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지는 건 한순간이다.
같이 길을 걷다 273 버스를 타고, 앞자리에 네가 앉았고 난 네 뒤에 앉았다.
신난 듯 조잘거리던 네가, 버스에 타자마자 조용히 앉아 창밖을 봤다.
난 그런 너의 뒷통수를 본다.
그 순간이었다. 말끔한 네 귀와 단정한 네 뒷머리. 하얀 볼과 예쁜 코.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버스에서 내려, 버스에서 타기 전과는 다른 내 감정에 심장이 간질거렸다.
네가 조잘거리는 목소리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알베?"
"응?"
"너 내 얘기 듣고 있어?"
"어? 어."
"뻥 치지 마. 아까부터 딴생각하는 것 같구만."
"아니야, 다 듣고 있어."
믿어주겠다는 듯이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목소리에, 난 이번엔 대답을 한다.
"이제 취업준비도 해야되구, 용돈받기도 좀 그래."
"응."
"...너 내 얘기 안듣지? 응, 만 하면 대답이냐?"
네가 얄밉다는 듯이 내 팔을 툭, 친다.
그제야 난 정신을 차리고 네 어깨에 손을 올린다.
"위안."
"왜그래, 갑자기..."
"나랑 연애할래?"
무슨소리냐는 듯 눈이 동그래진 네가 걸음을 멈추고 날 본다.
눈동자 흔들리는 것까지 느린 화면처럼 보여 웃음이 나왔다.
"장난쳐?"
웃는 모습에 장난이라고 생각했는지 위안도 웃음을 머금는다.
"장난 아니야."
"...갑자기?"
"그냥 갑자기 알게 됐어. 나 너 좋아하는 거."
"...지난주에 내가 커밍아웃해서 그래?"
"커밍아웃 안했더라도 그랬을걸?"
제법 진지해진 얼굴로 묻더니 이내 얼굴을 붉힌다.
"넌 무슨 고백을 길바닥에서 해..."
"그럼, 밥먹으러 가자. 거기 가서 다시 할게."
내 말에 네가 웃는다.
"나 너 찰건데?"
"왜? 나 정도면 나쁘지 않잖아."
"아니거든?"
"받아줄때까지 고백할거야."
부끄러운지 총총 앞서 걷는 네 뒤를 따라 걸으며, 네게 농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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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오랜만에 청게 알장이 보고 싶어서 씀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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