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민아 오랜만이야" 이 년 만에 돌아온 형은 더 말쑥해지고 어깨도 넓어진듯해 보였다. 더 잘생겨졌네... 난 형과 마주 보지도 못하고 애꿎은 땅만 괴롭혔다 지금 형이 내 앞에 서있다는 것만으로도 꽃잎이 벌써 내 목젖을 찌를 정도로 차버렸는데 과연 눈이라도 마주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뻔하다. "현민이는 어떻게 지냈어?" 형은 아주 힘들었어. 술이 알딸딸하게 취한 형은 어느새 다가와 내 어깨에 고개를 파묻으며 물어본다. 나만큼이나 힘들었을까? 지금도 형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미치겠고 형 숨결 때문에 금방이라도 꽃을 피워낼 기세인데. 더 이상은 안된다 형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형 놔줘요" 싫어 현민아 나 밀어내지 마. 형은 내 바람과 달리 나를 꽉 안는다. 망했다 입안까지 꽃은 차오르지만 형 때문에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다. 아흐.. 제발 형 놔줘요. 점점 목을 옥죄어오는듯한 고통에 겨우 목소리를 짜내어 말했다 "오현민 너 왜 그래?" 엄청나게 걱정된 눈빛으로 날 보지만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술만 깨물었다. 오현민 형 봐. 그 커다란 손으로 내 얼굴을 잡더니 기어코 눈을 맞춘다. 눈을 이리저리 피하지만 결국 마주쳤다. 형의 눈동자를 보자마자 꽃이 입안까지 차올랐다. 이젠 한계다. 더 이상 참을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다 나를 잡고 있던 그 손을 뿌리치고 건물 뒤로 뛰었다. 오늘은 하얀 백합이다. 꽃이 입안을 가득 채우고는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타는 내 속과는 달리 참 예쁘다. 내 주위로 하얀 백합이 피어올랐다. 뒤에서 커다란 손으로 내 등을 쓰다 담어준다. 수치스러움에 나도 모르게 울었다. 하필 들키더라도 제일 봐서는 안될 사람이 봐버렸다. 이건 아니다. 급히 꽃을 손으로 막아보려 하지만 손 틈 사이로 백합이 빠져나온다. "예쁘다 너처럼" 경훈이 형은 어느새 쪼그리고 앉아서 내가 피워낸 꽃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놀라서 울음을 멈추고 형을 봤다. 형은 나를 보며 말갛게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예쁘다" 내 입에선 꽃이 멈췄다. 하나하키 : 짝사랑을 하면 꽃을 토해내는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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