는 동시에 현장의 에너지를 더해주신 한태섭 감독님, 임지연·허남준을 비롯한 모든 배우님, 제가 일일이 알진 못하지만 진심을 다해준 모든 스태프 덕분입니다. 그분들이 의기투합해 만들어 낸 영상을 보면서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생각했습니다. 이 이야기와 인물을 절절히 사랑해 주신 게 느껴져서 마음이 울컥합니다.
또한 매주 본방송을 기다리며 함께 즐길 수 있는 지상파 플랫폼의 특성이 〈멋진 신세계>와 잘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놀라운 건 플랫폼 데스크 차원에서 단 한 번의 수정 요청도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그 신뢰가 신인 작가인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창작자가 자신의 색깔을 의심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도록 믿어주신 스튜디오S 홍성창 대표님과 조영광 CP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드라마를 사랑으로 지켜봐 주신 분들은 시청자분들입니다. 제가 스치듯 적어둔 의미들을 다 찾아 주시고 어느 순간 더 멋진 의미를 만들어주신 시청자분들이 〈멋진 신세계>를 아름답게 완성했다고 생각합니다.
〈멋진 신세계> 집필에 있어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드라마는 시대의 공기를 마시고 함께 숨 쉬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시대성과 현실성에 주안점을 두고자 노력했습니다. 판타지라는 장치를 통해 과거의 인물을 현대로 소환하는 서사가 자칫 공중에 붕 뜬 이야기가 될 수도 있기에, 최대한 개연성 있게 그려지길 바랐습니다. 이미 많은 선례가 있는 타임슬립물의 익숙한 통과의례들은 과감하게 건너뛰고 추진력을 살리는 데 집중했던 이유입니다. 이를테면 오프닝 시퀀스를 인물의 전생사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사약 씬으로 시작하거나, 현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코미디를 최대한 지양한 점이 그렇습니다. 서리라는 인물이 과거에서 왔으나 명민하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로 서사 위에 서는 것이 지금 시청자의 정서와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시에 이 인물이 시청자분들께 진짜 살아있는 사람처럼 다가가길 바랐습니다. 어떤 설정의 집합체라기보다 살아있는 인물로 스며들기 위해선 입체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중의 상남자, 누구보다 MZ한 조선여자, 불꽃처럼 타오르지만 내면엔 얼음조각을 숨긴 연약함. 이런 대치되는 지점이 인물을 사람답게 보이게 한다고 봤습니다. 사람이란 마주하는 사람에 따라 그리고 상황에 따라 부박하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합니다. 문도가 타인에게 비정하지만 아들에겐 애틋하듯, 이해타산만 따지는 것 같은 홍 대표가 서리의 아픔은 감춰줬듯이 말입니다. 이런 다면적인 모습을 녹여 인물들이 정말 어딘가 살아 숨 쉬고 있을 거라고 시청자분들이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종국에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봐주신 후 ‘그래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 하다’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했습니다. 사실 이는 시작부터 끝까지 인물과 서사로 끊임없이 이야기해왔습니다. 메시지나 주제라고 정의 내리고 싶진 않지만, 결국 그렇게 느껴 주십사 했습니다. 고통과 슬픔이 있기에 기쁨도 행복도 느킬 수 있는 생이란 값진 것이라고, ‘그러니 소중한 사람의 손을 잡고 이 삶을 살아가 보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집필하면서 제일 어렵다고 느낀 지점은 무엇이었으며,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셨나요.
집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신인작가로서 첫 작품이다 보니 시청자분들이 이 이야기를 어디까지 받아들여 주실까에 대한 예측이었습니다. 이야기의 정서가 대중예술로서 어디까지 수용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기에 고민하기도 했습니다만, 결국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뚝심 있게 그려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작가인 제가 제한된 상황 안에서 중심을 잡고 나아갈 수 있었던 건 역시 이 대본에 담긴 진심을 가장 알아봐 주시고 응원해 주신 한태섭 감독님 덕분입니다. 감독님과는 이 작품을 통해 일종의 전우애가 생긴 것 같습니다. 작가인 저를 믿고 대본을 사랑해주신 덕에, 마음껏 쓸 수 있었습니다.
임지연-허남준 배우의 캐스팅 이유와 촬영하면서 배우의 힘이라고 느낀 장면이나 캐릭터 성을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동화 속 악당 같은 두 사람이 만나 성장하고 서로를 구원하는 이야기를 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기획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악녀와 악남의 강렬한 이미지가 필수적이었는데, 임지연과 허남준 배우님이 그에 대한 정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작가 입장에서 놀라웠던 순간은 배우가 인물에 빙의했다는 생각이 들 때였습니다. 감정이 휘몰아치는 9부 옥상 엔딩 장면이나, 시청자분들 사이에서 '탕아 스타크'라고 회자됐던 장면 등 두 배우 매 순간 완벽한 몰입으로 수많은 명장면을 만들어주셨습니다. 그 진심 어린 열연 덕분에 인물들이 시청자분들께 이토록 큰 사랑과 응원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임지연-허남준 등 배우들과 함께 작업한 소감도 궁금합니다.
임지연 배우님은 이 드라마의 심장이자 동력이었습니다. 일단 임지연 배우님이 와 주셨기에 드라마가 엔진을 달고 출발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서리와 이 작품을 온 마음으로 사랑해 주셨습니다. 한겨울 강행군의 촬영이 진행되는 중에도 메신저로 장면 하나, 대사 한끝을 고민하며 작가의 생각을 물었습니다. 이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중 한 사람인데 이렇게 치열하고 진심이구나, 깊게 파고드는 모습에 작가로서 행복했습니다.
허남준 배우님은 로맨틱 코미디인 이 작품의 성패 그 자체였습니다. 차세계라는 캐릭터도 서리만큼 난도가 높은 인물인데, 그 복합적이고 변화무쌍한 매력을 정확히 조준하고 명중시켰습니다. 집에서 본방을 시청할 때 느낀 건 저 사람이 차세계란 배역에 빙의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런 눈빛과 표정은 연기로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것이어서, 허남준이 아닌 차세계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차세계를 아예 허남준의 것으로 만들었다고 봅니다. 첫 작품에서 이렇게 실력과 인품까지 완벽한 배우 두 분을 만난 것은 작가인 저에게 '오뉴월의 서리'와 같은 기적이었습니다. 신서리와 차세계를 가슴 깊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과 대사를 꼽으신다면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좋아하는 장면과 대사는 계속 바뀌는 것 같습니다만, 로맨틱 코미디 작가로서 제가 생각하는 사랑의 모양을 빚은 장면과 대사들이 떠오릅니다.
7부에서 위기에 휩싸인 차세계를 향해 서리가 달려가 건네는 "망가지면 망가진 대로, 부서지면 부서진 대로 괜찮다. 너와 함께하면"이라는 말, 그리고 8부에서 마치 그 화답처럼 차세계가 전하는 "네가 유일해 신서리. 그러니까 우리 둘만 있을 땐 이렇게 좀 철없어지는 거야. 빌어먹을 세상 따위 개나 줘버리고, 나랑 두근두근하자. 너도 내가 유일해라"라는 담담한 고백입니다. 그리고 제가 잊지 못할 장면은 역시 이 드라마의 종착역이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장면입니다. "힘없는 증표 대신, 온기가 필요하다고. 딱 한걸음 용기가 결국은, 살게 한다고. 살아내기만 하면 기어코, 오고야 만다고. 그리하여.. 어떤 세계가 그대 앞에 멋지게 펼쳐지고야 말 거라고.. 장담할게. 믿어도 좋아" 삶을 살다 보면 버거운 때가 찾아오고 어떨 땐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도 있을 겁니다. 고통과 슬픔 행복과 기쁨이 파도처럼 밀려들겠지만, ‘이 빌어먹을 세상을 그럼에도 우리 한번 살아보자’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기에, 이 엔딩 장면이 각별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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