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눈물이다. 또 그 꿈, 그 남자, 해수라는 낯선 이름, 도대체 누구길래, 도대체 무엇이길래 나는 이 꿈을 꿀 때 마다 울면서 깨는지도 모른 채 오늘도 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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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빠져 죽을 뻔하고 깨어난 이후로 불규칙적으로 자꾸 꾸는 꿈, 변화도 없이 이어지는 이 꿈. 너무 오래 자서 뇌가 정신을 못차리는 걸까. 언제, 뭐때문에 꾸는지도 모르는 꿈 때문에 회사에 나갈 때마다 부은 눈을 가리는 게 가장 큰 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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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고려화장전시회 지원나간다고 해서 신경쓰고 있었더니, 이래서는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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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를 마치고 행사를 진행하던 중 어떤 아저씨가 말을 걸어온다. 아까 옆쪽에서 설명하시던 분 같았는데. 직원분이 아니셨던 걸까? 뜬금없이 오셔서는 성이 고씨냐고 물어보신다. 고려에서는 해씨였던 가문이 고씨가 된 것을 아시냐는 질문에 오늘 행사와 맞게 기막힌 우연이라며 대답한다. 우연이란 없다고 대답하시고 그 분은 다시 여기선 장미향이 많이 나는 것 같다며 물어오신다. 불가리아 로즈오일이 든 세럼을 설명하던 중 머리에서는 목소리가 울린다. ‘그렇게 힘들게 구해 온 보가리아 장미기름을 여기 넣은거냐?’ 그 목소리가 의아해 멍해져있자 괜찮냐며 물어오시는 그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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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며 눈 앞에 보이는 비비크림을 들고 설명을 시작했을 때, 또 다른 목소리가 머리에서 울린다. ‘이제부터 각오 단단히 해야할거다. 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널 놓지 않는다.’ 꿈에 그 남자의 목소리다. ‘너는 내 사람이다.’ 계속해서 울려오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릴수 없어 휘청거린다. 그만 하고 들어가보라는 동료의 말에 그냥 들어가기는 싫어져 행사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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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속화전.. 뭔가 끌리는 이 곳으로 발길을 들였다. 익숙한 풍경. 꿈속에서 보던 그곳이다.
내 꿈의 배경은 고려였나보다 생각하다 사진 하나하나에 익숙함을 느낀다. 꿈이 아니었다. 진짜 내가 겪은 것들이었다. 그리워하던 그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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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진을 보던 중 찾은 광종의 초상화. 그래 당신이었다. 내가 사랑하던 그리워하던 당신이었다. 그 옆에 당신이 혼자 그 큰 황궁 앞에 서 있는 그림. 미안했다. 당신을 혼자 내버려 둘 수 밖에 없었던 내가 너무 원망스러웠고, 그토록 아파했을 당신에게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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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속을 가득 채우는 얼굴 중, 당신이지만 당신이 아닌 얼굴이 있다. 고려가 아닌 곳에서의 당신, 황제복이 아닌 일상복을 입고있는, 틀어올린 머리가 아닌 짧은 머리를 하고 있는 당신. 우린 이 곳에서 만난 적이 있다. 당신은 이 곳에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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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난 곳이 어딜까 기억을 되짚지만 쉽지 않다. 당신과의 만남을 되짚어 본다. 우리 매장이다. 당신은 날 찾아온거다. 왜, 왜 기억하지 못했을까. 난 왜 당신을 알아보지 못했을까. 당신은 날 알아볼까? 찾아온게 아닌 우연이면 어쩌지? 갑자기 아까 그 아저씨의 아니 지몽의 대답이 떠오른다. ‘우연이란 없다.’ 당신과 나는 다시 만나야만 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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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실을 깨닫고 며칠을 기다렸다. 꿈만큼이나 자주 봤던 당신은 왜 나타나지 않는걸까? 꿈마저 꾸지 않아 당신을 그리고만 있다. 혹시 그 불규칙적이던 꿈은 당신을 만난 날들 꾼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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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저러한 생각들을 하며 멍하니 있다 매장문 앞에서 당신을 본다. 그렇게 기다리던 당신이 내 눈앞에 서있다. 일부러 다가가 말을 건넨다. “혹시 저희매장 찾아온거면, 들어오세요.” 남자 혼자 들어오기 민망한지 쭈뼛대다 겨우 들어오는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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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으시는 물건이라도 있으십니까?” 딱딱한 말과 반대로 옛날 그 웃음을 보이며 대답해온다. “혹시 흉터를 가릴 수 있는 화장품이..” 눈 옆 자그마한 흉터가 보인다. 예전과 같은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훨씬 작지만. 컨실러를 보여주고 테스팅까지 마친 후 그를 보낸다.
“감사합니다. 또 오십시오.” 웃으며 문을 나서는 그를 이대로 보내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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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니라는 생각에 뛰쳐나가 그를 부른다. “저기요!!” 뒤돌아보며 할 말이 있냐 물어본다. 무작정 부르고는 할 말이 없어진다. 자초지종을 얘기하면 미친사람처럼 보일텐데..
“혹시 저 모르세요?” 뜬금없는 질문이 마음대로 튀어나간다. “음. 잘.. 매장 근처 지나가면서 직원으로 계속 계셨던 건 본 것 같은데 그거 말고는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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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역시 기억할 리가 없다. 날 놓지 않겠다던 사람은 그 오랜 세월을 거치며 기억을 잃었을 거다. 하지만, 이렇게 만난 게 우연은 아닐테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보내야 할지, 붙잡고 뭐라도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내 앞의 이 남자는 얼굴 가득히 웃음을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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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사람으론 생각말고 들어주세요.” 너스레를 떨던 남자의 눈이 떨려온다. “해수.. 해수야..” 눈가에 열이 오르며 눈물이 차오르는 걸 느낀다. “기억한 거냐. 이제야, 얼마나 기다렸는데.. 이제야”
맞다 당신이 맞다. 당신은 날 기억하고 있었다. “미안, 미안해요. 사랑해요.” 매장 근처 골목 한 귀퉁이에서 울며 서로를 안는다. 드디어 만났다. 드디어 이제 사랑만 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랑해요. 그리웠어. 미안하고 미안했는데, 기억 못하는 동안도 너무 보고싶었고 사랑했어.”
“이제, 이제 됐다. 만났으니 다시 사랑할 수 있게 되었으니 다 된거다. 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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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사랑만 하자. 피비린내 나는 황위싸움도. 신분도 뭣도 없는 이 세계에선 마음껏 사랑만 하자 부디, 행복하게 사랑만 바라면서
(아이디 없는 친구를 대신해 아이디를 빌려 준 착한 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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