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드라마 제작 방향은..." "이번에 홍진호씨가 맡은 역은 무엇인가요?" "아, 저는..." 기자들의 질문이 끝없이 이어졌다. 제작 방향은 어떻게 되고, 각각 인물은 어떠한지 그냥 그저 그런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었다. 그것도 한 시간 째. 언제 끝나나 싶어 이리저리 기웃대고 하품도 쩍쩍 늘어놓고 손으로 마이크도 열심히 만지작 거려봤지만 이놈의 시간은 도무지 가지 않았다. 자, 그럼 질문 시간은 여기서... 하품을 10번 넘게 했을 때쯤 사회자의 진행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끝나는 건가. 당장 마이크를 놓고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카메라 앞이라 참기로 했다. 그래. "장동민씨와 홍진호씨가 대본 리딩 과정에서 큰 소리가 오갈 만큼 큰 마찰이 있었다던데 그건 어떻게 된 일인가요?" "...네?" "아, 저기 지금은 질문 시간이..." 그냥 나가는 게 맞는 답이었는데, 씨/발. "아, 좀 오해가 있었나보네요." "오해요?" "네, 오해요. 대본 리딩 때 마찰이 있었던 건 맞지만 연기와 역할에 문제가 있어 잠시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이지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홍진호는 넉살 좋게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나를 돌아보며 특유의 웃음을 지어보였다. 웃음을... 지었... 뭐? "저희는 같은 침대에서 잘만큼 친하다고요. 그렇죠, 작가님?" 아아, 그래. 내가 저 새끼를 캐스팅한 게 내 인생 최대의 실수였다. 장동민. 소설 몇개 내놓은 이름있는 작가. 청각 장애인에 초점을 맞춰 유명세를 얻고 있는 우리를 들어주세요>를 드라마화하게 됨. 워낙 완벽 주의자라 극본에도 참여하고 꺼칠꺼칠 사포 같은 성격으로도 유명해서 사람들이 다 무서워함. 여기까지가 동민의 프로필이다. 어... 프로필이였다. "여기 이 캐릭터 이렇게 연기하는 거 아닌 것 같은데요?" "뭐가요?" "좀 더 절절하게 가는 게 맞지 않나 싶어서요. 마음 보여주는 상황이잖아요." "여긴 절절하게 가는 게 맞지 않죠. 현실을 보여줘야 하는데 너무 절절하게만 가면..." "사랑해보셨어요?" "네?" "아뇨, 꼭..." 남자 주인공 역할 홍진호. "사랑 한 번도 안 해본 분인 것 같아서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내 신경을 건드리는 새끼가 내 작품으로 기어들어오면서 완벽 주의자 장동민 인생에 걸림돌이 되어주고 있다. 이런 거 보고 싶었엉... 근데 내가 쓰면 똥망이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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