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래 들으면서 봐주면 예뻐져요 *
* 긴글주의 똥글주의 *
* 꽁기함주의 *

‘ 뭐가 진짜에요, 아저씨는?
그 여자 앞에서 웃는 거랑, 나한테 웃어주는 거랑...
어느 쪽이 진심이에요? ’
보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그저 무언지 궁금했을 뿐 이었다. 그냥 모른 척하고 넘겼어야 했을까.
검은색 가죽가방에 고개를 내빼고 있던 순백의 청첩장은, 마찬가지로 하얗던 내 마음을 검게 물들여 놓았다.
처음엔 어쩌면, 모르는게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때에 알아 차리지 못했다면 난. 이렇게라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을까.
억지로 우리들의 추억을, 서로를 향한 마음을 꽉찬 책장 속에 구겨넣을 수 있었을까.
그것들이 다 찌부러질 때까지 말이다.
* * *
바닷바람이 꽤나 찼다. 아직 늦더위가 풀리지 않았을 텐데, 바다가 품고 있던 찬공기는
그대로 시리도록 내 뺨에 닿았다. 아저씨는 최근 몇일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나오라며 나를 불러놓고는 이곳저곳 돌아다니기만 할 뿐.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 청접장얘기조차도.
아저씨는 가끔씩 꽤 오랫동안 내 눈을 응시했지만, 평소처럼 다가오지는 않았다.
내가 무언가 말할라 치면 고개를 돌려버리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나도 말하기를 관둔 것 같다.
그저 자갈속에서 조개를 찾듯, 미세하게 변하는 그의 표정을 옅게 읽어내는 것이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였다.
" 아저씨 "
" 왜? "
괜히 먼저 말을 꺼냈다. 그 청첩장에 대해 알고있다는 걸 아저씨가 눈치채지 않길 바라면서 말이다.
바로 내일이 결혼식인데도, 말 한마디 꺼내지 않는 걸 보면
분명 내가 모르길 바라는 거라 생각했다.
" 저... 내일 오디션 있어서. 못만날 것 같아요. "
바지 뒷주머니에 허전한 손을 쑤셔넣으며 말했다. 물론 거짓말이다.
" 그래? 나도, 내일 바쁠 것 같았는데. 잘됐다. "
아저씨의 말을 들으니, 그 때에 보았던 청첩장이 떠올랐다. 하트무늬안에 내가 모르는 여자와
옷을 차려입고 수줍게 키스를 하던. 내가 모르는 이름과 당신의 이름이 엮여있는.
내 눈에는 하나도 곱지 않던 그 청첩장이···.
* * *
돌아오는 차안에서도 우리의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계속해서 표정을 살폈지만,
내일있을 결혼식에 대한 고민에 빠진건지 무엇인지는 눈치채지 못했다.
" 아저씨 궁금한게 있는데요. "
" 뭔데. "
솔직하게 말하려다 말았다. 빨간불인데도 나한테 눈길 한번 주지 않는 아저씨를 보자
그나마 정리가 됬고 용기내려던 것들이 다시금 엉켜버려서. " 아니에요. " 라고 얼버무렸다.
" 잘 할 수 있겠죠? "
" ···그럼. 이번엔 붙을거야. "
" 잘 할거라고 말해줘요. "
" 잘 할거야. "
나는 조심스레 안전벨트를 풀고 몸을 당겨, 무심히 답하던 그 입술에 내 입술을 비볐다.
밀어낼 줄 알았던 아저씨는, 핸들을 잡고 있던 그 손으로 내 목덜미를 쓸어내렸고,
일방적인 내 응석을 받아주는 듯 열린 내 입속으로 혀를 천천히 훑었다.
‘ 아저씨 내가 궁금했던건요. 내일 결혼을 하면, 장위안이 행복해지냐는 거에요. 아저씨는··· 잘 할 수 있겠죠? ’
* * *

그리고 다음 날은 당신이 알고 있을 내 오디션 날이었고, 내가 알고 있는 당신의 결혼식 날이었다.
괜찮을 거라며 꽤나 다짐했는데. 혼자서 정리해보겠다며 마음속의 책장을 억지로 걸어 잠궜는데.
책장은 추억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토해내었다.
무슨 정신으로 거길 갔었는지는 생각이 나질 않는다. 꼬깃한 청첩장 하나를 의지해서 기어이 거기까지 갔던 것 같다.
용기는 아니었다. 어쩌면 간절함이었던 걸지도···.
당신의 눈이 닿지않을 가장 구석진 곳에서 하얀 신부와 손을 잡고 있는 당신을 보며
울었던 것도 같다. 그럴 리 없겠지만 영화 속 얘기처럼 시간이 멈추길 바랬던 것도 같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당신은 식을 올렸고, 맹세의 키스를 맞았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헤어질 수밖에 없는 날이 올 거라는 걸.
멀리서부터 밀려오는 파도에 휩쓸려, 결국 다치게 될 거라는 걸.
그럼에도 파도에 맞섰던 것은,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아서 였지 않았나.
포개진 손 틈사이로 물 한방울 들어가지 않도록 꽉 잡고 있던 것이지 않았나.
하지만 당신이 내 손을 놓은 이유가, 내 눈을 가리기 위함이라면.
우리의 살 위로 파도가 알알이 흩어졌다.
‘ 장위안.
그 때에 나는, 기적처럼 시간이 멈추길 바랬던 것보다
어쩌면 당신의 행복을 더 바랬던 것 같아요.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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