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티즈앱 '형 저 어떡해요?'
현민에게서 받은 뜻밖의 문자는 유현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평소 자립심이 강한 성격이라 고민을 털어놓는 법이 없었던 현민이기에 유현은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 지금 ㅇㅇ카페로 나와'
유현은 일단 문자를 보내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침대에 널브러져 있는 가디건을 대충 걸치고 지갑과 휴대폰을 아무렇게나 쑤셔 넣은 유현은 현관으로 향했다.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나선유현 앞에 현민이 울상인 얼굴로 서있었다.
"아 깜짝이야 카페에서 보기로 했잖아"
"형 저 어떡하죠?"
"일단 어디라도 가서 얘기해"
"형 저 남자 좋아하는 거 같아요"
"아 알겠으니ㄲ.. 뭐?"
"형 저 어떡해요 남자 좋아하나 봐요"
현민의 눈에는 금세 눈물이 맺혔다.
"울지 마 현민아 응?"
"형 진짜 어떡해요"
유현은 주위를 둘러보고 우는 현민의 손목을 잡고 집으로 들어가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힌 후 방에 들어가 가디건을 벗어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다시 거실로 나갔다.
"기다려 물 갖다줄게"
"괜찮아요. 괜찮으니까 제 말 좀 들어줄래요?"
유현은 현민의 옆에 앉았다.
"현민아 남자 좋아한다는 게 무슨 말이야?"
"저 남자 좋아하는 거 같아요"
"혹시 너가 좋아하는 남자가 누군지 물어봐도 될까?"
"..."
"혹시 경훈이야?"
"... 네"
평소 친하게 지내면서 싸우기도 많이 했던 둘이기에 현민이의 대답이 유현은 혼란스러웠다.
"형 저 경훈이 형 좋아하는 거요 경훈이 형한테 말하면 안 돼요"
"알겠어 말 안 해 근데 언제부터 좋아한 거야?"
"모르겠어요 근데 좋아한다고 느낀 건 일주일 쯤 됐어요"
"그랬구나"
"경훈이 형은 제가 좋아하는 걸 알면 절 피하겠죠?"
"경훈이 어떤 점이 좋아?"
"경훈이형이요? 다 좋은데..."
유현의 질문에 현민의 표정은 한순간에 밝아졌다.
"경훈이 형이 가끔 저한테 존댓말 쓸 때가 있는데 그게 너무 좋아요 그리고 차 타고 저 데리러 왔을 때 조수석 창문만 내리고 저한테 웃어주는 것도 좋고요 그냥 좋아요 경훈이 형이"
처음에 당황스러움은 사라지고 자기의 질문에 어린아이처럼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현민이 유현은 그저 귀여울 뿐이었다.
"형 저 앞으로 형한테 이렇게 상담해도 돼요?"
"응"
"정말요 저 형만 믿을게요!"
그때 유현의 전화가 울렸다.
"현민아 나 잠깐 전화 좀 받고 올게"
"네"
유현은 방으로 향하면서 핸드폰 액정에 뜬 발신자의 이름을 확인했다. 경훈이었다.
"어 왜"
'야 뭐 하냐'
"나 바쁨 수고"
'야 너 한가하잖아'
"전혀 끊는다"
'나 지금 너네 집 앞 포장마차거든? 나와'
"야 나 바쁘다ㄱ.."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끊긴 전화에 유현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침대 위에 있는 가디건을 챙겨 거실로 나갔다.
"현민아 미안한데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겨서 나 먼저 나가볼 테니까 좀 쉬다가"
"네"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
현민에게 짧은 인사름 건넨 유현은 현관으로가 슬리퍼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 집 앞 포장마차에 들어가 경훈을 찾아보니 이미 경훈의 앞에 있는 테이블 위에는 빈 소주 병들이 있었고, 경훈은 취할 대로 취해있었다. 유현은 다시 한번 한숨을 쉬었고 그런 유현을 발견한 경훈은 웃으면서 달려와 유현을 와락 안았다
"놔라"
"아앙 유현아!!"
"놔 명치 때리기 전에"
"아잉"
"나 갈래"
유현은 경훈의 품에서 빠져나와 뒤를 돌아서 포장마차의 출구로 향했을 땐 이미 경훈에 세 손목이 잡힌 후였다.
"야 나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그냥 평소처럼 술주정 부리려고 부른 줄 알았던 유현은 뜻밖의 경훈의 고백에 놀랐다.
"뭐?"
"생겼다고 좋아하는 사람"
"넌 또 뭔데"
유현은 머리가 아팠다. 방금까지 현민의 고백에 충격을 받은 지얼마 지나지 않아 경훈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유현은 남의 연애상담 때문에 머리가 아파야 하는 상황이 야속하기만 했다. 일단 유현은 경훈을 앉히고 맞은편에 앉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너도 아는 사람이야"
"어 누군데"
"너 알면 깜짝 놀랄걸?"
"어 누구냐고"
"현민이"
"어.. 뭐?!"
"놀랐지? 내가 남자를 좋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냐 근데 내가 좋아하는 거 현민이가 알면 충격받겠지?"
"글쎄"
"내가 남자 좋아한다고 징그럽게 생각하겠지?"
"그건 아ㄴ"
"그냥 숨기고 있을 거야 그래야 내 옆에 있어줄 거 같으니까"
유현은 머리가 더 아파졌다. 어떻게 둘이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참 답답하게 느껴졌다. 유현은 경훈을 바라봤다. 이미 취한 상태였지만 경훈은 계속해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야 그만 마셔"
"말하지 마"
"뭘"
"현민이한테 말하지ㅁ"
경훈은 취한 나머지 테이블 위로 쓰러졌다. 유현은 이대로 가다간 이 둘 사이에 껴서 더욱 힘들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한참을 쓰러진 경훈의 정수리를 보던 유현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철컥-
'여보세요'
"현민아 우리 집 앞 포장마차로 와줄래?"
'지금요? 근데 왜요?'
"여기 너가 좋아하는 사람이 술 먹고 뻗었는데 나 혼자는 못 옮길 거 같아"
'경훈이 형이 거기 있어요? 금방 갈게요'
"어 빨리 와"
전화를 끊은지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현민이 포장마차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유현이 형!"
"어 현민아 나 계산하고 올 테니까 얘 좀 깨우고 있어"
"경훈이 형 일어나요 내가 술 많이 먹지 말랬지"
"어? 현민이네?"
"요즘 안 먹다가 또 왜 먹어"
"미안 미안 고민 상담을 하고 싶은데 용기가 없어서"
"그 정도 먹었으면 용기 생겼겠네 말해 현민이한테 할 말 있잖아"
어느새 유현은 계산을 마치고 와있었다.
"야"
"말하라고 김경훈 지금 현민이한테"
"야 너 내ㄱ"
"지금 현민이한테 나 너 좋아한다 넌 나 어떠냐 이렇게 말하라고 사람 답답하게 하지 말고"
"야!"
"그게 무슨 말이에요 유현이 형?"
"나원래 이런 말 하는 사람이 아닌데 너네가 너무 답답해서 그런다 왜!"
"경훈이 형 나 좋아해요?"
"... 어"
"저도요"
"어?"
"저도 좋아한다고요"
"진짜?"
"진작에 이랬으면 좋잖아 나 먼저 간다 나머지는 너희들이 알아서 해"
유현이 나간 자리에는 약간의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을 깬 건다름 아닌 유현이었다.
"아 미안 폰을 두고 가서 둘이서 좋은 시간 보내라"
유현이 다시 나가고 경훈과 현민은 누가 먼저랄 새도 없이 웃음이 터졌다.
"형 진짜 나 좋아해요?"
"응"
"언제부터?"
"며칠 전부터. 너는?"
"저도요 좋아해요 경훈이 형"
"사랑해"
"나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