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익들아 이번에 재수해서 311221 나온 문과익이야.. 목표는 시립대였는데 국어때문에 광탈.. 정말 가고싶었는데.. 나 진짜진짜 열심히 했거든? 말도 안하고 공부하고 불평도 안하고 우리집 빚더미에 앉은 상태였어도 남들 다 듣는 유료인강 못듣고 교과서랑 기출로만 공부했을때도 불평불만 하나도 안했어 우리집이 빚더미에 앉은 이유가 아빠가 도박하고 바람피고 정신 못차리고 계속 대출받아서 이렇게 된거거든 아 나 현역때 엄마가 모아놓은 내 대학등록금도 자기가 몰래 썼었고 내가 중학교때 받은 장학금도 다 자기가 씀 어디다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술마시고 밥도 그냥 안먹었어 꼭 찌개는 하루에 하나씩 바꿔가면서 먹어야 했었음 우리엄마는 공장에서 힘들게 일하셔서 나랑 내동생 학교보내고 아빠 술주정 반찬투정 다 받아주면서 사셨거든 나 재수할때도 맨날 나한테 소리지르고 자기 맘에 안들면 쌍욕은 기본이고 그랬었거든 그래서 내가 진짜 너무 싫어했었어 차라리 죽어버리라고 맨날 기도했었어 근데 나 수능 50일 조금 안남았을때 엄마한테 전화가 온거야 아빠가 뜬금없이 지금 위독한 상태라고 그래서 택시타고 응급실로 갔는데 뇌출혈이래 고혈압을 가지고 있었는데 약먹기 싫다고 안먹다가 뇌가 터진거래 당장 수술해도 죽을 확률이 높고 안하면 죽을거래 수술해서 살아나도 중환자실에서 평생 식물인간으로 살거래 우리집 안그래도 아빠때문에 맨날 빚에 쪼달리고 독촉장 오는데 병원비 낼 자신이 없어서 수술 포기하고 결국 아빠 돌아가셨거든? 근데 내가 평소에 엄청 증오했어도 갑자기 죽은거니까 내가 충격받아서 거의 수능 막판 50일 중 30일을 날렸어 아예 공부 못한건 아닌데 정신과약 먹으면서 했거든 정신과약 먹어본 익들은 알겠지만 약 진짜 독하거든?? 먹으면 정신을 못차려 가만히 있어도 막 자 수능끝나고 저 성적 받고선 보니까 나 불평 하나도 안했었거든? 근데 왜이렇게 내인생이 불쌍한지 모르겠다 계속 드는 생각은 그때 아빠가 죽지 않았더라면? 우리집이 잘살아서 내가 제대로된 교육받고 건강한 정신으로 자라서 수능을 쳤었다면? 10만원짜리 인강이라도 들었더라면? 이런생각뿐이야 너무 억울해 익들아.. 혹시 여기까지 읽은 익들 있으면 너무 고마워 새벽에 푸념 좀 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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