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동민이 현민에게 늘 사랑을 고백할 때면, 현민은 부드럽게 웃으며 검을 집어들었다. 검 싸움을 해요. 내가 이기면 형님은 조용히 물러가는 거고, 형님이 이기시면 형님은 날 평생 책임지는 걸로. 은은한 달빛 아래 늘 반복되는 그 말에 동민은 항상 쇠 검을 집어들어 현민에게 덤볐고, 동민은 단 한 번도 현민을 이길 수 없었다. 동민이 현민의 눈치를 살피며 현민의 뒤를 노릴 때면, 현민은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동민을 가볍게 막아냈다. 동민이 씁쓸하게 웃으며 패배를 선언한 후에야 현민은 그런 동민에게 기대어 동민을 위로했다. 오늘도 제가 이겼네요. 213승 무패. 킥킥대는 현민을 한 대 쥐어박은 장은 현민의 침실 앞까지 늘 그를 배웅했다. 잘 자. 옙. 형님도 주무세요. 현민이 잠을 자려고 자신의 침실로 들어가는 순간까지 동민은 현민을 눈에 담았다. 왕과 호위무사. 핏줄은 그들의 연에 문제되지 않았다. 제국과 제국 사이에 끼인 조그마한 왕국. 그 왕국 왕실의 직계 혈통인 동민은 몇 달 전 왕위를 물려받았다. 원하지 않았던 왕위를 받은 탓에 그는 무술도, 정세도, 정치도 파악하지 못한 채 왕이 되었다. 동민은 권력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왕좌 앞에 현민을 앉혀놓고 장기를 두는 것으로 보냈다. 물론 현민은 장기에서도 우세했다. 이를 못마땅히 여기는 귀족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반란을 일으켰고, 동민은 자신 혼자의 힘으로 그들 모두를 척살하여 입지를 다졌다. 조각같이 생긴것도 아니고, 키가 큰 것도 아니지만, 동민이라는 왕의 존재는 그 때부터 진정한 왕으로 칭송되어 불리기 시작했다. 최연소 호위무사 오현민. 오 년 전 불현듯 나타나 왕실 검술 대회의 우승을 차지한 붉은 머리의 소년은 16살이라는 나이로 순식간에 온 귀족가의 관심을 받았고, 소년은 곧바로 왕실 친위부대에 스카웃 되었다. 소년은 들판의 장미같았다. 초록빛으로 가득 찬 그 곳 혼자 빨갛게 물든 그를 모든 귀족들은 원했고, 자신을 원하는 그들을 보며 현민은 지금과 같이 검술 시합을 권했다. 현민을 이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지만, 그런 현민의 기개와 귀여운 외모를 높게 산 귀부인들에 의해 현민은 시도때도없이 납치의 위험속에 살아야 했다. 떼거지로 자신을 잡으러 오는 도적들을 쫓아낸 현민은 부상을 입었다. 자신이 계속 이렇게 살 수 있을까? 난 납치나 당하려고 우승을 한 것이 아닌데. 회의감이 현민을 감쌌다. 지쳐 풀밭에 누워있는 현민의 뒤로 사람의 인기척이 들렸고, 또 도적일까 싶어 단도를 꺼내들고 경계태세를 갖춘 현민의 앞에는 동민이 서있었다. 나와 같이 갈래? 동민이 현민에게 처음 꺼낸 말이었다. 현민이 단도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민은 아무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현민은 동민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요. 같이 가요. 자신을 향해 생글생글 웃는 동민의 손을 잡은 그 날 현민은 처음으로 이 길을 걷게 된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그렇게 친위부대가 되고, 왕의 직속 호위무사가 되어 갓 즉위한 파릇파릇한 왕을 호위하라는 명을 받은 현민이 응접실에서 본 왕은 바로 동민이었다. 그렇게 둘은 연을 맺었다. 장은 흙이었고, 현민은 물이었다. 현민을 향한 한 줌의 마음들은 파도를 이기지 못하고 모두 젖어 바다로 휩쓸려 내려가버렸다. 동민이 현민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깨달은 다음 동민은 매일매일 현민에게 마음을 쏟아부었고, 현민은 웃으며 그것들을 다 적셔버렸다. 흙의 잔해들은 모두 물 밑으로 가라앉아버린다는것을 동민은 알았다. 하지만 그는 현민을 포기하지 않았다. 모두가 자신을 무능력한 왕이라 비웃었을 때, 옆에 홀로 남아 비난과 고통을 대신 맞으며 자신을 지킨 존재. 현민의 존재는 마치 신과도 같았다. 현민이 없으면 자신도 존재하지 못한다. 내 마음속의 왕. 요정. 사람을 홀리는 악마. 나의 심장을 영원히 지배할 수 있는 단 한 사람. 동민은 현민을 굳게 믿었다. 넌 날 배신하지 않을 거지? 반란을 일으킨 귀족들을 처단한 그날, 동민은 자신이 제일 총애했던 귀족의 숨통을 제 손으로 끊었다. 동민은 슬픈 눈으로 현민을 바라보았다. 당연하죠. 저는 형님을 배신하지 않겠습니다. 말하며 동민을 껴안는 현민은 그 어느때보다 다정했다. 동민이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면 현민은 들의 장미를 꺾어 동민에게 주었다. 현민을 꼭 닮은 장미는 아주 붉고, 아름답고, 황홀했다. 가지고 싶어 꽉 쥘 때면 그것은 가시를 내보내 자신을 방어했다. 피가 나는 손으로 동민은 줄기를 더 세게 잡았다. 현민아, 너에 대한 나의 사랑은 이 정도야. 너를 가지고 싶어. 다가가기에 힘들다는걸 알기에, 동민은 가끔 장미를 꺾어다가 물병에 꽃아놓곤 했다. 현민이 보고싶을 때, 뒷 들판의 장미정원에 가면 그곳에는 꼭 현민이 있었다. 형님. 장미가 예뻐요. 현민이 미소지었다. 적발과 장미는 잘 어울렸다. 동민이 장미로 화관을 만들어 울퉁불퉁한 손으로 현민에게 씌웠고, 현민은 가시로 인해 상처난 동민의 손을 제 따뜻한 손으로 꽉 잡았다. 비록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둘은 그 어느때처럼 진심을 공유했다. 그날 밤 마지막 검술 시합에서 동민은 처음으로 현민을 이겼다. 현민의 허점으로 파고들어간 동민은 현민을 깔아뭉갰다. 내가 이겼네. 땅으로 엎어진 현민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동민은 현민의 빨간 입술에 입을 맞췄다. 일어나려 애쓰던 현민은 자신의 입에 파고드는 그 물체에 눈을 크게 떴다. 격렬한 혀놀림. 혀가 뽑힐 것 같았다. 동민의 혀가 현민의 입천장을 쓸었다. 곧 현민은 동민을 끌어안은 채 눈을 감고 그 키스를 받아들였다. 사랑해. 사랑해. 쉴 새없는 동민의 고백을 현민은 거부하지 않았다. 동민이 현민의 뒷목을 잡고 더욱 밀어붙였다. 동민의 움직임에 맞추는 현민은 어설펐지만, 그 안에 모든 감정을 담았다. 나의 모든 것을 가져요. 현민이 동민의 뒷덜미를 안고 끌어당겼다. 열정적이었다. 달빛 아래 둘만이 존재했던 그 곳에서 이미 사라져버린 황혼은 둘의 가슴속에 남아 불을 지피었다. 둘의 키스는 몇 시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밤 공기가 유난히 뜨거웠다. 그 날 따라, 황궁에는 사람이 없었다. 이미 와 있어야 할 신하들은 아무도 모이지 않았고, 텅 빈 알현실에서 동민은 혼자 황좌를 지켰다. 느낌이 이상했다. 시끌시끌했어야 할 황궁의 복도는 그 어느때보다 공허했고, 동민이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다급하게 문을 쾅 열고 들어온 황실 기사의 얼굴은 당황으로 가득했다. "폐하! 제국의 습격입니다!" 동민의 머릿속이 잠시 정지했다. 제국의 습격. 전쟁. 전쟁이다. 왜 진작 창문을 보지 않았을까. 훤히 뚫린 큰 창문 밖으로 온 나라는 불에 타들어갔고, 백성들은 그 속에서 울부짖으며 죽음을 거부했다. 온 거리에 피가 뿌려지고, 살려달라는 비명이 난무했다. 이럴 순 없었다. 아무리 제국이라도 이렇게 쉽게, 신호도 없이 황실 가까이까지 오진 못할 것이다. 대체 왜 이런거지? 동민은 아직까지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 때, 열린 문 밖에서 현민이 뛰어들어왔다. 현민도 예상하지 못한 듯, 방금 일어난것 같은 머리가 이리저리 뻗쳐있었다. 원래대로면 웃어야겠지만, 어떤 순간에도 침착했던 현민이 당황해 뛰쳐나온 것을 본 그 순간 동민은 사실을 받아들였다. 아, 난 곧 죽겠구나. "형님!! 괜찮으십니까??" 현민이 동민의 어깨를 붙잡고 동민을 살폈다. 동민이 멀쩡하다는 것을 확인하자 현민은 그제서 숨을 골랐다. 현민은 동민과 눈을 마주쳤다. 체념한 듯한 동민의 표정은 현민을 궤뚫었다. 감정섞인 그 눈망울에 현민의 눈동자가 흔들렸지만 현민은 내색하지 않았다. 이쪽에 탈출로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쪽으로 가세요. 동민의 눈초리를 애써 피한 현민이 손을 잡고 동민을 이끌었다. 동민은 손을 단번에 뿌리쳤다. 식은땀이 나는 손을 꽉 쥐었다. 그리고 뒷걸음질쳤다. 동민의 눈동자가 처음으로 흔들렸다. "너구나." 왕실에 스파이가 있었음은 예상하고 있었다. 옆 제국의 황제 김경훈. 그는 영특했다. 그라면 당연히 스파이를 보냈을 것이다. 스파이가 아니라면, 꽤나 튼튼했던 우리 왕국이 이렇게 하루아침에 무너질 방도가 없다. 스파이가 고위 간부라는것 쯤도 예상 가능했다. 왕실의 기밀을 다 캐낼 수 있있던 최고위직. 왕의 옆에 붙어 권력을 휘두르다 한순간에 자신의 주인을 잡아먹은 배신자. 하지만 그게 현민일 줄은 몰랐다. 모든 사람을 용의선상에 두었지만 동민은 현민만을 용의자로 두지 않았다. 앞서 말한 그 조건들을 모두 충족한 1순위가 현민이었지만 동민은 애써 그것을 외면했다. 그리고 그 생각을 하며 현민을 바라볼 때, 자신을 피하는 현민의 눈동자는 너무나도 흔들렸다. 지금처럼 감정의 속내를 보인 적이 단 한순간도 없었던 현민이라, 동민은 그제서야 현민이라고 확신했다. 물밀듯 배신감이 밀려들어왔다. 배신하지 않겠다고 했잖아. 언제나 내 편이라고 했잖아. 너는 날.. 동민이 현민을 바라보았다. 뒤로 밀쳐진 현민이 어리둥절하게 장을 바라보았다가 동민의 속을 눈치챈 듯 그제서야 표정을 바꿨다. 사악한 눈꼬리를 휘며 현민이 미소지었다. 그래요, 바로 나에요. 고백하는 현민의 목소리는 그 어느때보다 다정했다. 두 다리를 부들부들 떠는 동민을 향해 현민은 독설을 내뱉었다. 매번 같이 맞춰주느라 힘들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내가 정말 당신의 마음을 몰랐을 것 같습니까? 나는 당신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당신의 아버지가 몇 십 년전 잔인하게 죽인 영주. 그게 나의 아버지였어요. 현민은 마음 속 응어리를 내비췄다. 울 듯한 얼굴로 동민에게 쏘아붙였다. 당신의 마음을 가지고 놀고 싶었어. 그래서 무엇보다 잔인하게 죽이고 싶었어.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 현민이 말을 멈췄다. 동민은 벽을 지탱해 겨우겨우 섰다. 마음 속 감정이 폭풍우를 만난 듯 요동쳤다. 넌 날 배신했다. 사실 날 전부 가지고 놀고 있었다. 배신자의 말로는 처단. 동민은 그 말을 모토로 삼고 있었다. 오현민을 죽여야 해. 그를 죽이고 싶다. 내가 사랑한 배신자를 나의 손으로 죽여야만 한다. 현민의 후회하는 표정을 보고, 현민이 살려달라 비는 꼴을 보고, 현민의 목을.. 아니, 난 오현민을 죽일 수 없다. 세상이 무너져도 난 그만은 어찌할 수 없다. 황좌에 숨겨진 단도를 꺼내려던 동민이 체념했다. 넌 날 죽일 것이고, 사랑하는 너의 의견에 나는 따를 것이다. 동민의 온 몸에 힘이 빠졌다. 현민을 위해서면, 기꺼이 죽어줄 수 있다. 동민이 몸에 힘을 뺐다. 그제서야 진정한 현민은 숨을 몰아쉬며 매일 밤 대결에 쓰였던 검 한 자루를 쁩아 동민의 앞에 내던졌다. "형님에게 기회를 드릴게요." 현민이 웃음을 찾았다. 떨리는 목소리로 현민은 검 한 자루를 뽑아 동민에게 겨누었다. "형님이 이기시면, 저를 마음대로 하세요. 제가 이긴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형님을 죽이겠습니다." 현민이 천천히 동민에게 다가왔다. 동민은 검을 집었다. 무언의 수락이었다. 황궁 밖 마을에서 터지는 폭탄 소리가 목숨을 건 내기의 시작을 알렸다. 현민이 동민에게 달려들었다. 둘은 치열했다. 쇠끼리 카랑카랑 맞부딪히는 소리가 공기를 타고 울려퍼졌다. 방어, 반격, 방어. 둘의 내기는 계속되었다. 끝이 나지 않았다. 현민은 알고 있었다. 자신은 동민을 이길 수 없다. 이 날을 대비한 몇 백 번의 대련으로 동민은 현민에 대해 모두 알고 있었다. 잠깐 멈칫한 현민의 뒤엔 동민이 있었다. 현민이 돌아서서 방어하기도 전에, 허공을 가른 칼날은 순식간에 현민을 궤뚫었다. 피가 사방으로 튀며 현민이 고꾸라졌다. 동민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지 못했다. 동민이 현민에게 당할 때면 동민은 아무런 상처 하나 나지 않았고, 그래서 그는 지금까지 그 검이 가검이라 믿어 왔다. 이 검이 진검이었다면, 자신이 현민에게 키스한 그 날 밤에도 현민은 많이 다쳤을 것이었다. 오직 자신만 그것을 알지 못했다. 쇠의 날카로운 표면에 손을 갖다대기만 해도 손이 베이는 검이라는 걸 동민은 방금 알았다. 칼을 떨어트린 손이 떨렸다. 현민을 밀어 넘어트리려고 했다. 현민의 위에 올라타 키스를 하고, 둘이 사이좋게 도망간 뒤 숨어 지내자고 말하려고 했다. 동민은 마지막까지 행복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질 수 없는 연의 무리한 행복은 결국 비극으로 돌아왔다. 현민이 피를 토했다. 동민이 털썩 주저앉아 무너진 현민을 안아들었다. 현민의 입 주위가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동민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현민은 끝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목소리가 떨렸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하게 해준댔잖아..." 동민이 울었다. 현민의 머리카락에 동민의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현민아. 덜덜 떨리는 손으로 동민은 자신의 옷을 찢어 현민의 상처에 갖다대었다. 송골송골 맺힌 땀에 현민은 힘들게 말을 내뱉었다. "배신해서 죄송합니다 형님." 현민이 웃었다. 현민의 목에서 쇳소리가 났다. 동민의 하얀 옷은 현민의 피에 잠겨 붉게 변한지 오래였다. 피칠갑이 된 손으로 현민은 동민의 눈물을 닦았다. 바보 같아요. 왜 울고 그래요. 동민의 뜨거운 눈물이 현민의 손에 떨어졌다. 현민이 말을 이었다. "저는 기폭제에요. 제가 죽고난 뒤 십 분 후에 왕궁에 설치된 모든 폭탄이 터져요." 그 안에 도망가세요. 장난스레 말하는 현민의 얼굴을 동민이 끌어안았다. 싫어. 안 갈 거다. 널 두고 나 혼자 어디로 가란 말이야.... 동민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현민이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장미꽃 한 송이와 종이 한 장. 종이에는 어디론가 향하는 약도와 구깃구깃해진 화폐 몇 장이 들어있었다. 동민은 숨을 삼켰다. 약도에 표시된 이 곳은, 동민이 언젠가 같이 살자며 내뱉은 그 장소였다. 동민은 흐느꼈다. 관심 없는 척 하더니, 넌 다 알고 있었구나. 그 자리에 이미 집이 있대서 실망했는데, 네가 날 위해 지어 놓은 거구나. 현민은 저를 사랑했다. 그것을 동민은 너무나 늦게 눈치챘다. 현민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눈을 뜰 힘도 없었지만 간신히 한 마디씩 말을 내뱉었다. 동민 형님. 처음으로 불러준 저의 본명에 동민이 떨리는 손으로 현민의 입술을 더듬었다. 아무도 모르게 지은 집이에요. 누구도 찾지 못할 겁니다. 비록 제가 죽을 운명이었지만.. "형님에게서..형님을 위해서 죽을 수 있어서 기뻐요." 사랑해. 사랑했어요. 갈라진 목소리로 현민이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동민의 볼을 쓰다듬던 손이 힘없이 축 늘어졌다. 온기 없는 손을 붙잡고 동민은 오열했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말이 허공에 흩어졌다. 들어줄 사람 없는 그 말을 동민은 계속 내뱉었다. 나의 천사. 나의 악마. 내 희망. 내 절망. 모든 것을 안고 현민은 숨을 거두었다. 오현민, 오현민. 오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현민은 동민의 이름을 불렀다. 나는 이렇게 많이 불러줄 수 있는데, 왜 나에게 오지 않아? 동민의 눈물에 희석된 현민의 피가 현민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식어버린 현민의 입술에 동민이 입술을 맞댔다. 두 번째의 키스. 이미 죽어버린 키스. 미동없는 현민의 혀에 동민의 혀가 얽혔다. 핏물이 동민의 입으로 흘러들어와 비릿한 내가 났다. 동민은 개의치 않았다. 동민의 볼이 현민이 흘린 차가운 눈물에 닿았다. 한줌의 흙은 쌓이고 쌓여 결국 물을 담는 둑을 만들어냈다. 꽃은 꽃들 사이에서 죽어야지. 동민이 현민이 준 장미꽃잎을 현민에게 뿌렸다. 붉디 붉은 사랑의 화신은 동민을 위해 죽었다. 동민에겐 속죄뿐이 남았다. 자신이 현민에게 할 수 있는 속죄는 보란 듯이 잘 사는 것이다. 동민은 온 힘을 쥐어짜 일어났다. 현민이 죽은지 8분. 2분 후면 왕궁은 사라진다. 현민이 알려준 약도로는 1분 안에 모든 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약도를 그리기 위해 온 지역을 헤맸을 현민을 생각하며 동민은 웃었다. 현민아, 내가 꼭 김경훈을 죽일 것이다. 너를 죽음의 고비로 몬 나이지만, 나를 위해 죽어주었던 너이기 때문에 나는 살아 이곳에 존재한다. 널 이곳으로 내몰았던 김경훈을 꼭 쓰러트리고 올게. 내 온 힘을 다해 그를 죽이고 너의 복수를 해줄게. 죽어있는 현민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은 후 동민은 탈출했다. 깊은 숲 속 사이에서 왕궁이 폭발하는 것이 보였다. 아무도 자신을 찾지 못할 것이다. 이제 최후의 결전만이 남았다. 내 육신이 부서진다 해도 오직 너를 위해. 현민아. 나의 현민아. 동민이 이름을 되뇌었다. 꽃잎이 없는 장미의 잔줄기를 동민은 흙 속에 묻었다. 너를 잊었지만, 너를 기억하며 살게. 높디 높은 하늘에 대고 동민은 웃었다. 나를 위해 그 곳에서도 붉게 빛나다오. 현민아. 하늘이 푸르렀다. 무심코 생각난 썰인데 즌3즌4 장오 상황이랑 잘 맞는 것 같아서 쪄봤어!!!! 갓동민은 이제 찌와 맞붙으러 가겠지...ㅋㅋ 더 애절한 분위기를 표현하고 싶었지만 손이 거지손이라 뜻대로 되지 않아따... 비루한 필력이지만 재밌게 읽어줘! 어제 햄찌 탈락하고 쓰면서 운 글이거든...ㅋㅋ 반응 없으면 지울게ㅡU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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