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밑에 다른 갓이 쓴 설정을 기반으로 허락을 받고 쓴 것임을 알립니다 쓰니갓 고마워!
조선시대 최고 인재들이 모이는 성균관. 호조판서 댁 외동아들인 김경훈은 스물여섯의 나이로 성균에 들어와 올해로 스물여덟이 되는 아주 비상한 사내였다. 보통 성균관에 입학하는 유생들의 나이는 서른이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그 이유는 입학시험이 워낙 까다롭기도 하거니와 워낙 소수의 인원만 뽑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자타공인 연습 벌레인 김경훈은 잠결에도 읊을 수 있을 정도로 소학을 읽고 오경을 달달 외워 스물여섯이라는 많지 않은 나이에도 당당히 생원으로 성균관에 입학했다. 그는 단번에 유명인사로 떠올랐다. 스물여섯 먹은 호조판서의 아들, 성균관 입학! 금수저가 따로 없었다. 경훈은 그런 관심을 즐겼다.
그런데 올해, 정말 조선 전체가 뒤집어질 만한 일이 하나 생겼다. 생원 진사로 입학한 정규생 중에 스물한 살 먹은 사내가 있다는 소식이었다. 그 얘길 전해 들었을 때 경훈은 기절하는 줄 알았다. 스물하나가 성균관에? 잘못 안 거 아니야? 서른하나겠지. 하지만 경훈의 바람은 그 사내의 얼굴을 직접 확인하고 나서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그것은 필시 스물하나의 얼굴이었다. 아직 어린 티를 벗지 못한 볼살에 총기가 가득한 눈빛이나 헐렁한 듯한 도포자락, 그 모든 것이 나는 스물하나요! 하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경훈은 그가 왕의 총애를 받는 집안 자식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사내가 그냥 평범한 집안의 아이라는 것이었다. 그 이후로 경훈은 낮에 잠깐 보았던 사내의 모습에 도통 잠이 오질 않았다. 가슴속에서 피어오르는 감정은 질투심이 아니라, 호기심이었다.
어이, 이봐. 오현민이!
어딜 그렇게 바삐 가는가??? 그 후로 경훈은 현민을 줄기차게 쫓아다녔다. 성균관을 구경시켜 주겠다며 굳이 여기저기를 끌고 다니기도 하고, 건물 명칭도 하나하나 알려 주면서 선배랍시고 선임 노릇을 했다. 처음에는 그를 부담스러워하던 현민도 그가 나쁜 감정에서 이러는 것이 아니란 걸 알고 난 후로는 크게 경계를 하지 않았다. 게다가 말만 잘 하는 줄 알았더니 제법 소문난 수재에 알고 보니 호조판서의 아들이라는 게 아닌가. 결론적으로 가까이 두어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한 현민이었다.
사형, 목소리 좀 낮추십시오. 새들이 다 놀라 달아나겠습니다. 왜 그리 부르십니까?
아이, 내가 우리 동생 좀 보겠다는데. 그깟 새들이 다 무엇인가? 보자아, 보아하니 존경각에 가는 모양이구만?
같이 갑세! 나도 빌려야 하는 책이 있네. 경훈은 실실 웃으며 자기보다 한참 작은 현민을 품에 안 듯이 어깨동무를 하곤 발걸음을 옮겼다. 진짜 사형을 누가 말리겠습니까. 중얼거리던 현민도 한숨을 폭 쉬곤 보폭을 맞추었다.
그날 밤, 침상에 든 경훈은 잠이 오지 않아 말똥거리는 눈을 깜빡였다. 현민과 어울리는 날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자꾸 형언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제법 친해져서 싫은 소리도 하고 장난도 치는 현민이었지만 경훈은 기분이 이상했다. 안 보면 보고 싶고 눈앞에 없으면 계속 아른거리고, 그러다가 가끔 현민이 자기를 건드리기라도 하면 소스라치게 놀라곤 하는 것이었다. 왜지? 대체 왜? 한참을 뒤척이던 경훈은 불현 듯 무슨 생각을 하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서얼마. 이 감정은…… 사랑?
그리고 둘은 한동안 만나지 못 했다. 시험기간이 다가온 탓에 공부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경훈은 이따금 현민을 보러가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으나 참기로 했다. 빨리 관시에도 응시해야 하고, 그러려면 원점 300점을 취득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마지막 시험을 치루고 나서야 경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서재로 향했다. 이따 현민이를 보러 동재에나 들러야지. 그렇게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가는 길목에 건물 뒤편에서 속닥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그런 속닥임을 경훈이 놓칠 리 없었다. 경훈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 하고 가까이 다가가 귀를 기울였다.
아, 어쩐지. 좀 곱상~ 하게 생긴 게 사내 같진 않았소. 계집인 게 분명하다니까?
내가 방금 뭘 들은 거지? 사내로 변장한 계집이 성균관에 있다고? 경훈은 침을 꼴깍 삼켰다.
맞네, 맞아. 손도 조그마한 게. 나이가 들면 풍채가 사내들만 못 할 테니 빨리 입학을 한 것이 분명하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공부만 죽어라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소?
아무튼, 이 오현민이…… 내 한번 지켜봐야겠소.
아니 근데, 목소리 좀 낮추시오!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익숙한 이름이 귀에 박히자마자 경훈은 숨을 헉, 들이켰다. 오현민? 내가 아는 그 오현민? 오 맙소사. 경훈은 자신이 이야기를 엿들었다는 사실을 들키기 전에 얼른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빠른 걸음으로 서재에 들어와 숨을 돌리고 나서야 멈췄던 머리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현민이가 계집이라고? 혼란스러움에 방바닥을 뒹굴던 경훈은 잠깐만, 하고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렇구나!
그래서 내가 현민이를 좋아하게 된 거야. 계집이라서!
어쩐지, 가슴이 막 설레더라니. 여자라 그런 거구나. 스스로 납득을 하며 경훈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맞네. 그렇게 자기 합리화를 마친 경훈은 현민을 마음껏 좋아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것 같아 왠지 기분이 좋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현민의 처지가 딱하기도 했다. 사내만 득실거리는 성균관에서 혼자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꼬. 어디 고민을 털어놓을 데도 없이 밤마다 앓았을 모습을 생각하니 경훈은 자신의 마음이 미어지는 것 마냥 아팠다. 그러면서도 현민이 사내인 줄 아는 다른 사내들과 한 방을 쓴다는 것이 내심 불편했다. 그 자식들이 현민이가 계집이라는 걸 눈치 채면 어떡하지? 그럼 안 되는데! 지금 당장 현민이를 만나러 가야겠다. 경훈은 벌떡 일어나 동재로 향했다.
그 시각 현민은 시험지를 제출하며 스승께 칭찬을 받고 기분 좋게 방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이미 첫 날 본 시험은 결과가 나왔다. 일등이었다. 성균관에 들어와 처음 본 시험이라 내심 걱정을 했었는데 첫단추가 잘 꿰어져 기분이 좋다. 시험이 끝났으니 그동안 못 읽은 책이나 읽어야지. 경훈 사형은 시험 잘 보셨으려나…….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기는데 저 멀리서 성큼성큼 다가오는 경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양반은 아니구나. 그래도 오랜만에 본 얼굴이 반가워서 손을 흔들려는데 경훈은 갑자기 다가오더니 현민을 꼭 끌어안았다. 잉? 현민은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왜 말하지 않았느냐!
내가 너에게, 그 정도도 안 되었느냐? 경훈은 현민의 어깨를 붙잡고 그를 내려다보았다. 예?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 현민은 그저 멍하니 경훈을 올려다 볼 뿐이었다. 내가 일등 한 거 말인가? 그걸 얘기해야 되는 건가…? 눈을 깜빡이며 경훈을 쳐다보던 현민은 금방이라도 울 듯한 경훈의 표정에 일단 사과를 건넸다. 어……. 미, 미안합니다. 그것은 설마설마하던 경훈의 마음에 큰 확신을 심어 주었다.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느냐……. 울먹이며 다시 자신을 품에 안는 경훈을 보며 현민은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일단 그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괜찮지 않다! 앞으로는 무슨 일이든 나에게 꼭 먼저 말하거라.
알겠느냐? 예? 예……. 고갤 끄덕이는 현민을 보며 경훈은 안심이 되는 듯 숨을 내쉬었다. 계집의 몸으로 성균관에 들어와 고생하고 있을 현민을 무조건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하는 경훈이다. 그런 경훈을 보며 현민은, 다음부터 일등을 하면 경훈에게 제일 먼저 이야기하겠다고 결심했다.
설정이 넘 좋아서 설정을 읽자마자 일단 글을 써버렸어... ㅠㅠ 설레발 치는 경훈이라니 넘 귀엽자나요... 요즘 찌민 주춤하는것 같던데.. 우리 메이저면서 그러지 맙시다!!! 외쳐 찌민!!!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