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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본 동민은 기분 탓인지 수척해져 있었다. 간단한 인사를 건네고 술집으로 들어 온 두 사람은 안주부터 시켰다. 동민을 만난 그 순간부터 진호는 동민을 관찰했다. 그날 이후 동민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 왔을지 무척이나 궁금했기 때문이다. 피하거나 불편해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동민은 만나자는 진호의 요청에 순순히 응해왔다. 그런 태연한 동민의 태도에 도리어 당황한 건 진호였다. 진호는 동민을 만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궁금했던 것이다. 그런 일을 겪고도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을 대할 수 있는지.
진호는 메뉴판을 보고 있는 동민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태연해도 너무 태연했다. 동민은 이전과 다름 없는 동민이었다. 마치 둘 사이에 일어났던 일이 아무 것도 아닌 양 굴고있는 동민을 보고 있으니 진호는 은근 안달이 났다.
술도 시킬 거야?
오늘은 많이 안마셔. 한 병만.
탁 소리 나게 메뉴판을 덮은 동민은 소주 한 병을 시켰다. 아르바이트생이 가져다 준 소주를 돌려 딴 동민은 진호와 자신의 술잔에 차례로 술을 따랐다. 건배 없이 눈인사로 대신한 동민은 빈 속에 술을 털어 넣었다. 눈 앞에 있는 안주를 정말로 맛있게 먹고 있는 동민을 보고 있으니 진호는 오늘 이 자리가 원래 동민과 가지던 평범한 술자리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어깨는 좀 어때?
괜찮아.
건성으로 대답하며 동민은 안주를 먹는데 열심이었다. 누가 봐도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화로는 보이지 않았다. 진호는 동민이 다시 술을 마시는 틈을 타 좀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날 일 말인데..
술잔을 입으로 가져가려던 동민은 테이블 위에 다시 내려놓고 진호를 마주봤다. 여태 아무렇지도 않은 척 굴었던 그 눈빛은 다시 날이 서 있었다.
긴말 할거 없고, 너 그런 거 좋아하면 그런 거 좋아하는 애들 불러다가 놀아. 괜히 술 먹고 엄한 사람한테 난리치지 말고.
당황한 나머지 진호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런 말을 내 뱉어 놓고서 동민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진호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반격을 해야 할지 몰라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너무 화가 나서 도리어 말이 안 나왔다. 손톱이 살 안쪽을 파고 들 정도로 세게 주먹을 쥐며 진호는 화를 눌러 참았다.
지금 뭐라 그랬어?
두 번 말하게 할래?
동민은 틈을 주지 않았다. 진호가 터져 나오는 화를 간신히 눌러 참는 동안 혼자 안주를 집어먹던 동민은 결국 보란 듯이 젓가락을 테이블 위에 내 던졌다.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동민은 화가 나 자신을 노려보는 진호를 잠시 바라봤다.
나 잠깐 나갔다 온다.
동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말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잠시 자리를 비켜 줄 테니 화를 식히라는 소리였다. 눈앞에서 동민이 사라지자마자 진호는 화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를 썼다. 미칠 듯이 쏟아져 내리는 분노와 그 분노를 잠재우려는 차가운 이성 사이에서 진호는 힘겨운 줄다리기를 벌이는 중이었다. 어느 정도 머리가 식자 진호는 동민이 오늘 이 자리에 나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애당초 동민은 진호로부터 사과도 어떤 변명도 받을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동민은 진호가 저지른 행동이 단순히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해서 무마될 성격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그 날 있었던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그리고 진호에게 경고의 성격의 띈 최후 통첩을 날리기 위해 이 자리에 나온 것이었다. 진호는 이미 동민이 그어놓은 선을 넘은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그 선을 넘었을 때가 진호가 동민을 보게 되는 마지막이 될 것이다.
진호는 자리로 돌아온 동민에게 술을 권했다. 어느 정도 화를 가라앉힌 진호는 아까 동민이 던졌던 말에 대해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동민은 진호가 말길을 알아들었다고 생각 했는지 아무런 의심 없이 진호가 주는 술을 받아 마셨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민은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테이블 위로 팔을 떨어트렸다. 쾅 소리가 날 정도였지만 동민은 아픈 줄도 몰랐다. 동민이 휘청거리며 간신히 중심을 잡아보려고 애를 쓰는 모습을 진호는 냉정한 눈으로 지켜봤다.
너 여기 뭘 탄 거야..
그 말을 마지막으로 동민은 천천히 무너지듯 테이블 위로 기댔다. 진호는 죽은 듯이 늘어진 동민의 팔을 어깨에 들쳐 메고 자리에서 일어 났다. 누가 보면 술 취한 동민을 부축하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진호는 그대로 동민을 차 조수석에 밀어 넣은 뒤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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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 동민은 낯선 장소에 와 있었다. 아직까지 뿌연 시야 안으로 하얀 불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몇 번 눈을 깜빡이자 그제야 방 안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야 일어 났네. 형 꽤 오래 자는구나.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침대 옆에 진호가 서 있었다. 내내 지켜 본 것인지 진호는 무료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취가 풀리듯 서서히 온 몸의 감각이 돌아오며 동민은 팔목이 끊어질듯한 통증을 느꼈다.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보니 양 손목이 노끈으로 단단히 묶여있었다. 어찌나 세게 묶었는지 흔들어봐도 꿈쩍을 안했다. 노끈의 끝은 침대 헤드에 묶여 있었다. 동민의 마지막 기억은 진호와 가게에서 술을 마신 거였다. 그 이후로 진호 집으로 따라 들어 온 기억도, 침대에 이런 꼴로 묶여진 기억도 모두 없었다. 동민은 가물거리는 기억 끝에서 기절하며 마지막으로 진호의 얼굴을 봤던 것을 떠올렸다.
좋은 말로 할 때 이거 풀어라.
목소리에 날이 서 있었다. 진호는 천천히 침대로 다가가 엎드린 채로 동민의 위에 올라갔다. 양팔을 뻗어 몸을 지탱하며 내려다보고 있으니 꼭 동민은 영락없이 갇힌 모양새였다. 피가 통하지 않아 양 손이 벌겋게 부어 오르고 있는데도 동민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진호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직 나른할 텐데도 대단한 정신력이었다. 자기가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는 자각이 있기는 할까 진호는 문득 궁금했다. 이렇게 가만히 내려다 보고 있어도 동민은 손이 묶여있어 밀어낼 수도, 반항 할 수도 없었다. 진호는 좀 더 이 우월감을 즐기기로 했다.
안 풀면 어쩔 건데?
순간 눈앞이 번쩍하며 새하얗게 변했다.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진호는 바닥으로 나가떨어져 있었다. 무릎을 세운 동민이 있는 힘껏 진호의 명치를 걷어 찬 것이다. 명치에 욱신거리는 통증과 함께 확 욕지기가 올라오는 것을 진호는 겨우 참아 넘겼다. 기침이 터져 나오며 숨이 쉬어지지 않아 진호는 바닥을 짚고 헐떡여야 했다. 진호가 그러고 있는 동안 동민은 손을 비틀며 어떻게 해서든 묶인 끈을 풀기 위해 애를 썼다. 겨우겨우 호흡을 진정시킨 진호는 서랍장을 집고 비틀대며 간신히 일어섰다. 묶을 때는 아플 것 같아서 미안했는데 지금 동민이 하는 꼴을 보니 조금도 미안하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다리도 묶어 버릴걸 그랬다는 뒤늦은 후회가 들었다.
동민은 힘들게 숨을 몰아 쉬는 진호에게 괜찮냐는 말 한마디 없었다. 되려 내가 순순히 당하고만 있을 줄 알았냐는 표정으로 진호를 쏘아보고 있었다. 지금에 와서 보니 동민의 손목을 묶은 노끈이 되려 허술하게 느껴 질 지경이었다. 잡힌 산짐승도 묶어놓으면 그렇게 기가 죽은 눈을 한다는데 어쩌다 얻어 걸린 사냥감처럼 동민은 되려 당당했다. 기세 좋게 걷어차인 것도 차인 것이지만 일단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너무 아파서 진호는 부아가 치밀었다. 저 당당한 꼴을 보고 있자니 입맛이 썼다. 똑같은 고통을 되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들었지만 묶여 있어 반항조차 할 수 없는 동민에게 괜히 화풀이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싫었다.
마음을 고쳐 먹은 것처럼 진호는 동민의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손 끝으로 팔목을 꽉 잡아맨 노끈을 건드리자 동민은 인상을 썼다. 아프긴 아픈 모양이었다. 어찌나 세게 묶었는지 끈이 파고 든 살 주변이 새하얗게 짓눌려 있었다. 끈을 풀어주는 척 하며 진호는 팔꿈치로 동민의 상체를 눌렀다. 체중을 실어 더 이상 버둥거리거나 발로 차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어차피 옆으로 돌아앉아 진호는 동민의 사정거리 밖에 있었다.
진호는 하얀 밴드가 덧대어 있는 동민의 손바닥 위를 손가락으로 더듬었다. 손톱을 세워 밴드 밑으로 집어 넣은 진호는 아직 낫지 않은 상처 위를 손톱 끝으로 찢어 벌렸다. 찐득이는 연고와 연약한 살점들이 손톱 밑에서 밀리고 찢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픈지 동민은 소리를 질렀다. 뒤늦게 주먹을 꽉 쥐며 진호가 상처를 헤집는 것을 막아보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지난번에 유리파편에 꽤나 깊게 찔린 것인지 손에 난 동민의 상처는 생각보다 깊었다. 진호는 순간 이대로 덧나 저 예쁜 손에 흉이라도 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그것대로 괜찮을 것 같았다. 상처를 볼 때마다 동민은 진호를 떠올 릴 것이다. 과거를 떠올리길 유독 싫어하는 동민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었다. 어떤 방법이든 상관 없었다. 동민에게 기억될 수만 있다면 진호는 몇 번이고 아물기 전 상처를 다시 찢고 또 찢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너무한 거 아니야? 정말 아팠다고.
약이고 지네 집에 끌고 들어온 새끼한테 들을 말은 아닌 것 같은데?
투정부리듯 말하자 동민은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진호가 상처를 헤집을 때 마다 아파서 비명을 지르던 동민은 곧 입술을 깨물고 그마저도 참아보려 했다. 고통에 일그러지는 동민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한참이나 손을 지분대던 진호는 이번엔 부드럽게 동민의 손을 감싸 주먹을 쥐게 했다.
약? 그거 별거 아닌 수면제야. 형은 좀 잠이 필요할 것 같아서.
말을 이으며 진호는 무심한 표정으로 동민의 손가락 중 하나를 찍어 눌렀다. 주먹 쥔 상태에서 강제로 손가락을 짓누르자 안 그래도 부어 오른 손이 검푸른 빛으로 질려갔다. 빠져나가려고 동민은 이리저리 손을 비틀었지만 진호는 동민의 손을 붙잡고 끝까지 놔 주지 않았다. 진호는 천천히 힘을 더해 기어코 동민의 손가락을 부러트렸다. 뚝 소리와 함께 손가락이 부러지자 동민은 죽는소리를 냈다.
조용히 좀 해. 우리 집에 형 있다는 거 동네방네 광고할 거야?
이 미친새끼.
겨우 한다는 말이 그거였다. 진호는 대답대신 동민의 다른 손가락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동민이 좀 얌전해 질 때까지 딱 두 개정도만 부러트릴 생각이었다. 동민은 곧 죽어도 그건 싫은지 온 몸을 뒤틀었다. 진호는 엎드리다시피 해 동민의 가슴께를 팔로 찍어 눌러 움직이는 것을 막았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덕분에 서로 얼굴을 마주보는 자세가 되었다. 진호는 동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 날, 가족들한테는 뭐라고 얘기 했어?
진호는 동민의 손가락을 더 세게 찍어 눌렀다. 괴로운 것인지 동민은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아까 기세 좋게 진호를 걷어 찬 얼굴은 어디 가고 고통을 간신히 참아내며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동민을 보자 쾌감이 일었다. 명치에 느껴지던 욱신거리는 통증이 어느새 싹 가신 기분이 들었다.
내가 맞춰볼까? 술 먹고 진상부리는 동생 말리다 그렇게 됐다고 했겠지. 동생이 술잔을 집어 던져서 손도 다친 거라고.
두 번째로 손가락을 부러트렸을 때 동민은 소리를 지르는 대신 눈을 감았다. 진호는 부러 동민의 귓가에 바짝 다가가 속삭였다.
그 동생이 나라는 얘기도 했어? 이번에 또 다치면 뭐라고 할래. 열 손가락 다 부러져서 집에 들어가면 그땐 술 취한 동생 막으려고 그랬다고 해도 아무도 안 믿을걸.
진호는 부러진 동민의 손가락을 살살 문질렀다. 동민은 고개를 아얘 돌리고 진호를 보는 것을 거부했다. 말로 위협하는 것보다 이편이 동민을 얌전하게 만드는데 보다 확실한 방법이라고 진호는 생각했다. 자기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일 때 동민은 생각 외로 고분고분했다.
나 형 더 다치게 하기 싫어.
진심이었다. 진호는 동민의 어깨를 보고 있었다. 감았던 눈이 스르륵 떠지는가 싶더니 동민은 진호를 마주봤다.
너 내가 술집에서 했던 말 때문에 그래?
동민은 역시 예리했다. 순간 진호는 밑바닥까지 읽힌 기분이 들어 멈칫했다. 아니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술에 취해 욕정을 이기지 못해서 친한 형 강간한 새끼로 보고 있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여서 이성을 잃은 거였으니까. 처음에는 진호도 분명 동민과 얘기를 해보기 위해 그 자리에 나간 거였다. 정말로 궁금했으니까. 동민이 그날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피할 줄 알았는데 만나자는 말을 흔쾌히 승낙한 이유도 궁금했다. 하지만 그 이유가 이런 거라면, 그냥 술에 취해 실수한 동생새끼 얼굴보고 경고나 날리려고 만난 거라면 진호가 분노해도 동민은 할말이 없는 거였다.
그건 그렇다 쳐도 남한테 고통을 주면서 즐기는 이런 드러운 취향까지 있는 줄은 몰랐네.
진호의 당황한 표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는지 동민은 웃으며 말했다. 진호는 새하얗게 질려 동민을 내려다봤다. 아파서 정신이 없는 줄로만 알았지 진호가 손가락을 하나하나 부러트리며 지었을 표정들을 동민이 보고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동민에게 품고 있던 은밀한 욕정을 들킨듯한 마음과 동시에 그걸 단순한 쾌락으로 치부해버리는데 화가 나 진호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순식간에 주도권을 뺏긴 기분이 들어 진호는 동민의 어깨를 누르며 올라탔다. 능숙하게 바지를 벗기고 진호는 동민의 안 깊숙이 성이 날대로 난 자신의 것을 밀어 넣었다. 어깨를 너무 세게 움켜 쥔 나머지 손톱이 살 밑을 파고들어 피가 맺혔지만 진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늘도 이럴 줄은 몰랐는지 동민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크게 뜨여진 눈은 곧 고통으로 얼룩져 흔들렸다. 진호는 오늘은 봐줄 마음이 정말 손톱만큼도 없었다. 한 손으로는 묶여있는 동민의 손목을 찍어 누르며 다른 손으로는 허리를 꽉 움켜쥐고 바짝 잡아당겼다.
힘 좀 풀어.
너무 아파서 정신이 없는지 동민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진호는 주먹으로 동민의 허리를 때려 억지로라도 허리에 들어간 힘을 빼게 했다. 시퍼렇게 허리에 멍이 오르는 게 눈에 보였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강간이나 다를 바 없이 힘으로 밀어 붙여 진호는 기어코 끝까지 성기를 안으로 밀어 넣는데 성공했다. 아플 것을 뻔히 알면서 진호는 동민의 손목을 움켜쥐고 허리를 움직였다. 그때마다 동민은 흐흑..흐..하고 숨이 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신음보다 거의 고통에 짓눌려 저도 모르게 내는 소리에 가까웠지만 진호는 만족했다.
진호는 동민의 머리채를 쥐고 억지로 자신을 보게 했다. 정신 없이 흔들리던 두 눈은 붉게 충혈되며 젖어 들어가고 있었다. 가슴을 답답하게 조이는 것 같은 쾌감과 더불어 아랫도리로 확 피가 몰렸다. 한번도 해본 적은 없지만 마약을 한다면 이런 기분일 것 같았다. 진호는 그 눈빛이 정말로 마음에 들었다. 그날 이후, 진호는 한번만 더 그 얼굴을 볼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고통과 무력감 그리고 수치심과 증오가 혼합되어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진호를 보고 있는 동민의 그 표정이 그리웠던 것이다.
어쩌면 동민의 말이 완벽히 틀리지 않은 것일지도 몰랐다. 동민을 보는 순간부터 이럴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고는 말하기 힘들었다. 진호는 아직도 붉은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있는 동민의 목덜미를 물었다. 뜨거운 입김이 닿을 때 마다 동민이 흠칫 떠는 것이 느껴 졌지만 진호는 더 집요하게 괴롭혔다.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선명하게 잇자국을 남기고 귓볼을 물고 씹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호는 사정했다. 그제서야 동민을 제대로 보니 질린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내가 너무 나만 즐겼나?
진호는 손을 내려 동민의 것을 움켜 쥐었다. 허리에 저절로 힘이 들어가며 몸이 바짝 긴장한 것이 느껴졌다. 그 모습이 우스워 진호는 몇 번 손을 위 아래로 부드럽게 움직였다. 당연한 소리지만 완벽히 여자를 안는 것이 취향인 동민이 진호의 서툰 손길에 흥분할 리 없었다. 알면서도 진호는 아까보다 더 어쩔 줄 몰라 하는 동민의 반응이 재미있어 손을 놀렸다. 일방적으로 동민을 짓누르다시피 해 안는 것도 좋았지만 자길 발정 난 놈으로 여기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취급은 당하기 싫었다. 자긴 다시 달아오르기 시작하는데 별다른 반응이 없는 동민을 보자 진호는 은근 오기가 생겼다.
한번도 남자걸 빨아 본 적은 없지만 그렇게 경멸 당했는데 동민에게도 똑같은 모멸감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혀로 몇 번 건드리자마자 반응은 바로 왔다. 동민은 몸을 뒤틀며 진호의 손아귀를 빠져 나가려고 했다. 진호는 양 손으로 동민의 허벅지를 꽉 붙들고 도망치지 못하도록 고정시켰다. 혀와 입술만 사용 해 집요하게 건드리자 동민은 결국 흥분했다. 짭짤한 액체를 혀끝으로 핥아 올리며 진호는 고개를 들었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얼마나 꽉 깨문 것인지 동민의 입술에는 피멍이 들어 있었다. 진호는 침과 타액으로 범벅인 동민의 성기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좋았나 봐? 내가 빨아주는 게.
동민은 귀까지 새빨개져서 진호의 눈을 피했다. 진호는 집요하게 동민의 시선을 따라붙으며 손을 움직였다. 침은 금새 말라서 진호는 협탁 위에 올려 둔 오일을 이용했다. 줄줄 흐를 정도로 오일을 손에 바르자 금새 질척거리는 소리가 났다. 진호는 부러 들으라는 듯 손을 마찰시키며 다시 한번 동민의 안에 삽입했다. 흥분과 고통이 동시에 밀려오자 정신이 나간 것인지 동민의 눈이 탁하고 풀어졌다. 깜빡 하고 눈꺼풀이 열리고 닫힐 때 마다 눈물이 쉴 새 없이 떨어졌다. 한번도 동민이 이렇게 우는 것을 본 적이 없어 되려 진호가 놀랄 정도였다. 진호는 동민의 손목을 잡아 누르며 허리를 쳐 올리는 동시에 움켜쥔 손의 속도를 빨리 했다. 이제야 좀 섹스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좋든 싫든 동민은 어쩔 수 없이 진호가 흔드는 대로 흥분하고 흔들리고 있었다. 원하지 않았는데 몸은 멋대로 반응 해 수치심에 죽고 싶은 심정 일 것이다.
내가 발정 난 새끼처럼 정말 욕구풀이 할 데가 없어서 이러는 것 같아? 내가 그 정도로 굶지는 않았어. 그때 술 취해서 내가 실수했다고 착각할까 봐 지금 이렇게 맨 정신으로 안아주고 있는 거잖아.
진호는 동민을 똑바로 마주보며 말했다. 동민은 일방적으로 당할 때 보다 지금을 더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 수치심과 무력함이 뒤범벅된 우는 얼굴을 보자 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이대로 조금만 더 힘을 주면 동민을 완전히 부셔버리는 게 가능할 것 같아서 두려운 동시에 숨이 막혔다. 완전히 그 세계를 무너트리고 억지로라도 자길 보는 것을 바래 왔으면서 한편으로는 지금처럼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어떤 쪽이든 동민은 진호를 미치게 만들었다. 조금이라도 틈이 있다면 그 틈을 파고 들어 연약한 살점을 찢어 발기고 상처를 주고 싶었다.
그때 말했지. 난 다른 사람들처럼 형을 순순히 놔주고 인정하지 않을 거라고. 그만하라고 애원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밑에 깔려 속절없이 흔들리던 동민은 결국 진호의 손 안에 사정했다. 헐떡이며 연달아 숨을 몰아 쉬다 사정하는 순간 만큼은 고개를 뒤로 젖히고 파르르 떨리던 목덜미가 미치도록 사랑스러웠다. 진호는 동민의 목덜미 깊숙히 얼굴을 파묻으며 곧 이어 사정했다. 흡사 연인들끼리 정사를 벌인 것처럼 진호는 다정하게 동민을 끌어 안고 눈물을 닦아냈다. 동민은 고개를 돌려 진호의 손길을 피했다. 다정히 대해주고 싶어도 원망스럽다는 듯 노려보고 있어서 섣불리 손을 댈 수 없었다.
진호는 손에 묻은 정액을 시트에 문질러 닦고 동민의 손을 풀어주었다. 양 손이 맥 없이 침대 위로 툭 하고 떨어졌다. 동민은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린 채 죽은 듯 축 늘어져있었다. 아무리 찌르고 건드려봐도 죽은 척 하기로 작정한 동물처럼 꿈쩍하지 않을 것 같았다. 진호는 부어 오른 동민의 손목을 조심스럽게 주물렀다. 아파서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동민은 멀쩡한 손으로 진호의 손을 밀어냈다.
왜 그래? 나랑 섹스하는게 그렇게 싫었어?
의외로 정곡을 찔렀는지 동민은 영영 뜨지 않을 것 같은 눈을 뜨더니 도로 감아버렸다. 짧았지만 명백한 의사표현이었다. 꼴도 보기 싫다는 거였다. 묻지 않아도 진호는 알 수 있었다. 지난 번은 강요로 이루어진 관계였다면 오늘은 꼭 모양새는 합의 하에 이루어진 섹스같아 불쾌한 것이다. 강제로 맺은 관계였지만 동민은 분명히 흥분했고, 그런 자신을 절대 인정 할 수도 용납 할 수도 없었다.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진호는 동민의 그런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죽어라 자길 노려보고 욕이라도 퍼부으면 나을 것 같았다. 저렇게 죽은 듯 무슨 짓을 하던 말던 신경쓰기도 싫다는 모습은 진호가 동민에게 가장 바라지 않는 모습 중 하나였다.
진짠가 보네? 싫으면 어디 싫다고 말해봐.
진호는 다시 한번 동민을 강간하다시피 안았다. 처음 섹스했을때 처럼 거칠게 밀어 붙여 싫어도 눈을 뜨게 만들 생각이었다. 허리를 강하게 쳐 올릴 때마다 위로 밀려난 동민은 행위를 거듭 할 때 마다 침대 헤드에 머리가 부딪쳐 고통스러워했다. 서로 즐기는 섹스보다 강간이 낫다는데 조심히 다뤄줄 이유도 배려 할 이유도 없었다. 제발 그만 해 달라고 눈물로 울고불고 빌 때까지 진호는 봐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아프고 고통스럽기 때문인지 동민은 참아왔던 비명인지 신음소리인지 모를 소리들을 흘려댔다. 혼자만 듣고 있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진호는 핸드폰을 눌러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동민은 몸을 굳혔다.
응 그래, 현민아.
끊어.
아까부터 한마디도 하지 않던 동민이 처음으로 입을 열어 말했다. 하도 고생을 해서 그런지 목소리가 다 쉬어 있었다. 경고하듯 진호를 노려보고 있었지만 그 눈빛엔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역시 알기 쉬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민의 약점은 뻔해도 너무 뻔했다. 이쪽의 상황은 짐작도 하지 못할 현민이 밝은 목소리로 진호에게 말을 건다.
웬일이에요 형이 다 전화를 걸고. 지금 롤 켰는데 형 없던데, 누구랑 같이 있어요?
응. 나 지금 동민이형이랑 같이 있어.
진짜요? 둘이서 또 뭐 짜고 그러는 거 아니죠? 녹화 날 멀었잖아요.
짜긴 뭘 짜. 그때그때 맘 맞는 사람이랑 하는 거지.
근데 동민이형이 이 시간까지 웬일이지. 맨날 가족들 걱정한다고 집에 일찍 들어가는 사람인데.
오늘은 내가 우리 집에 와서 나랑 좀 놀아주라고 그랬어. 지난번에 나 데려다 준 것도 신세 값을 겸.
형 또 동민이형 괴롭히는 거 아니죠?
어이 없네. 그 반대 아니야? 바꿔줄까?
네.
진호는 핸드폰을 동민의 귀에 대고 할말 있으면 하라는 듯 눈짓을 했다. 현민과 통화를 하는 내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동민의 얼굴을 관찰하고 있자니 기분이 아주 묘했다. 동민은 무슨 소리라도 혹시 들릴까 봐 숨도 쉬지 못한 채 완전히 얼어 붙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질투가 나는 동시에 웃음이 났다.
여보세요, 동민이형?
진호는 핸드폰을 든 채로 허리를 움직였다. 동민은 손을 꽉 깨물고 숨을 눌러 참았다. 수화기 너머에서 현민이 동민을 부를 때 마다 동민은 꼭 울 것 같은 얼굴을 했다. 진호 앞에서는 한번도 보여준 적이 없는 얼굴이라 은근히 자존심이 상하며 질투가 났다. 진호는 현민에게 들으라는 듯 동민을 강하게 밀어 붙였다.
뭐해요 지금 둘이? 숨 참기 놀이라도 하는 거에요? 왜 이렇게 조용해.
현민이 의심하는 듯한 말투로 말하자 동민은 티가 나게 흔들렸다. 핸드폰을 한번, 진호를 한번 번갈아 가면서 보며 불안해 하고 있었다. 진호는 핸드폰을 동민의 귀에 더 바짝 대는 동시에 소리를 내지 않고 입 모양으로만 말했다.
제발 끊어 달라고 빌면 끊어 줄게.
진호는 동민이 굴욕감으로 창백하게 질려가는 것을 즐겼다. 빌기 위해서는 말을 해야 했고 입에서 손을 떼는 순간 소리가 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소리는 고스란히 현민의 귀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이런 쪽으로는 아무리 둔한 현민이라도 동민이 울면서 제발 그만하라고 비는 목소리를 들으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챌 수 밖에 없었다. 동민은 마음 놓고 울 수도 없어 눈물 맺힌 눈으로 진호를 노려보기만 했다. 그때마다 진호는 멍이 든 동민의 허리를 양 손으로 꽉 붙들고 더욱 더 몸을 밀착시켜 박아댔다. 심하게 몸이 흔들려 동민이 손을 물고 참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진호의 밑에 깔려 동민이 헐떡이는 소리를 현민이 듣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눈으로는 이미 애원을 하고 있었지만 진호는 똑똑히 입으로 말해주길 원했다. 동민이 아슬아슬한 한계치에 달한 순간 전화가 먼저 끊겼다. 동민은 손을 놓고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아쉽게 됐다고 생각하며 진호는 입맛을 다셨다.
재미 없게 먼저 끊었네.
진호는 다시 현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이 이어질 때 마다 동민은 시한폭탄이라도 되는 것처럼 불안하게 핸드폰을 곁눈질했다. 제발 받지 말라고 동민이 속으로 생각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현민이 목소리 들으니까 좋았어? 내 목소리 들을 때랑 현민이 목소리 들을 때랑 조이는 게 완전 다르던데?
적당히 해라 이 미친새끼야. 전화 빨리 끊어.
적당히 안 하면 어쩔 건데. 형 우는소리 나 혼자만 듣기 아까우니까 그랬지. 아니면 내가 직접 말해줘? 형이 내가 만져줄 때 마다 어떻게 흥분하고 어떻게 좋아했는지? 눈썹은 어떻게 찡그리고 무슨 표정을 짓는지. 섹스할 때 마다 어떤 소리를 내는지.
진호는 부드럽게 동민의 허벅지 안쪽을 주물렀다. 다리를 잡아 벌려 더 안쪽으로 찔러 넣자 읍 흐윽 하고 동민이 우는 소리를 냈다. 귓전을 때리는 통화음에 맞춰 정신 없이 박아대며 진호는 세 번째로 사정했다. 눈 앞이 캄캄해질 정도의 쾌감과 더불어 일그러지는 동민의 얼굴이 보였다. 진호는 그 모습이 못 견디게 사랑스러웠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모습만큼은 꼭 혼자서만 보고 싶었다. 눈을 감으면 언제든지 선명하게 그려지도록 진호는 오래도록 동민을 바라 봤다. 현민은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고 동민은 그제서야 안심했다. 진호는 핸드폰을 멀리 밀어 놓으며 동민의 위로 축 늘어졌다. 피곤이 몰려왔지만 적어도 오늘은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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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진호는 또 동민을 데리고 병원을 갔다. 의사는 이번에도 많은 것을 묻지 않았다. 싫다는 동민에게 진호는 억지로 밥을 사 먹였다. 싫다고 했으면서도 동민은 꾸역꾸역 밥을 다 먹었다. 어제 그런 심한 짓을 당했는데도 밥이 넘어가는 게 신기했다. 차에 태워 동민을 집으로 데려다 주던 진호는 저번에 동민이 내렸던 그 자리에 차를 세웠다.
가기 전에 들려줄게 있어.
이건 또 무슨 개수작인가 싶어 동민이 이쪽을 본다. 진호는 들고 온 mp3를 차량용 오디오에 꽂았다. 지난밤의 일들이 오디오를 타고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현민이와 통화를 마친 뒤 동민과 주고받은 말들이 특히 깔끔하게 녹음되어 진호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음성 파일의 내용을 눈치 챈 동민은 내내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가 현민이와의 통화 내용이 들리는 부분에서 더 이상 듣기 괴롭다는 얼굴을 했다.
꺼.
진호는 정지버튼을 눌렀다. 동민은 뼈 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조수석 시트를 움켜 쥐고 있었다. 당했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진호가 알고 있는 한 동민은 쉽게 당황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동민이 지금 진호가 봤던 모습들 중 가장 얼이 빠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꼭 삼촌에게 속아 사탕을 뺏긴 어린애를 보는 것처럼 진호는 자기보다 세 살 더 많은 형이 어리게 느껴졌다.
진호는 앞으로 두 번 다시 볼 기회가 없을 동민의 얼굴을 천천히 감상했다. 달려면 카메라를 달 수도 있었지만 진호는 녹음을 택했다. 카메라는 동민이 먼저 눈치 챌 가능성이 있었다. 매직미러로 보이지 않는 지니어스 세트장의 카메라 위치도 전부 외우고 있는 동민이었다. 어떻게 알았냐고 묻자 동민은 대답대신 세트장 구석을 가리켰다.
저기 불 들어오잖아. 저거 카메라 약 떨어졌다는 거거든.
동민은 촬영 카메라 배터리가 떨어질 때 마다 깜빡이며 신호를 보내는 것을 통해 카메라 위치를 알았다고 했다. 피디는 그런 동민이 사랑스럽다며 미로에 가둬놓고 숨겨놓은 카메라 100개를 찾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출연시키고 싶다는 말까지 했다. 그러나 진호가 보기에 그건 지나치게 신경이 예민한 거였다. 집에 카메라를 숨겨 설치할 마땅한 공간이 없을 뿐 더러 동민에게 괜히 노출된다면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진호가 몰래 설치한 카메라를 발견한다면 동민은 혀라도 깨물고 죽거나 아니면 진호를 도발해 심하게 맞고 강간당하는 척 연기라도 할 사람이었다.
더불어 밑에 깔려 우는 동민의 모습은 혼자서만 보고 기억하고 싶었다. 동민을 협박하기 위해서는 동영상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녹음 파일만 가지고도 진호는 충분히 동민을 흔들 자신이 있었다. 때로는 보는 것 보다 듣는 것이 더 상상력을 자극하는 법이었으니까.
나는 이거 퍼져도 상관 없어. 형이랑 나랑 이렇게 몸 섞는 사이라는 거. 근데 형이나 나나 밥줄은 유지해야 되잖아? 그러니까 형이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 몇 명한테만 보낼게. 가족이나 아니면 형이 그렇게 끔찍하게 생각하는 현민이나.
너 지금 나 협박하냐?
응. 잘 아네. 이거 복사본이니까 선물로 줄게. 원본은 내가 USB에 따로 보관중이니까. 딱 형한테 줄 것만 복사했어.
진호는 mp3를 뽑아 동민의 손에 쥐어주며 속삭였다.
형 혼자서 들어. 다른 사람이 이거 듣는 거 싫으면 내가 부를 때 마다 우리 집으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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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수거도 안되는 쓰레기인 나를..그취방을 더럽힌 대역죄인이시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갓들아 안녕........또르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