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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를 나서기 전 현민은 마지막으로 또 한번 거울 앞에 섰다. 누굴 만나러 가길래 꽃단장만 한 시간을 하냐는 룸메들의 놀림은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이제 제법 자란 결 좋은 까만 머리가 딱 예쁘게 이마를 덮었고 중간고사 때문에 며칠을 새느라 내려온 다크써클은 약간의 비비크림 덕분에 적당히 가렸다. 맨투맨 티셔츠는 백 퍼센트 자신의 스타일은 아니지만 형이 예쁘다고 했었고. 그리고 또, 현민의 시선이 어느새 거울 속 자신의 입술에 딱 멈췄다.

 

동민과 첫 연애를 시작한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동민과의 연애는 사귀기 전 혼자 이것저것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좋았다. 말 안 해도 척척 맞던 방송에서의 호흡은 현실에서 그 진가를 발휘해 취향도 식성도 잘 맞았고, 하고 싶은거, 해보고 싶은 것도 비슷했다. 둘만 있으면 의외로 더 다정해지는 동민 덕분에 매일이 말랑말랑하고 행복했다. 얼굴 못보고 통화만 해도 좋은데, 먼 거리 아니라고 해도 새 프로그램 세 개에 이런저런 행사들 소화하느라 바쁜 사람이 평일 저녁 시간에 일 주일에 한 번 이상 씩 꼭꼭 대전에 들러 한 시간이라도 얼굴 보여주고 가는 정성엔 솔직히 감동도 많이 받았다.

 

그렇지만 어느새 작은 불만도 생겨버렸다. 그들의 스킨십 진도가 가벼운 포옹에서 좀처럼 더 나아가지를 못하는 것이다. 형이랑 나랑 썸타던 시간들이 있는데 두 달이 짧은 건 아니지 않나. 요샌 키스부터 하고 연애를 시작하기도 한다는데, 내가 남자라 그런가, 맨날 애기 취급 하더니 진짜 어리다고 몸 사리는 건가, 갖은 생각을 하다가 이제는 형 보기에 내가 별로 안 예쁜가 하고 자신답지 않게 자존심 상하는 생각도 해버렸다. 나 오현민이야, 내가 이런 자존감 깎아먹는 생각을 한다고, 현민은 주머니 속에서 립밤을 꺼내 입술에 바르며 전의를 불태웠다.

 


 
*

 


기숙사를 나서 조수석에 오른 현민을 향해 씩 웃으며 인사를 건넨 동민의 손이 곧장 현민의 머리카락을 살살 헝클었다.

 

“아, 형, 만지고 나온 거란 말이에요.”
“됐어. 내꺼잖아.”

 

부루퉁한 현민의 볼에서 픽 웃음이 샜다. 시험보느라 고생했지, 몸보신하러 가자, 천천히 엑셀레이터를 밟기 시작한 동민은 흰색 셔츠에 전에 현민이 마음에 들어 했던 남색 니트를 레이어드해 입고 있었다. 와, 멋있다, 현민의 말에 전방을 향하던 동민의 얼굴이 살짝 미소를 띠었다.

 


 
*

 


공부하면서 열량 보충한다고 계속 간식을 집어먹는 바람에 살이 쪘다는 데도 기어이 본인 몫 하나까지 닭다리만 세 개를 먹게 만들더니 제 삼계탕 그릇 안에 든 인삼 뿌리까지 숟가락에 얹어 입술 앞까지 들이미는 동민이다. 어차피 이거 국물내는 용도잖아요, 쓰다고 인상을 찌푸렸지만 기어이 현민의 입 속에 밀어넣고는, 편식하면 못 써, 또 어린애 취급을 한다. 이런 건 형한테 더 필요한 거 아니에요?

 

“왜?”
“열 여섯 살 어린 애인 만나려면 관리해야죠. 자신있어요?”

 

엇쭈, 까분다, 눈가에 주름을 만들며 웃는 동민이 괜히 얄밉다. 애기 아니거든요, 애긴데 뭐, 이렇게 술 잘 먹는 애기 봤어요, 현민이 가득 찬 소주 한 잔을 단번에 쭉 털어넣었다. 오늘은 저 형이랑 뽀뽀 꼭 하고 만다, 현민이 식탁 아래서 두 손을 꽉 쥐었다.

 

 

*

 


자리를 이동해 룸이 있는 카페로 들어왔다. 동민이 먼저 테이블의 한쪽 소파에 앉자 늘 마주앉던 현민이 동민의 옆에 털썩 앉았다. 말로는 왜 이쪽이야, 하면서 오른팔로 현민의 어깨를 살며시 안았다. 형 또 쫌 있음 가잖아요, 아쉬움을 가득 담아 얘기하니 동민이 반대쪽 손으로 현민의 오른 손을 끌어다 깍지를 끼고는 지그시 눈을 맞춰온다.

 

“나 가는 거 싫어?”
-끄덕
“여기서 너랑 살까?”
-끄덕
“못 보는 새 어리광만 늘었네.”

 

찌릿, 어리광이라는 단어에 현민이 또 한번 눈을 흘겼고 동민이 깍지 낀 손에 힘을 꽉 줬다가 풀었다. 한동안 마주잡은 손을 향하던 현민의 시선이 동민의 입술로 향했다. 분명 내가 아는 못생긴 형인데, 입술도 하나도 안 멋진데, 저 입술로 얼른 뽀뽀해줬음 좋겠다. 그렇게 현민이 빤히 보고있자니 어느 순간 동민의 표정이 묘해졌다. 그리고,

 

-똑똑

 

음료를 가져온 직원의 노크 소리에 동민이 눈짓을 하며 어깨를 감싸고 있던 팔을 돌려놓았다. 에이, 망했어.

 

 

 

*

 


입술 빤히 쳐다보기 실패. 카푸치노 거품을 입가에 잔뜩 묻히고 올려다보니 한다는 소리가 오밤중에 커피 마셔도 잠이 잘 오냔다. 드립인가 싶어 그 자세로 빤히 쳐다봐도 다른 액션이 없어서 이것도 실패. 에잇, 이제 하나밖에 안 남았는데, 초조해진 현민의 심장이 카페인 덕분인지 아까 먹은 소주 덕분인지 두근두근 뛴다. 기숙사로 데려다 주고 배웅하는 동민을 이끌고 차에서 내려 현민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어느새 밤이 깊어 불이 꺼진 건물을 몇 개 지나니 소담한 가을 꽃이 핀 화단의 가운데 가로등과는 약간 떨어진 위치에 놓인 벤치가 하나 보인다. 현민이 동민의 손을 잡아 끌어 나란히 벤치에 앉았다. 둘의 시선이 잠시 주위의 꽃을 향했고 동민이 입을 열었다. 좋네, 꽃구경 하기에 또 학교만한 데가 없어. 동민의 말에도 현민은 별다른 대꾸가 없었고 둘 다 아무 말을 않자 금방 주위가 고요해졌다. 두근두근, 할 말을 고르던 현민이 대뜸 말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여기서 첫 키스를 많이 한대요.”

 

고르고 골라 용기내어 건넨 말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뜬금없고 패기돋아서 현민의 얼굴이 붉어졌다. 동민이 그런 현민의 얼굴을 보더니 킥 웃었다.

 

“우리 오현민 어린이는 첫 키스가 언제야?”
“뭐야, 그런 걸 왜 물어요?”

 

아니 이 아저씨가, 밥상을 차리고 숟가락까지 쥐어줬는데 뭐가 어째, 어젯밤 내내 고민해서 준비한 첫 키스 대작전을 이렇게 족족 다 걷어차버리는 저 아저씨 때문에 속이 터져 제 명에 못살겠다. 세상에 눈치 그렇게 빠른 사람 처음 봤다 했는데 왜 하필 이럴 때 그 눈치를 팔아먹은 거야!

 

“대학생 돼서? 아님 고등학교 때?”

 

이게 할 소리냐고, 자긴 보수적이라 전에 연애했던 얘기는 듣기도 싫다더니! 제 작전을 깨버리다 못해 박살을 내는 동민이 너무 미워서 서럽기까지 한데 그 놈의 자존심 때문에 티도 못 내겠다. 현민이 고개를 돌려 한숨을 푹 내쉬었다. 됐어요, 가요.

 

 

 

*

 


현민이 앞장서 걸으며 손등으로 입술을 문질렀다. 아까 카페를 나서면서 동민이 계산하는 사이 덧발라놓았던 립밤이 손등에 묻어났다. 에잇, 내가 뽀뽀 해주나 봐라. 뒤따르던 동민이 어느새 반대쪽 손을 잡고 현민의 걸음에 맞춰 걷고 있었다.

 

동민의 손은 남자치곤 작은 편이었지만 더 작은 현민의 손을 감싸기엔 충분했다. 지금 분명히 자신은 되게 삐쳤는데, 그런데도 지금 저를 잡고 있는 동민의 따뜻한 손이 참 좋았다. 그러다 현민은 자신이 웃겼다. 첫 키스가 뭐라고 하루 종일 고민하고, 삐치고. 근데 또 동민이 손을 잡아주니까, 옆에 있으니까 아무 것도 아닌 게 되어버린다. 벤치에서 일어설 땐 일주일은 삐쳐야지 했던 감정이 제 손을 쥔 온기에 날아가버렸다. 현민이 잡은 손을 고쳐 깍지를 끼자 동민이 걸음에 맞춰 팔을 흔든다.

 

“형 다시 운전해서 가려면 피곤하겠다.”
“그러게. 아침 촬영 김핸데.”

 

응? 집으로 가는 거 아니었어요? 현민이 깜짝 놀라 동민에게 말했다. 그런데 여길 왜 왔어요, 집에서 쉬지.

 

“매니저 형도 없잖아. 그럼 형이 운전해서 가려구요?”
“너 보러 오는건데 데려다 달랠 수 없잖아.”

 

진짜 왜 그래요, 한 번 못 볼 수도 있지, 조금 전까지 샐쭉했던 현민의 얼굴에, 눈에 일렁일렁 걱정이 가득 담겼다. 오늘따라 내내 눈치없는 말만 해대던 얄미운 입술이 어느새 제 바로 앞에 다가와 있었다.

 

-쪽
“…뭐예요! 누가 보면 어쩌려고!”

 

진심으로 당황하며 좌우를 살피는 현민의 얼굴이 어둠 속에서도 새빨개져 있는 게 보였다. 어느새 동민의 따뜻한 두 손이 현민의 두 볼을 감쌌다. 쪽, 오늘 못보면, 쪽, 다음주는 돼야 하는데, 쪽, 말라죽으라고? 안그래도 큰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그 자세로 굳어버린 현민에게 웃어주고는 손을 풀어 현민의 허리를 그러안고 이번에는 천천히 입맞췄다.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살며시 밀어넣으니 잔뜩 긴장한 현민이 느껴졌다. 서두르지 않고 조심조심 쓸어주니 서서히 긴장을 풀고 서툴게 응해오며 현민의 두 손이 동민의 어깨를 꼭 잡았다.

 

 

 

----------

 


넌.씨.눈 대장미니 x 몹시서툰 애기미니
넌.씨.눈 코스프레하고 애기 놀려먹는 장의 비화를 써서 전력에 내려고 했는데.. 오랜만에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어ㅠ
전력은 다음 기회로, 비화는 조만간에? 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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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
헤헤헤 달달하다 기분좋다ㅎㅎㅎㅎ귀여워 현미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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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2
오랜만에 장오다ㅎㅎ 아유 둘이 귀여워 죽겠다 미소지으면서 읽었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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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3
악 장오인것도 좋은데 리얼물ㅠㅠ 풋풋하고 간질간질하고 꺅ㅋㅋ
코스프레 장ㅋㅋㅋㅋ 손바닥안에서 오를 갖고놀다니 그게 또 너무 장같고 조타ㅋㅋㅋ 둘디 잔망잔망해서 귀여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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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4
아으 달다 너무 좋다 ㅠㅠㅠㅠㅠㅠ 사르르 녹을거같아 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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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5
ㅠㅠㅠㅠ달달해ㅠㅠㅠ좋아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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