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쿠안, 두 번째 키스
- 야! 거기 너!
새파랗게 어린 고딩놈이 집으로 들어가던 나를 불러세웠다. 물론, 평소의 나라면 뒤돌아보지 않았을테지만 늦은 밤, 한적한 동네에는 나밖에 없었다. 뒤를 돌아보니 보이는 건 교복을 입고 있는 고등학생 무리. 그리고 나를 불러세운건 꼴에 저 무리의 대장 쯤 되는지, 가운데 서서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아이였다. 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냥 궁금해서 뒤돌아 본 것 뿐. 그렇게 다시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다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야! 내 말이 말 같지 않냐? 하며 소리를 빽 지르는데 괜히 울컥해서 나도 모르게 그 녀석한테 걸어가고 있었다. 막상 앞에 서 보니 그 녀석은 생각보다 키가 컸다.
- 너 어디 학교야? 딱 보니까 동갑?
동갑은 개뿔. 아저씨다 이놈아. 어린놈이 담배를, 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 놈이 무서워서 말하지 못한 것은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었지만, 누가 봐도 나는 내 앞에 서서 나를 아니꼽게 바라보고 있는 저 녀석한테 쫄아있는 상태였다. 후드티 모자를 눌러쓰고 잠시 술만 사러 나온건데, 이런 놈한테 걸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대답을 하지 않고 서있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 녀석은 이내 내 손에 들려있던 술 봉지로 관심을 옮겼다. 어린놈이 무슨 술을 마시냐며 나를 비웃는데, 한 대 쥐어박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그리고, 내 후드티 주머니에 걸려있던 지폐를 마치 자기 것이라는 듯, 들어올렸다. 아, 내 배춧잎.
-
그 때 녀석을 만났던 것이 화근이었다. 이렇게 나를 졸졸 따라다닐 줄은 나도, 녀석도 몰랐을 것이다. 오늘도 역시 제 집이라는 듯 번호키를 누르고 들어와 내 쇼파에 가방을 제 가방을 던져놓았다. 그러고는 식탁 의자를 빼 앉았다. 내 뒷모습을 보는 게 뭐가 그리 재밌는지 웃음소리가 나에게까지 들려온다, 저 녀석, 아니 타쿠야는 첫 만남 때의 모습보다 순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 일이 있던 다음날, 옆집에서 나오는 나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 타쿠야는 친해지고 싶다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 우리 그 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아니 인연 맞나.
- 인연은 개뿔.
- 보아하니 너도 혼자 사는 것 같은데, 어디 학교냐?
- 학교 졸업한 지는 12년 정도 된 것 같은데?
내 나이를 듣고는 뒤로 자빠질 뻔 했다. 조금 과장해서. 그 이후로 매일매일 우리집에 들락날락거렸다. 하루는 학교를 빼먹고 왔길래, 한 번만 더 그러면 비밀번호를 바꾸겠다 협박했더니 이제는 꼬박꼬박 학교를 마치고 찾아온다. 생각보다 착해, 라고 흐뭇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내 귀를 의심하는 말을 한다.
- 여보, 오늘 밥은 뭐야?
저게 , 하면서 뒤로 돌아 숟가락을 던지려고 했는데, 내 허리를 감싸오는 타쿠야의 손은 그런 내 행동을 저지시키기 충분했다. 언제부터 내 뒤에 서있었는지, 내 허리를 감싼 것으로도 모자라 내 목에 얼굴을 묻는다. 타쿠야의 뜨거운 숨결에 괜히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 에, 왜 얼굴 빨개졌어요?
- 몰라! 저리가있어!
- 형 이런 거 좋아하는구나?
- 나 지금 손에 카, 칼 들고 있어!
빨개진 내 얼굴을 봤는지 능글맞게 웃는 타쿠야. 내가 민망해질 정도로 크게 웃는데 아주 저러다가 바닥을 굴러다닐 것 같다. 얼굴을 식히려 부채질을 하고 다시 요리에 집중하려는데 다 웃었는지 나긋한 목소리로 나를 다시 부른다. 이번에는 말을 더듬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며 고개를 돌리는 데 나를 기다리고 있던건 타쿠야의 웃음소리가 아니라,
- 김치찌개를 익히는 게 아니라 형 얼굴이 익겠네. 큭큭
살짝 닿았다 떨어지는 타쿠야의 입술이었다. 저도 민망한 지 내 허리를 감싸고 있던 손을 푸르고는 쇼파에 가서 다시 앉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어안이 벙벙해진 나는 왼손에는 칼, 오른손에는 국자를 들고 멍하니 타쿠야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발등에 칼 꽂히겠다는 타쿠야의 말에 흠칫, 하며 다시 보글보글 끓고 있는 김치찌개를 향해 몸을 돌렸다. 아무래도 가스레인지 위에서 끓고 있는 건 김치찌개가 아니라 내 마음인 것 같다.
저번에 타쿠안, 첫키스 썼는데 이어지게 쓰는 건 못하겠구...ㅎㅎ
두 번째 조각 들고왔어!! 봐줘서 고마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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