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내가 네게 손을 내밀었고 잡아주었던 네 손 그리 오래가지 않아 너의 손을 맥없이 놓아주어야 했던 무능하고 서툴었던 나. 그녀와 혼인을 생각하고 바라면서 들떠있던 난 여름밤의 꿈처럼 사라진 행복을 붙잡고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고 그곳에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눈을 가려오고 널 찾으러 헤메며 걸어나갈수록 내 발목을 잡고 목을 조여오던 어둠 속에서 널 다시 찾아야겠다는 생각만으로 미친듯이 뛰어다니며 밖으로 나와보니 그곳에 마주한건 아무것도 없는 세상일 뿐 이었다. 너무 늦어버렸다. 널 지킬 수도 없었고 나의 사랑은 너무도 더렵혀져 어울리지 않는 너에게 부끄럽고 창피해 들이밀며 받아달라 매달릴 수도 없었다. 나는 내게도 기회를 달라며 부르짖으며 후회와 속죄 속에서 하루하루 시들어져 갔다. 다시한번의 기회가 내게도 찾아온다면 널 그렇게 두진 않을테니 너덜너덜 해지고 서툰 사랑이 아니라 견고하고 빛나는 네게 어울리는 사랑을 선물 할 수 있었으면.. . . . 500년뒤 쯤, 그러니 고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모든게 새롭지만 빛이 없던 세상에서 나는 널 지키려고 다짐했다. 신분도 가문도 지키지 않아도 되었지만 희망도 색도 없는 세상 일지라도 네 곁에 있을 수 있다면 그것쯤은 감당할 수 있을테니
드디어 애달프게 그리고 기다려왔던 네가 드디어 내게 와주었고 난 그런 널 놓을 수 있을리가 없었다.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선생이된 이는 그녀를 내 옆에 앉혀주었고 난 놀랍고 행복감에 널 껴안고 싶은 맘을 참고 애써 무덤덤하게 웃으면서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반장?" "네.." "네가 새로온 전학생 잘 도와줘, 알겠어?" "네, 알겠습니다" "쟤 옆에 가서 앉아" 조금은 낯선지 위축된 네가 옆에 앉자 귀여워 미소를 숨기지 못한채 인사를 나누었다. 하고 싶은 말은 너무도 많지만 우리의 일을 모르는 네겐 할 수 없는 말들을 꾹 참으며 처음본 사람인척 하였다
"조선인들은 하나같이.." 비열하게 웃으며 그를 개 패듯이 때리던 그 선생을 노려보며 말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아이를 위해서 난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던 나였다. 괜찮다며 살짝 웃어보이며 나를 보며 나서지 말라는 입모양에 넋을 잃은듯이 굳어버렸다. 미안함에 울면서 욱이 에게 가서 상처가 생긴 얼굴을 바라보며 미안하다는 말만 되뇌였다 "왜 그랬어..응? 바보같이 왜 맞기만 하냐구.." "그럼 어떡해..너나 나나 퇴학 당하고 너 가만 둘 사람 아니야, 그냥 내가 맞고 끝날 수 있으니까..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거야, 울지마"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내 머리를 힘 빠진 손으로 살살 쓰다듬어주고 일어났다. 그아이를 달래주고 데려다 주곤 평소처럼 둘이서 걸어가다 수는 문득 욱을 보자 볼에 생긴 생채기를 보곤 미안함에 가지고 다니던 연고가 생각나 급하게 욱의 손을 붙잡곤 계단 위에 앉혀서 연고를 발라주었다 "미안해 하지 말라니까..나 진짜 괜찮아" "왜 안미안해..너 같으면 안미안하겠어?" "너 였으면 미안하겠지만 나라서 괜찮아, 이번엔 지켰잖아" . . . "수야"
"응? 왜그래..욱아 어디 아파?"
"좋아해, 처음부터 좋아했어..받아줄거지? 대답해줘. 나혼자 좋아하는거 아니라고.."
"좋아해..나도" 놀라서 널 바라만 보다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좋아한다고 말 해주었다. 긍정적인 답을 받지 못할까 걱정하는 널 위해 또한 너를 향하는 내 감정을 위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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