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하게 기침이 났다. 내가 감기에 잘 걸리는 사람이 아닌데 말이지. 춥고 기침이 나길래 이러다 말겠지 뭐, 했던 게 원흉이었다.
야자 끝나고 집에 오자마자 뻗어 잤는데, 새벽에 숨이 안 쉬어지는 기분에 깼다. 목도 잔뜩 붓고, 코도 가득 막혀서는 입으로도 코로도 호흡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아무튼 그 나쁜 놈의 감기에게 내가 걸려버렸다. 코가 빨개져서는, 당장 산타를 위해 썰매를 끌어야 할 것 같은 지경에 이르렀다.
오늘 주말이라 동네 소아과 다 안여는데, 어쩌지.
고등학생이 왜 소아과를 찾느냐, 하면 사연이 조금 길다.
어렸을 때, 내과에 관한 안좋은 추억이 있다. 엄마가 감기몸살 때문에 내과에 가셔야 했고, 나는 집에 혼자 남기 싫어서 엄마 손을 잡고 나선 날이었다.
엄마의 진료가 끝나고, 나는, 나는 나는... 바로 그 자리를 박차고 다다다다 달려갔어야 했다.
병원 안에 있던 가습기가 너무 신기해서 와~ 하고 있던 도중, 엄마는 병원 한켠의 예방접종 안내문을 보았고,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주사실로 끌려 들어갔다.
그 공포스럽던 하얀 벽지와 내과 간호사들의 험악한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으으.
그 뒤로 나는 내과에 가지 못한다. 어렸을 때야, 소아과를 가면 되니까 아무 문제 없이 병원을 다녔지만, 문제는 중2때부터였다.
시커먼 남자애가, 뽀통령에 폴총리 가득한 핑크빛 소아과를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를 놀리지 않은 아이가 없었다.
특히 김태형은 유치원 때부터 나를 봐왔다며 박지민 소아과 말고 다른 병원 가는 건 보지도 못했다고 떠들고 다녔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었다. 내과의 '내'자만 보면 온 몸에 소름이 쫘악 돋았으니까.
내과 뿐만 아니라 그 때 맞은 주사 때문인지, 날카로운 물건도 무서워하기 시작했다. 이게 다 엄마 감기 몸살 때문이야.
아무튼, 그래서 엄마한테 물어보니까 그냥 약국가서 약 먹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정말 그래야 하나, 원래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인데, 진료도 받지 않고 약부터 받아버리면 안될 것 같은데, 하고 망설이는 사이,
엄마가 목에 스카프를 둘러주고 손에돈을 쥐어 주고는 문 밖으로 내쫓아 버렸다. 그래서 문 밖으로 나와버렸다. 이 더운 여름날, 목에는 엄마의 꽃무늬 스카프를 두르고선.
-
딸랑-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역시 약국은 시원하다.
내과의 흰 벽지를 무서워하니 약국은 어떻게 가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가 소아과를 간다고 해서 약국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흰색 벽지가 아무리 무서워도 약국은 어떻게든 견디는 수 밖에 없었다.
그 덕에 약국은 들어갈 때 조금 움찔하기는 해도, 이제는 심호흡 한 번 하면 들어갈 수 있다.
"저..."
문 열리는 소리가 났음에도 인기척이 없어서 사람이 없나, 했는데 의자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금발머리가 보였다.
이상하다, 여기는 늘 오던 약국인데, 평소에 계시던 푸짐이 약사님 (푸근하셔서 나는 그렇게 부른다)이 아니라 처음 보는 남정네가 앉아 있었다.
흰 가운은 입었고... 설마, 금발의 약사인가.
"저기.."
"..."
저기요, 하고 팔짱 끼고 자는 금발머리 흰 가운의 팔을 톡톡 치자, 고개는 그대로 둔 채로 눈을 사악, 치껴 뜨는 게, 진짜 무서웠다.
"저, 약 좀..."
"아, 무슨 약?"
약을 달라고 하니 그제서야 자신의 본분을 기억한 건가, 아, 하면서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났다.
흰 약사 가운에 파란색으로 민윤기, 라고 적혀 있었다. 민 약사님, 굉장히 무뚝뚝하신 것 같다.
"목에 스카프 보니까, 감기?"
"네, 종합감기약 하나만요"
"코도 막히는 것 같은데, 병원 가지 그랬어요"
아, 제가 사정이 있어서..하하, 하고 얼버무리자 민윤기 약사님은 아, 뭐. 하면서 약을 꺼내왔다.
"2000원"
여기요! 하고 꼬깃꼬깃한 파란 지폐를 내밀자 한 손으로 그걸 받아들고는 계산대가 아닌 제 주머니에 쏙 집어넣는 걸 보고 으엥? 하는 눈으로 쳐다보자,
그는 피식, 웃으며 자신이 앉아 있던 의자에 다시 앉았다.
"아, 안 떼먹어요"
"...아하하"
"귀찮아서 그래, 잘 가요"
"...아, 네"
"목 아프면, 꿀물 해서 먹으면 좀 풀릴거야"
네, 감사합니다. 하고 떨떠름히 웃으며 나가는 내 뒤로, 다시 팔짱 끼고 자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뭐지, 약사 아저씨. 이상한 사람이야.
-
사실 지민이의 소아과 처방전 비웃는 민윤기가 원 썰이었는데
그걸 풀기 위해서는 그 전에 한번 만나야 할 것 같아서 약사 윤기와 고딩 지민이의 첫만남부터 쪄왔어
발림포인트도 없고 지루하게 써져서 속이가 상한다 ㅠㅅㅠ 슙민 미안해.......사랑해..........
윤기랑 지민이 두번째 만나는 건 내일 쪄올게! 이상한 글 읽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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