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21살이고 고등학생 여럿 과외 하면서 고딩들이 주로 무슨 고민하는지 옆에서 지켜봤고 그것들 대부분이 나 또는 내 친구들이 한 번씩은 했던 고민들이더라고!
게다가 이 방 오늘 처음 알았는데 이 방에서도 많은 고등학생 친구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는 걸 보고 내가 가르치던 고딩들한테 자주 해 주는 몇 가지 얘길 해 주고 싶어서 이 글을 써
고딩 고딩 하는 거 좀 불편하게 들릴지라도 이해해 주라 ㅠㅠ 절대 낮춰 부르거나 그런 게 아니야 오히려 고딩이라는 어감 귀여운 것 같아서 좋아함... ♥
굉장히 주관적인 충고일 수 있으니 알아서 걸러서 들어줬으면 좋겠어~
1. 1학년 1학긴데 내신을 완전 망쳤어요 ㅠㅠ 정시 준비할까요?
나는 고등학교 1학년을 젤 많이 가르쳐 봤는데 이 말 하는 애들이 꽤 많더라고 근데 나는 그럴 때마다 '바보 같은 소리'라고 해
여전히 요즘 대세는 수시야 내신 따기 극한 상황인 특목고처럼 예외가 아니면 무조건 내신 준비해야 돼 그렇기 때문에 내신 준비=수시 대비라고 봐도 무방한데,
수시에 들어가는 성적은 3학년 1학기까지니까 1학년 때부터 따지면 총 5학기의 성적이 들어가는 거야
한 학기는 중간, 기말 두 개의 시험이 있지? 그럼 우리는 총 10번의 시험을 보고 그 성적으로 입시를 하게 되는 거야
근데 1학년 1학기면 10번 중 딱 2번의 시험, 즉 20%만 차지하는데 이거 망쳤다고 내신 버리고 정시 준비하겠다는 건 큰 그림을 못 보는 사람이야
당연히 1학년 1학기도 망치는 것보단 잘 보는 게 낫지 근데 저거 망쳤다고 1학년인데도 아 난 정시파인가 보다 ㅇㅋㅇㅋ 하는 건 바보 같은 소리야
더 자세히 설명해 주자면 대학교마다 학년별 성적 반영 비율은 달라 보통 1, 2, 3학년 순서대로 1:1:1로 들어가는 학교들이 많은데 20:30:50로 넣는 학교들도 많아
이 말은 곧 1학년의 두 학기가 20퍼밖에 안 된다는 거고, 한 학기는 10퍼, 중간 고사와 기말 고사는 각각 5퍼센트밖에 차지를 안 한다는 거야
이래도 포기한다는 사람들 있으면 과연 내가 눈 앞에 있는 것 때문에 큰 걸 놓치고 있진 않은지 돌아봤으면 좋겠다
2. 수학 싫은데 이과가 대학을 잘 간다길래 이과 가려고요... 근데 자신이 없어요
수학은 문과나 이과나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과목이잖아 나는 고등학교 때 수학을 굉장히 좋아했는데도 성적이 생각만큼 잘 나오지 않아서 고민이었거든
게다가 수학은 거의 문/이과를 가르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수학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도 많을 거야
나는 수학 때문에 문/이과를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이런 것들을 중점적으로 고려해 보라고 하고 싶어
첫째, 이과의 수학의 양과 깊이를 과연 내가 버틸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이과를 나왔는데 나 때는 고2, 고3 동안 이과가 배우는 수학 과목이 총 네 과목이었어 수학 원, 투, 적분과 통계, 기하와 벡터
반면에 문과 친구들은 고2, 고3 2년 동안 배우는 수학 과목이 두 과목이었어 수학 원, 미분과 적통 기초? 기본? 미통기 미통기 하던데 내가 이과 나와서 잘 모르겠다
암튼 이렇게 같은 시간 동안 배우는 양이 두 배가 차이 나 솔직히 얘기하자면 두 배보다 더 나
문과 과목인 미통기 보니까 좀 어려운 이론은 다 빠져 있더라고(문과 무시가 아니라 문/이과 선택하려는 친구들한테 현실적으로 얘기해 주고 싶어서)
이렇게나 수학에 대해 배우는 정도와 깊이가 달라 그러니까 자기가 수학을 정말 싫어하고 생각만 해도 짜증 나는데 그걸 이길 자신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면 조금 힘들겠지?
둘째, 사회 좋아한다고 문과에 맞는 거 아니고 과학 좋아한다고 이과에 맞는 게 아니다, 즉 탐구 과목이 문/이과의 핵심 기준은 아니다
물론 문과에 갈 사람이 사회를 좋아하면 수업 때 굉장히 즐겁게 들을 수 있고 공부도 즐겁게 할 수 있겠지 근데 문이과를 가르는 데 중요한 기준은 탐구 과목이 아니란 걸 말해 주고 싶었어
나 고딩 때만 해도 나도 과학 싫어했는데 이과 가서 아무 문제 없었고, 내 주변 친구들 봐도 과학 싫어했지만 고3 때 빡세게 하는 몇 달로 성적 잘 받아 간 친구들 많아
그리고 탐구 과목이 수학에 '비해' 덜 중요한 이유를 입시면에서 얘기해 주자면
많은 대학들이 3년 내내의 모든 성적을 다 보지만 몇몇 학교는 문/이과가 갈라지는 2학년 때부터는 문과: 국, 영 필수, 수/사 둘 중 성적 잘 나온 것 선택, 이과: 수, 영 필수, 국/과 둘 중 성적 잘 나온 것 선택 이런 식으로 내신을 반영하기도 해 ('저런 학교가 있다고? 안 좋은 학교 아냐?'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인서울 대학 중에서 저러는 데 꽤 있어)
이 말은 곧 이과에서 과탐 성적은 수학보다 뒤로 쳐 줄 수도 있다는 거야 그래서 탐구 과목은 수학보단 비교적 큰 상관이 없어
그리고 지금 이 고민의 주 내용은 단순히 '이과가 대학을 잘 간다'라는 이유 때문에 수학이 싫은데도 이과를 갈지 고민하고 있는 거잖아
솔직히 이과가 문과보다 대학을 더 잘 갈 수 있는 확률이 높은 건 맞아 예를 하나 들어 볼게 맞혀 봐
-생명공학과(예시)에 진학할 수 있는 곳은? 문과 or 이과
-국문학과에 진학할 수 있는 곳은? 문과 or 이과
첫 번째 문제의 답은 이과고, 두 번째 질문의 답은 문/이과 둘 다에 해당돼(그냥 예시야 문과가 지원할 수 있는 공대도 얼마든지 있어)
이유가 뭐냐면 공대나 의대는 과학적인 지식을 기본으로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필수적이고 문과가 많이 간다고 알려져 있는 국문학과와 같은 인문대의 경우에는 그런 제한이 비교적 없기 때문이야
그래서 이런 데서도 기회가 좀 갈리는 거야 게다가 이과는 의, 치, 수라는 특수 케이스가 있어서 거길 지망하는 사람들은 거기만 봐 한 마디로 그들만의 리그라는 거지
그렇게 최상위권 학생들이 그쪽으로 몰려서 제외되면 나머지의 학생들은 나머지 자리를 가지고 싸움 하는 거야 그니까 최상위권 학생들이 없어짐 -> 경쟁이 비교적 수월해짐
이런 점들 때문에 이과가 문과보다 대학을 더 잘 간다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 같은데, 이것만 보고 문/이과를 정하는 건 좀 성급해
자타공인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 서울대 알지 거기 문과 출신들은 못 가? 그럼 그 다음으로 좋은 대학교인 연고대는? 거긴 다 이과 출신들이야?
그곳에도 인문대, 사회대 등 다 있고 문과 출신 학생들도 굉장히 많아 문과라고 대학을 '못 가는 건' 아니라는 것 다만 이과가 좀 더 쉬워 보일 뿐
잘할 친구들은 어딜 가든 잘할 거야 그니까 자기가 하고 싶은 꿈이 있는 곳 앞으로 남은 2년 동안 고등학교 생활을 잘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곳 성적을 잘 딸 수 있을 것 같은 곳을 잘 고민해서 선택하길 바라
3. 저는 고3인데 담임 선생님이 제가 원서 쓰고 싶은 곳은 위험하다고 다른 데 쓰래요
나는 고3들한테 얘기해 주고 싶은 가장 첫 번째는 무!!!!!!!!!!!! 조!!!!!!!!!!!!!! 건!!!!!!!!!!!!!!!!! 자기가 쓰고 싶은 곳 쓰라는 거
안정 하향 상향? 이런 거 너무 신경 쓰지 마 선생님이 여긴 좀 상향이라고 꼭 넣고 싶은 곳인데도 넣지 말래? 그냥 써
고3쯤 됐으면 1학기 끝나고 선생님들이랑 면담하면서 자기 성적 넣고 자기가 가려는 대학교, 과 상향인지 적정인지 하향인지 나온은 프로그램 꼭 돌려 볼 거야
고3 때는 상향, 적정, 하향 이 두 글자밖에 안 되는 단어에 굉장히 맘 졸여 해 여태껏 노력한 결과가 그 두 글자에 달린 것 같거든
근데 그런 거 너무 믿지 마 '단순 참고'용으로만 써 아~ 이런 사람들이 여기 갔구나~
여태까지의 입시 실적은 무조건 '과거'야 지금 고3들이 하는 현재 진행형 입시가 아니라는 말이야
그게 평균적인 사람들의 성적을 나타내 줄 뿐 각자의 입시 결과를 점쳐 주진 못해
입시가 얼마나 변동이 많은 시장인데 아무도 예측 못 해 입시 전문가들도 과거의 평균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합격하지 않을까요?' 하는 거지 '합격합니다' 장담 못 해
실제로 나 때도 그랬어 나 입시 때 유일하게 예비를 받은 학교가 있었어 그 학교 입결을 찾아보니까 전 년도, 전전 년도, 그 전전전 년도 모두 다 내가 지원한 과의 예비는 마지막까지 2명밖에 안 빠졌더라고
나는 8번이었어 아 누가 봐도 내 차례까진 안 오겠구나 했는데 그 해에 이례적으로 7명이 빠졌어 그니까 내 앞에서 예비가 끊긴 거지
이런 게 입시야 누가 예비가 그렇게 많이 빠질 줄 생각이야 했겠어?
그니까 선생님들이 하는 말은 그냥 참고용으로만 들어 꼭 쓰고 싶은 곳은 썼으면 좋겠어
사람이 되게 웃긴 게 선생님이 쓰라는 대로 써서 합격하면 그냥저냥 웃으면서 다닐 순 있어도 선생님이 쓰라는 대로 써서 다 떨어져 버리면 그 모든 원흉이 선생님이 되는 거거든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써서 실패한 것보다 남 얘기 들어서 실패했을 때가 더 배 아픈 거야 후회도 안 되거든 탓할 상대가 남인데 그 남은 뭘 어떻게 해 줄 수가 없거든 재수 학원비를 대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너무 터무니없이 상향으로 지르거나 하면 자기 자신을 좀 돌아볼 필요가 있지 내신 5등급이 무조건 서울대를 지망한다거나 이런 케이스면 원서비 버리는 거야
쓰기 전에는 굉장히 쓰고 싶은 내용이 많아질 것 같았는데 쓰고 보니 없네 훈계질 하는 거 아니고 고등학교 생활 하면서 되게 많이 힘들잖아 몇 시간 못 자고 공부하는 데다 주말에도 공부하고, 방학 때는 뭐 쉬나 보충 나가야지 이런 상황이잖아 나도 그랬거든 3년 내내 주말까지 야자 하면서 정말 답답하기도 하고 고3 때 탈모까지 왔을 정도로
그럴 때마다 주변에 조언해 줄 언니, 오빠 하나 없는 게 그렇게 서럽더라 뭐 현실적인 조언이나 충고 같은 걸 원하는 게 아니라 겪어 본 사람의 힘내 한 마디를 듣고 싶었는데 나는 주변에 아는 선배가 없어서 그게 좀 힘들었어
그래서 대학교 와서 고등학생들 가르치면서 단순히 수업만 하는 게 아니라 입시 멘토도 해 주고 자소서도 봐 주고 하는데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나는 비록 익인들과 떨어져 있겠지만 항상 응원할게 지금 시험 기간일 텐데 좀만 버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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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 마음을 돌리고 싶습니다.blind(쉽지않은 블라 대동단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