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걸어왔단 뜻이리라 화급히 바빠야 할 일은 없어서 나도 그 위에 앉아 신발을 벗는다 그렇게 너와 나와는 참 멀리 왔구나 어디서 왔느냐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느냐 어디로 가는 길이냐 물으며 하늘을 보는데 무엇이 그리 무거웠을까 부러진 가지 껍질 그 안 쪽으로 속살이 썩어 몸통이 비어가는데 그 속에 뿌리를 묻고 풀 몇 포기가 꽃을 피워 잠시 느티나무의 내생을 보여준다 돌아보면 삶은 커다란 상처 혹은 구멍인데 그것은 또 그 무엇의 자궁일지 알겠는가 그러니 섣불리 치유를 꿈꾸거나 덮으려 하지 않아도 좋겠다 때 아닌 낮 모기 한 마리 내 발등에 앉아 배에 피꽃을 피운다 잡지 않는다 남은 길이 조금은 덜 외로우리라 다시 신발끈을 맨다 A형에 나왔던 백석 시도 그렇고 이것도 그렇고 참 좋다ㅠㅠ 풀면서 눈물 핑 돌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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