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 곳곳, 더욱이 더욱 빠르게 퍼져들고 있다. 혈이 두 잇새를 비집고 금방이라도 흐를 것 같아, 악물어 버텨냈다. 너를 은애하는 만큼 버텨냈다. 계단을 다 내려오자 한방울씩 흘러내렸다. 눈앞이 자꾸만 흐려졌다. 조금만, 조금만 더 걸어가면 네가 있을 것인데 몸은 자꾸만 뒷걸음질을 쳐 가지 못하게 막았다. 그 작은 모습이, 어여쁘고 어여뻐서 감히 댈 수 없었던 모습이 더욱이 아려 두 눈에 아른거렸다. 참지못하고 터져버린 혈에 그 아이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 큰 눈이 커지더니 손에 들고 있던 잔을 내팽게치고 달려왔다. 안되는데... 여기 있으면, 안되는데... 그 커다란 눈에 또다시 눈물이 고였다. 울지말아라, 울지마라, 수야. 수야, 나의 수야. 나는 이제 네 눈물을 닦아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수야. 그러니 제발 울지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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