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티즈앱 - 여러분!!! 맛있는 거 많이 드세여! 즐추!!! 경훈
-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정문
- (사진) 요환
- 우리 부인이 차려준 명절상~~^^ 요환
- 오오오~ 역시 가연 누님! 짱 (최고) 연승
민족 대명절인 추석. 단톡방은 한동안 추석 인사로 시끌시끌하다. 상민은 웬 이상한 그림과 함께 ‘중추가절(仲秋佳節), 풍요로운 한가위 보내시기 바랍니다.’ 라는 문구와 덕담을 잔뜩 보냈다. 우리 큰아빠도 이런 건 안 보내는데. 가만히 채팅방을 보던 현민은 절하는 이모티콘과 함께 좋은 추석 보내세요! 하고 메시지를 보내곤 핸드폰을 껐다. 내려야 할 역에 다 왔기 때문이다.
추석을 맞아 목포에 내려가야 하는 현민은 고속버스를 타러 가는 중이다. 원래 명절에는 학교에서 지역마다 운행하는 스쿨버스가 있는데, 이번에는 잠깐 서울에 들릴 일이 있어서 왔다가 가는 길이므로 초행길이다. 현민은 빨리 면허를 따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지, 근데 차가 없지. 착잡한 기분을 뒤로 하고 안내판 앞에서 지도를 보는데 핸드폰이 지잉, 울렸다. 경훈이다.
-야
-오현민~~~
-뭐 해
-집???
-ㄴㄴ 서울이요
집 가고 있어요, 하고 자초지종을 덧붙이기도 전에 답장이 온다. 서울? 왜? 나 보러 옴? (반함) 현민은 나중에 온 메시지를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이런 걸 병!먹!금! 이라고 하지.
-지금 고속버스 타러 가는 중이에요
-어 진짜? 나 그 근천데
-진짜요?? 왜요?
-ㅇㅇ 누구 좀 만나느라
태워다 줄까? 아, 달콤한 유혹이다. 당장이라도 그렇게 해 달라고 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현민은 괜찮아요, 하고 보낸다. 서울에서 목포까지 걸리는 시간이 얼만데. 하여간 앞뒤 생각은 안 하고 사람이 너무 착하다. 그러자 지잉, 하고 다시 메시지가 왔다. 그럼 역까지만 태워다 줄게. 아, 그럴까 그럼. 생각하던 현민은 키패드를 두드렸다. 좋아요!
둘은 근처 역에서 만났다. 역에서 나가자 길가에 차를 대고 서있는 경훈이 보여 현민은 쫄레쫄레 뛰어갔다. 어어, 왔어? 경훈이 손을 흔들며 대뜸 테이크아웃잔을 건넨다. 뭐예요 이게?
아이스 초코, 오다가 샀어.
저 주려고요?
응, 너 좋아하잖아. 나 잘했지!
잘했다고 말해 줘. 경훈의 눈빛이 그렇게 얘기한다. 이럴 때는 형이 아니라 무슨 집에서 키우는 대형견 같다. 현민은 왠지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어야 될 것 같은 충동을 누른다. 고마워요. 그 말에 경훈이 실실 웃으며 조수석 문을 열어 줬다. 타. 현민은 새삼 차를 가진 남자가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들 만나러 가는 거야?
네, 큰집이요.
용돈 많이 받아와.
그런 다음에 한턱 쏴. 킥킥거리는 경훈을 보며 현민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죠, 뭐. 차 태워 준 게 고맙기도 하고.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싱글벙글 운전하는 경훈의 옆모습을 보며 현민은 아이스초코를 쪽쪽 빨았다. 맛있다. 현민은 단 게 들어가자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형 뭐 좋은 일 있었어요?
어? 어. 아니, 사실은 말이야…….
안 물어보면 어쩔 뻔했어. 현민의 말에 경훈은 기다렸다는 듯 눈을 반짝인다. 내가 얼마 전부터 하던 거 있잖아. 그거 퇴짜 진~짜 엄청 많이 맞았는데. 아, 그래 가지고 내가 밤을 새면서. 너도 알잖아. 그거 하느라, 막. 진짜 죽는 줄 알았다고……. 알죠, 알죠. 맞장구를 쳐 주며 현민은 아이스초코를 또 한모금 마신다. 확실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훈은 학교에서 하는 프로젝튼지 뭔지 때문에 엄청 바빴다. 어느 정도로 바빴냐면, 부를 때마다 한 번도 빠지지 않았던 술자리에도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현민은 ‘형…, 저 근데… 오늘은 못 나갈 것 같아요…….’ 하는 경훈의 목소리를 들으며 충격에 휩싸였던 준석의 표정을 떠올린다. 현민아, 경훈이가 사람이 되려나 봐. 드디어. 준석은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질 못 했었다. 아무튼, 그게 잘 마무리 됐나 보다. 덕분에 경훈의 표정은 한층 밝아 보인다. 현민은 덩달아 기분이 좋다.
축하해요. 이번 명절은 완전 푹 쉬겠네요.
그렇지! 나 진짜 푹 쉴 거야.
영화도 보고, 술도 마시고. 맨날 놀아야지. 그래요, 그래요. 심심하면 저도 불러요. 그 말에 경훈이 고갤 훽 돌린다. 진짜? 그럼요. 현민은 어깨를 으쓱한다. 아, 저 여기서 내려 주세요. 저 멀리에 역을 발견한 현민이 가방을 챙겼다. 경훈은 갓길에 차를 댄다. 데려다 줘서 고마워요.
내일 올라오니까, 연락하고요.
넵, 카이스트로 모시러 가겠습니다.
그래라, 매니저!
조심해서 가요. 손을 흔들고 역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던 현민은 경훈의 부름에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왜요?
가기 전에 형 뽀뽀 한 번만 해 주고 가면 안 돼?
아, 고맙단 말 취소. 현민은 어이가 없단 표정으로 경훈을 바라본다. 열린 조수석 창문 너머로 굳어지는 현민의 얼굴을 보며 경훈은 울상을 지었다. 야아… 이게 그렇게까지 정색할 일이냐……. 마상!
마상?
마음의 상처.
아, 별걸 다 줄이네 진짜.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다. 현민은 이마를 짚었다. 고마움은 사라진 지 오래고 이제는 경훈을 한 대 때려 주고 싶은 심정이다. 빨리 가기나 해요, 빨리. 손을 휘휘 젓는 현민을 보며 경훈은 씩 웃었다. 아 알았어, 농담이야. 도착하면 전화해!
카톡 할 건데요.
전화해!
아 알았어요.
내가 졌다, 졌어. 전화할게요. 현민의 목소리에 경훈은 만족스럽다는 뜻으로 고갤 끄덕이곤 다시 시동을 건다. 현민은 그의 옆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다시 역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경훈의 차가 서서히 인도를 따라 움직이더니 역에 들어가기 직전에 클락센을 작게 울렸다. 야, 오현민. 아 또 왜요!!
잘 가라고.
찡긋. 창문 너머로 윙크를 날린 경훈이 부아앙 차를 몰고 사라진다. 와, 뭐지 방금. 경훈이 떠난 자리를 멍하니 보던 현민은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못 살겠다, 진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입가에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미친 게 분명해. 생각하면서 현민은 핸드폰을 열어 경훈에게 카톡을 보냈다.
- 잘 가요
누를까 말까 고민하다가 현민은 이모티콘을 하나를 덧붙인다.
- (하트)
즐추!!! 다들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즐거운 주말 보내고 있어? 오늘도 찌민을 가지고 왔어 한 번 이렇게 썼더니 왠지 제목을 계속 이런 식으로 써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드네... ^^ 그나저나 댓 안 달릴 줄 알았는데 달아 준 갓들 덕분에 진짜 너무너무 힘이 난다 ㅠ.ㅠ 댓글 너무 잘 보고 이써... 고마웡... 나 또한 다른 글들의 독자이지만... ㅎㅎ 그래서 더 열심히 댓을 다는 중이얌 암튼 다음에는 유현민을 가지고 올 것 같아 찌민 판타지도 쓰고 싶고 썰들 읽다 보면 글로 쓰고 싶은게 너무 많아! 일단 내 글에 갓들이 달아준 것부터 순서대로 쓸게 ㅎㅎ 원하는 설정 있으면 언제든 알려줘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