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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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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백지에 먹이 퍼졌다.
 준석은 망설임 없이 붓을 집어들고 글을 써 내려갔다.
 일필휘지.
 힘이 있었지만 결코 거칠지 않았으며 섬세했으나 여리지 않았다. 그 어느 누가 보더라도 가히 명필이라 칭할만 했다. 누가 그를 이제 고작 서른을 넘긴 이라 생각켔는가. 이 젊은 천재는 과거에서 자신의 재능을 가감없이 모두 발휘했다. 장원이 그의 손에 들어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어사화로 치장하고 위풍당당하게 입궐하는 그는 눈이 부셨다. 그리 잘난 외모가 아니었음에도 장원급제자라는 이름은 그것만으로 그를 돋보이게 했다. 양인이 과거에 장원으로 급제한 것은 큰 사건이었다.
 내가 전하를 뵈러 간다니. 전하께서 친히 나를 불러 주셨다니, 평소 화려한 언변과 실력으로 명성을 떨치던 그였지만 조선의 왕과 대면한다는 것은 긴장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더욱이 왕이 직접 불렀다는 것은 가문의 영광이었다. 이미 파토난 가문이긴 하지만. 어릴 적 당파 싸움에 휘말려 가족을 잃고 간신히 노비가 되는 것을 면한 준석은 당파 싸움이 싫어 관직을 얻기를 망설였지만 직접 왕을 뵐 수 있다는 사실에 과거에 응시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궁에 들어가 준석은 왕 앞에서 머리만 조아리고 있었다.
 "고개를 들라"
 왕이 명했다.
 "고개를 들랍신다."
 황송함에 준석은 몸 둘 바를 몰랐다. 전신을 사시나무 떨 듯 떨면서 머리를 들었다. 용안이 보였다. 더없이 근엄해 보이는 왕의 풍채에 약간 위축될 법도 했으나 곧게 머리를 쳐들었다.  

긴장감에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눈동자만큼은 떨리지 않았다.
 "자네가 이번 대과의 장원인가."
 "예, 그러하옵니다."
 준석의 또렷한 대답이후로 왕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실없는 칭찬이었으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더없이 황공했다. 세상에 이렇게 영광스러운 일이 또 있으랴. 하고 준석은 생각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기쁜 표정을 준석은 감출 수가 없었다.
 길지 않은 대화가 끝이나고 관직을 하사받을 순서가 되었다. 준석은 내심 당파 싸움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곳으로 배직 받기를 바랐다. 부질없이 언성을 높여 싸우는 것. 준석에게는 가장 쓸모 없는 일 중 하나였다.
 "양인 이준석을 세자사에 임명하노라."
 세자사라니. 정1품 정승들만 할 수 있는 일 아니었던가. 종6품 관직을 얻어야 마땅한데 정1품만 맡을 수 있는, 삼정승만 맡을 수 있는 일을 전하께서 맡기시다니. 세자사는 겸직인데 단순히 세자사라니. 준석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믿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자신은 누구를 가르칠 만한 연배가 아니었다. 이제 갓 과거에 합격한 선비가 누굴 감히 가르치겠는가. 그런데 세자저하를 가르쳐야 한다니. 당황스러움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도저히 전하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다. 단지 세자사라면 당파싸움과는 거리가 먼 관직이 맞다. 준석은 기뻐해야 할 지 통탄스러워 해야 할 지 몰라 한 순간 굳어버렸다.
 내관의 손에 이끌려 동궁전에 도착했다. 궁궐 깊은 곳에 보물인 양 숨겨져 있는 동궁전 앞에 서서 준석은 세자가 왕의 노여움을 샀거나 외모에 큰 하자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누가 한 나라의 세자를 이런 깊은 곳에 뫼셨겠는가. 준석은 동궁전에 들어가기에 앞서 몇 가지를 당부받았다.
 "저하께옵서 물러나라 하실 때까지 절대로 나오시면 안 됩니다. 절대로 저하의 심기를 거스르지 마시옵소서. 또한 한 번 둥궁전에 들어가시면 당분간은 나오실 수 없을 것입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 말만 떠벌리고 내관은 준석을 동궁전에 밀어넣었다. 따라 들어오지 않는 내관이 이상하기만 했다.
 동궁전 안에는 세자빈의 거처가 없었다. 이또한 기이한 일이었다. 세자가 아직 빈이 없다니.
 "저하, 오늘부로 저하께 가르침을 드리게 된 소신 이준석이라 하옵니다."
 준석이 입을 뗐다. 아무리 기다려도 들라는 명이 없어 그저 기다리기만 했다. 한참을 기다리자 그제야 문이 열렸다.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긴 동궁전 내부에는 세자가 중앙에 앉아 있었다. 세자사로서의 행동 법식이나 예우를 배운 적이 없었기에 준석은 고개를 들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 순간 고민했다 

. 그때 세자가 호들갑을 떨며 준석을 맞이했다.
 "스승님! 좋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처음 본 세자는 내관의 말처럼 이상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정상적이었다. 용모단정, 잘생긴 얼굴. 그는 그저 훤칠한 청년이었다. 단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면 그것은 세자의 나이였다. 준석과 많아 봐야 서너살 차이밖에 나지 않을 것 같은 세자의 외양에 준석은 심란해졌다. 스물을 넘긴 나이이면 이미 성인이며 배울 것은 다 배웠을 것이다. 사형이라 불려야 마땅할 것 같은데 스승님이라 불리우는 것도 어색했고 이미 배울대로 다 배운 세자를 가르친다는 것도 이상했다. 이게 무슨 일일까.
 "무엇부터 하는 것이 좋을까요. 예학을 배우는 데에 있어서는 나이가 중요치 않습니다, 스승님."
 자신의 마음을 꿰뚫어 본 듯 세자가 말했다. 날카로운 세자의 말투는 방금 전까지의 지나치게 밝은 태도와 상반되었다.
 "저하, 그럼 가볍게 논어부터 시작하지요."
 준석이 애써 태연한 척 말을 건넸다. 서책을 펴 바닥에 내려 놓고 갑자기 시작한 공부임에도 세자는 막힘이 없었다. 이를 넘어 오히려 지나치게 막힘이 없었다. 더 가르칠 게 없다고 판단하여 다른 서책, 또 다른 서책을 펴 들었으나 이미 세자는 모든 분야에 통달한 상태였다. 알면 알수록 이상했다. 그럼에도 세자는 대여섯살 아이처럼 순진무구하게 웃고 있었다. 대체 무엇이 이상한 것인지 되묻는 듯한 얼굴이었다. 


 해가 지고 나서도 준석은 동궁전을 나올 수 없었다. 궐 밖으로 나와 머물 데도 없었지만 세자는 준석을 쥐고 놓아주지 않았다. 서책이라도 읽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별달리 하는 일도 없었다. 세자가 왜 자신을 보내 주지 않는지 준석은 그저 궁금할 따름이었다. 그래서 세자가 말을 시킬 때까지 가만히 자리에 앉아 생각했다. 왜 세자는 이곳에 혼자 동떨어져 있으며, 나이를 이렇게 많이 먹을 때까지 세자빈을 들이지 않았고 이상하게 밝은 태도를 보이는지 따위를 생각했다. 세자는 기다리라는 말만 하고는 저녁문안을 다녀오겠다고 아뢰고 동궁전을 나섰다.
 한 식경쯤 지났을까 세자가 돌아왔다.
 "스승님, 밤도 깊었는데 이 곳에서 묵고 가시는 것은 어떠신지요? 침소는 이미 마련되어 있습니다."
 세자가 갑자기 말을 건넸다.
 "예...예, 저하."
 갑작스런 물음, 급한 대답. 준석은 세자의 명을 거스르지 않았다. 내관 하나 없이 삭막한 처소를 세자가 헤집으며 준석을 자신의 침소 뒤에 있는 작은 방으로 안내했다. 내관은 커녕 나인 하나도 없었다. 꿈만 같은 상황이 믿기지 않아 준석은 차라리 이것이 꿈이길 바랐으나 현실이었다. 나는 지금 도대체 어떤 곳에 갇히게 된 걸까. 착잡했다. 갇힌다는 표현이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동궁전 안에서 한동안 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세자빈도 없으니 이 자리가 세자와 가장 가까운 자리라는 것은 맞았다. 그러나 세자와 함께 침소를 쓸 자리라는 것은 평생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다.
 떨리는 눈꺼풀을 감고 준석은 세자가 마련해 준 잠자리에서 잠을 청했다. 

 이튿날 새벽, 인시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느껴지는 인기척에 준석은 눈을 떴다. 아, 저하께서 문안을 드리러 가시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너무 늦게까지 잠을 잔 것은 아닌지 서둘러 채비를 하였다. 문 밖으로 보이는 인영이 혹시 저하인가 싶어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어제 보았던 그 내관이었다.
 "일어나셨습니까."
 내관이 입을 뗐다. 어색한 물음. 내관은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씻을 곳을 알려주고 갈아입을 의복을 건넸다.
 주위를 둘러 보니 이미 세자는 없었다.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다시 돌아온 동궁전 안에는 세자만 있었다. 내관도 나인도 마치 어제와 같이 없었다.
 "스승님,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세자가 웃었다. 해사한 웃음이었다. 세자로서의 위엄은 보이지 않는 너무도 무방비한 웃음이었다.
 준석은 형식적으로 대답을 하곤 더 할 말이 없어 입을 다물었다. 침묵만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세자가 실없는 소리를 꺼내기 시작했다. 장원급제라니 정말 대단하다 따위의 였다.  

세자가 하는 말을 듣고 있다 보니 식사가 들어왔다. 세자는 이미 아침 문안을 다녀오기 전에 식사를 마쳤다고 하여 준석은 세자 앞에서 식사를 해도 되나 라는 고민에 빠졌다.
 "어서 드시지요."
 세자의 허락에 준석은 음식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저 열심히 음식만 기계적으로 삼키고 있는 준석을 세자는 그저 바라보고 있기만 하였다. 

 

 


 2 

 경훈은 세자였다. 그러나 후궁의 소생이었다. 늦도록 회임을 하지 못한 중전은 왕으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했다. 왕은 애타게 중전의 회임을 기다렸으나 적자의 소식은 없었다. 그러던 중 후궁 경빈 김씨로부터 경훈이 태어났다. 중전은 점점 쇠약해져 갔고 급기야 불경하다며 폐비가 되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던 왕은 경훈을 세자로 책봉했다. 그의 나이 고작 6세 때였다. 넘쳐나는 후궁의 자식들 틈에서 경훈은 단지 맏이라는 이유로 세자가 되었다. 천운인지 불운인지 경훈의 위로는 옹주들만 있었을 뿐 군이 없었다.
 경훈이 세자로 책봉된 지 얼마 안 가 대신들의 권유로 왕은 새 중전을 맞이했다. 영의정 오우식의 딸이었다. 어리고 어여뻤다. 경훈은 어린 나이였지만 직감적으로 일이 틀어질 것임을 알았다. 위험하다. 궐 안에서의 내 명은 내가 부지해야 한다. 그런 예감은 안타깝게도 들어 맞았고 중전은 회임을 하였다. 열 달 후 빛을 본 것은 사내아이였다. 새로운 중전, 그리고 적자. 왕의 사랑은 온통 대군에게로 쏠렸다. 경훈은 사라져가는 관심에 불안감을 느꼈지만 무엇을 해야하는 지는 알지 못했다. 세자사들은 왕의 비위를 맞춰주기 바빴다. 누구 하나 자신의 편이 없었다. 현민대군의 탄생으로 경훈의 입지는 점점 위험해져만 갔다. 한 해, 두 해가 지나가고 현민은 눈에 띄게 총명해져 갔다. 대군이 자라면 자랄수록 경훈은 불안했다. 세자자리를 빼았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정말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렇게 경훈은 스무 해를 살았다. 아직까지는 안전했다. 그러나 그 안전이, 평온이 언제까지 갈 지 몰랐다.
 점점 더 고립되어 가는 경훈을 왕은 동궁전에 가둬버렸다. 누가 봐도 현민대군을 편애하는 행동이었다. 왕의 입장에서 경훈은 그저 현민대군의 앞길을 방해하는 불필요한 서자였다. 경훈이 자라고 세상 물정에 눈을 뜰수록 왕은 누구하나 경훈의 편이 생길까 세자사도 두지 않았으며 나인도 두지 않았고 내관도 최소한의 의식주를 유지할 수 있게끔 하나만 두었다. 때가 되면 식사를 넣어주고 갈아입을 옷을 넣어 주는 등 기본적인 예우만 갖추는 정도였다. 아침 문안도, 저녁 문안도 왕은 모두 거절했으며 경훈은 몇 년째 그저 강녕전 앞만 맴돌다 올 뿐이었다. 참 잔인하다고 경훈은 매번 생각했다. 자신은 마주하지도 못하는 왕의 총애를 받으며 현민은 어여쁘게 자라나고 있었다. 천부적으로 총명하기까지 했다. 죽도록 노력해야 하는 자신과는 다른 현민대군이, 이복동생이 경훈은 참으로 원망스러웠다. 살아남기 위해 악착스러워져 가는 경훈을 지탱해줄 이는 아무도 없었다.
 경훈이 스물 여덟 되던 해, 왕은 불현듯 세자가 가엾다고 여겨졌다. 비록 적자의 앞길을 가로막는 돌이긴 해도 말벗 하나 없이 열 해 남짓을 갇혀 살아온 것에 대해 불쌍하다 여겼다. 어차피 곧 폐세자가 될 명이니 그 전에 말벗이라도 붙여 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 생각했다. 마침 과거의 장원이 세자와 비슷한 연배였다. 부모도, 형제도 없다. 세자에게 저런 천애 고아 하나쯤은 줘도 되겠다고 생각한 왕은 준석을 세자사로 붙였다. 준석을 세자사로 둔 것은 아마 왕의 자식에 대해 베풀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아량이 아니었을까. 저런 하룻강아지 둘이서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생각한 채 그저 현민대군을 예뻐했다.
 "허허, 현민대군은 어찌 이리도 총명한 것인가. 경훈군이 이 반만 따라가도 괜찮을 터인데."
 갓 스물을 좀 넘은 현민은 경훈을 어릴 적부터 경멸하고 있었다. 세자라는 칭호가 붙었음에도 왕의 자질이 보이지 않는다 생각했다. 자신이 그토록 싸늘하게 굴었는데도 늘 웃는 낯으로 자신을 대하는 것 역시 성에 차지 않았다.
 "형님, 형님은 왜 동궁전에만 계십니까. 바깥 구경도 좀 하시지요. 도통 나오질 않으시는데 시견이 넓어질 리가 있겠습니까."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만날 때마다 현민은 경훈을 비꼬았다. 그래도 경훈은 웃으며 견뎌냈다. 언젠가 자신이 왕이 되면 이 모든 수모를 되갚아 주리라 생각했다. 

 
 동궁전에 갇혀 지내며 겨우 열흘에 한 번 쯤 나갈 수 있었다. 세자는 이야기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것처럼 떠벌렸다. 그러나 결코 자신의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항상 입을 열면 나오는 것은 오늘 날씨가 참 좋습니다 스승님, 스승님 오늘은 안색이 좋지 못합니다 등등의 걱정이거나, 실없는 소리였다. 늘 반복하는 말들인데도 경훈은 항상 즐겁다는 듯이 말했다.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 것인지 준석의 입장에서는 공감해주지 못했지만 날이 가면서 이해는 해 줄 수 있게 되었다. 자신 같았어도 이렇게 적적한 동궁전에 혼자 있다간 외로움에 사무칠 것 같았다. 외롭고 외롭고 외로운 동궁전엔 항상 둘 밖에 없었다. 간혹 보이는 내관은 얼굴도 제대로 내비치지 않은 채 사라졌다. 넓은 궁 안, 극락을 모방한 지옥에 갇힌 둘은 서로 밖에 의지할 곳이 없었다. 그나마 준석이 심지가 곧은 사람이었기에 경훈은 버틸 수 있었다.
 "저하, 외로우십니까."
 "저하, 오늘은 마음 놓고 웃으셔도 됩니다."
 "저하, 마음 상하지 마시옵소서."
 언제부터인가는 준석이 먼저 경훈을 걱정해 주기 시작했다. 한 번도 본인의 의사나 과거를 표출하지 않던 경훈이었지만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보내다 보면 감정 상태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얼마나 경훈이 여린 사람인지도 알 수 있었다. 얼마나 외로운 사람이며 얼마나 아픈 사람인지도 알 수 있었다. 어느새 준석은 경훈의 삶에 있어서 단 하나의 버팀목이 되었다.  

삭막한 궁 안에서 찾은 한 줄기 빛이었다. 준석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따뜻한 위로의 말이 되어 경훈을 보듬어 주었다.
 "스승님, 제가 스승님께 지나치게 폐를 끼치는 것이 아닌가 염려됩니다."
 "괜찮습니다, 저하. 제가 저하께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 기쁘옵니다."
 "혹여 제가 불편하지는 않으신지요."
 준석은 말 없이 고개만 저었다. 이 가녀린 세자에게 자신이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을 느꼈다. 저하, 늘 해사하게 웃으소서. 

 경훈은 마냥 준석이 고마웠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 자신을 걱정해 주다니. 고마움은 눈덩이처럼 불어갔다. 고맙고 고맙고 또 고마워서 한참 밤잠을 설쳤다. 이 감정이 연모인지는 몰랐다. 단순히 고마움이라 칭하기에는 무리가 있음을 알면서도 경훈은 이를 감사라고 몰아세우고 스승과 제자의 연을 이으려 노력했다. 이곳에서 무너지면 왕의 자리에 오를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더더욱 노력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았으며 항상 준석과 낮과 밤을 함께 했다. 평소에는 적적하여 잘 나가지 못했던 뜰에도 나갔으며 함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그저 소중했다. 그러나 그 소중한 시간을 빼았길 순 없었기에 더 노력했다. 이미 올라갈 데가 없을 정도였으나 성에 차지 않는다며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무엇을 원하는 지는 준석에게 밝히지 않았다. 왕위에 오르는 것은 모든 왕자의 공통된 바람이지만 경훈은 목적이 다르고 입지가 불안정하였기에 그 탐욕을 혹시라도 준석에게 내비칠까 절대적으로 자신을 숨겼다. 마음은 보듬어졌건만 열리지는 않았다.
 준석은 그런 경훈을 열어보려 하지는 않았다. 그저 보듬어줄 뿐이었으나 보듬어준답시고 내민 손들이 경훈에게는 문을 열려 내미는 열쇠와 같았다. 이미 굳게 닫힌 문이 설마 열리겠냐고 생각했지만 준석은 자신도 모르는 새 경훈의 틈을 조금씩 비집고 들어가고 있었다.
 
 어느 날, 현민이 경훈을 찾아왔다.
 "형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천진하게 웃으며 말을 건네는 현민은 경훈과 묘하게 닮아있었다.
 "여긴 어인 일이냐."
 말을 받는 경훈 역시 웃고 있었다.
 "어이고, 세자사님도 계셨군요."
 경훈의 말을 무시하고 현민은 준석의 존재만 인지했다.
 "전해 듣던 것보다 훨씬 더 용모가 빼어나신 것 같습니다."
 현민의 말을 들은 경훈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인 일이냐 물었지 않느냐."
 차분한 어조로 다시 묻는 경훈이 준석에게 들어가 보라는 손짓을 했다. 준석은 경훈의 명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안부나 여쭐까 해서 찾아 뵀습니다. 요새는 그렇게 외롭진 않으시겠습니다. 어디, 세자사는 괜찮습니까?"
 비꼬는 말투로 묻는 현민에게 경훈은 아주 훌륭하기 없다고 했다.
 "제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양인인데. 양인이 빼어나봐야 얼마나 하겠습니까."
 경훈은 기분이 상했다. 자신과 준석을 동시에 저격하는 말에 속이 뒤틀렸다. 사람이 가르치는 것에 귀천이 어디있겠냐며 맞받아 치고는 경훈은 현민에게 본심을 털어놓으라며 추궁했다. 그러자 현민은 다시 웃음기를 띤 얼굴로 몸을 조심하라고만 하였다. 필시 경훈의 자리가 위험하다는 뜻이렸다. 한참이나 경훈은 현민과 말을 주고 받고 제 이복 동생을 돌려보냈다. 일을 조금 더 빨리 치뤄야 겠구나 하고 경훈은 준석에게로 향했다. 하늘에 땅거미가 내려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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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갓
음 서브컾은 장오야.
갓들이 재밌게 읽어줬으면 좋겠어ㅎㅎㅎ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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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
으엉어어!!! 나 이거 기다리고 있었어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사극물 너무 좋으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찌는 늘 외롭고 상처받고 그러는구나ㅠㅠㅠㅠㅠㅠㅠ근데 그게 좋다(??)ㅠㅠㅠㅠㅠㅠ좋은 글 고마워!!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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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2
써줘서고마워 ㅠㅠㅠㅠㅠㅠ 찌석도좋고 장오도 ㅠㅠㅠㅠㅠㅠㅠ쓰니갓 사랑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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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3
아 발린다ㅠㅠㅠㅠㅠㅠㅠㅠ이런 금글이ㅜㅜㅜㅜㅜㅜㅜ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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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4
발려발려ㅜㅜㅜ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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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5
기다렸어ㅠㅜㅜㅜㅜ 역시 재밌네ㅜ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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