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연한 붉음. 황궁에서 나고 자란 욱에게는 어쩌면 익숙한 것이었다. 황제인 아비가 휘두른 칼에 통곡소리가 묻어나는 날이면 바람도, 하늘도, 땅도, 모든것이 붉었다. 허나 온통 붉어 끝을 알 수 없는 공간에서, 욱은 지독한 낯설음을 느꼈다. 대체 이것은, -황자님. 아무도 없는 텅빈 공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렸다. 누구지? 누가 나를 이곳으로 불렀나. 익숙하다. 헌데 떠오르질 않아, 이 목소리는 누구의... -어찌 그리 매정하십니까. ...부인, 부인 거기있소? 부인이 나를 이리 부르셨소? 헌데 어이하여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것입니까? 답답합니다. 어찌 대답이 없으십니까? 그리고 또 무엇때문에 저를 원망하십니까? -저는 황자님 앞에 있나이다. 헌데도 제가 보이지 않는다 하시니, 황자님의 눈이 멀어버리신거겠지요. 농담이 과하십니다. 눈이 멀었다니요. 장난은 그만두십시오. -지금 무엇을 보고계십니까? ...붉음, 붉음을 보고 있습니다. 여기는 온통 붉어 그것밖에 보이지 않아요. -그 붉음이 무엇인지 정녕 모르시겠습니까? 허면 부인은 알고계십니까? 순간, 욱은 목을 옭아매는 격통을 느꼈다. 다리가 짖이겨진듯 괴롭고, 속에서 끓는 피를 토해내고, 토해내도 끝이 없었다. 허나 그보다 마음이 허하고, 슬프고, 화가나고, 원통스러워 견딜수가 없었다. 부인...부인... -누가 목을 조르는듯 괴롭습니까? 허면 그것은 황자님의 짐을 대신 짊어지고 떠난 오상궁의 고통일것입니다. 또 다리가 짖이겨진듯 아프십니까? 허면 그것은 수가 고문을 당하며 느낀 고통이겠지요. 목구멍에서 끝없이 피가 차오르십니까? 허면 그것은 제가 살아생전 토해낸 피겠지요. 마음이 괴로우십니까? 허면 그것은 황자님이 괴롭게하거나 사지로 내몬 이들의 마음일 것입니다. 욱은 무어라 변명하고 싶었으나 끝없이 차오르는 핏덩이가 그것을 막았다. -죽기 전 단 하나의 소원이었습니다. 저를 연모해주시지 않으셨으니, 그 마음 우리 수에게 주고 평생 아껴달라 말하기까지 제 마음은 그저 평탄할거라 생각하시었습니까? 아니요! 끝없이 끝없이 밉고 괴로웠나이다. 허나 그보다도 황자님과 우리 수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컸기에 그리 부탁드렸어요. 헌데 어찌, 어찌 이 사단을 내신겝니까! 붉음, 붉음을 보고 있다 하셨나이까? 허면 그것은 제가 토해낸 원망이고, 제가 흘린 원통함이고, 또한 해수의 마음이 찢긴 상처에서 흘러나온것일겁니다. 그 피에 물들어 끝내, 눈이 멀어버린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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