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글임 그리고 주관적임. 지겹다면 미리 사과...)
현재 수능 성적표 받고 온 고3이야
근데 사실 난 중3 때, 어느날 갑자기 京都 대학교에 꽂혀서
고등학교 생활동안 일본유학을 준비했어
유학학원에서도 상위권이길래 솔직히
겨우겨우라도 합격은 할 거라 생각하고 공부했거든
고시원에서도 멘탈 깨져도 버티고,
성격 안좋은 애들이 견제해도 이 악물고 버텼는데
필기 붙고, 면접까지 봤더니 추천이 안됐어
하핳.
그게 올해 9월까지의 이야기야
그때 별로인 애들도 붙은거보고 납득이 안 돼서ㅋㅋㅋㅋ....
진짜 엄청 울었어..
내 인생 노답인 것같고, 속상하고....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 아빠한테 너무 미안한 거야
없는 살림에 윗 형제는 재수, 아래 동생도 고1됐고...
유학학원도, 고시원도 설득하고 졸라서 겨우 다녔던 건데
그냥.. 엄마아빠에게.... 내가 너무 식충이 같더라고
(그때 한참 자존감이 떨어졌어서.. 격한 표현 불편했다면 미안해)
그래서 엄청 멘붕이 왔어
엄마는 위로해주셨지만 '...'상태이시고 아빠는 나보고 한심하다, 그걸 못하냐 욕하고..
그런 상황에서 선생님이랑 상담을 했는데
내가 재수할 생각있다고 하면서
9월에 수시 6상향 썼어ㅋㅋㅋㅋㅋㅋ(여자는 배짱임^^....흒)
혹시 내신이 궁금하다면 1학년 때는 낮았다가
2학년 때 후배가 '언니 ㅠㅠ저 내신이 망해서 유학준비할까봐요~'
라는 말에 빡쳐서 올렸었고, 3학년 때 다시 떨어졌어
그리고 수시 쓴 사람은 알겠지만
원서넣고 2~3주동안은 걍 공부 집중안돼ㅋㅋㅋ
그래서 한 9월 말까지
주변 친구들까지 걱정할 정도로
게임하고 놀기만했어ㅋ....ㅋㅋ...... 덕질도 하고
그리고 나 3학년 때는 내내 모고를 안봤었다?
일자로 쭉 찍고 냄.
여기까지만 들어도 노답이져? 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
어쨌든 이 모지리는 한창 놀다가
9월 마지막 주 주말이 되니 갑자기
수능은 한 번 준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뭔가...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수능은.. 좀 의미있는 사건이잖아?
그치만 그 때 나 스스로도 반신반의 했어
'애들이 미친듯이 6개월동안 달려온걸 내가 지금 할 수 있을까?'
'ㅅㅂ인서울 못하겠어?'
라는 마음이 엄청 충돌했어ㅋㅋㅋ
어쨌든 그래서 폰도 안가지고 다니고,
공부는 해야겠는데
수능특강은 양이 너무 많아서 시작할 엄두가 안나더라고(독서만 좀 읽어봄)
그래서 상대적으로 만만한 수능완성을
뻥 안치고 거의 일주일에 한 과목씩 풀어내기 시작했어
이 때 삘 받았는지 뭔지 진짜 독하게 했음ㅠ
사탐 하다가 지겨우면 수학하고,
수학하다가 토할 것 같으면 국어하고,
국어하다가 멘붕오면..
이런거 안나올 거라고 자기합리화하면서 영어하고(근데 나옴)
그리고 나는 ㄹㅇ ebs책만 썼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단순무식해서 연계율을 믿었거든
무엇보다 사설 잔뜩 풀면 더 멘붕올까봐
결과는 평가원 XX지만...
쨌든 이 때 한창 문제 풀다보니 자신감이 서서히 생기기 시작했어
좀 아는게 생기긴했으니까ㅎㅎ
근데 10모 때 서울교육청이 전국 수험생들에게 빅 엿을 주었지
음 마치...
계단 올라오라길래 올라갔더니
위에서 밀어 떨어뜨린 기분?
(혹시 신의탑 라헬 앎? 교육청이 거의 라헬이었음)
쨌든 여기서 이미 멘탈 구제 불가능이더라고
근데 막상 노답길로 돌아오니까
또 다시 근자감이 다시 샘솟기 시작함
그래서 자기 합리화를 완성하기 시작했져
'긴장할게 뭐있니 생각해보면 니 입시 인생은 이미 9월에 끝났단다'
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 해짐
물론 불안함도 조금은 있을 수밖에 없지만..
마치 우주의 공허함을 깨닳은 현자마냥 겁나 편안해짐.
그렇게 두근두근 수능 당일이 됐어
근데
근 한 달동안의 세뇌효과인가
ㄹㅇ 1도 안떨리고
고사장에 우리반 친구들도 많아서
걍 1,2학년 때 모고 보던 기분인 것임
올ㅋ 이라 생각하며 국어를 펼치고 풀기 시작함
마라톤 대회? 응 그래 좋은 의도야
로봇세? 뭐라는 거지
라고 생각하며 화작을 넘기고
문법 보는데 뭔가 이상한 것임
나는 모음 문제가 이렇게 나온 걸 본 적이 없숴
중세국어도 앵간히 좀 내주지 이건 뭘까..?
이미 멘붕이 약간 온 것같지만
중간에 멘붕오면 안된다고 들었으니 쿨하게 찍고 넘김
근데 손목시계를 확인하니 이상함
9시 10분인 것임 (띠 용)
저처럼 앞부터 푸는 사람들은
보통 9시 전에 문법까지 끝내고 문학 슈샤샥 풀어야
비문학 집중 가능하다는게 학계의 정설인거
다들 ㅇㅈ하시죠
그렇다. 나의 국어는 소생불가능 상태로 달려가던 것임
이때 갑자기 뇌리로
'아무리 내가 못한다고 해도 한국인인데 나만 이럴리 없다. 필시 평가원의 빅엿을 모두가 맛보고 있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스쳐감
그 생각을 하자 미.친 사람처럼 비실비실 웃음이 나오기 시작했어
그 상태로 문학 넘어가서
한국인의 얼을 담아 풀었다
(아는거 체크하고 모르면 느낌으로 찍었단 뜻임)
대망의 비문학
나는 내가 정신병이 온 줄 알았어
왜냐면..
한 문제에 답이 2개씩 보이더라고 ;_;....
그래도 코카콜라 박사님을 시간이 촉박하니 랩으로 부르며 가까스로 찍어 넘겼어
그렇게 거의 고비를 넘은듯했던 순간
31번이 우리에게 다가왔지
나는 이미 노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동요도 하지 않고 <보기>의 그림 주변에 하트를 그리기 시작했어
어차피 찍을 거지만 약간의 성의를 보여야 할 것 같았거든.. ㅠ
그렇게 국어시간이 끝나고
수학시간에라도 정신을 차려야 할 것같더라고
열심히 풀어넘겼어
영어..?
나는 국어 때 한국인 자격 박탈됐는데 영어 덕분에 다시 귀화했어
물론 한국사도 올해 쉽게 나와서 한몫함
사탐은 법정 사문봤는데
그냥 빨리 끝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봤다
수능완성이 생각보다 잘 되어있어서 이건 괜찮았거든
제2외국어는 당연히 일본어 봤는데
끝나고 일본어 쌤한테 어디가서 유학준비했다고 하지 말라는 말 들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ㅎㅎㅎㅎ
여차저차 끝나고 시험장을 나오니 부모님들이 '고생했어~~~우리 ~~~'이러면서 안아주시고 반겨주시고
친구들은 울고 기자들은 사진 찍는데
우리 부모님은 집이 멀어서 ㅋ... 나는 알아서 학교로 돌아갔어
그리고 가채점함
다른건 가채점표 다 작성했는데 국어를 못해서
5만가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수능날 밤 다시 풀었어
생각만 해도 끔직하죠? 다들 가채점표 잘 쓰세요
가채점을 끝내니까 국어가 당시 4등급 컷이 나오더라!
이때 눈물 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역대급 최하점
다른과목들도 속상하게 가채점 기준 다 등급컷보다 한 문제씩 떨어지더라고
그래서 천지신명에게 빌었져
제발 채점 오류나서 맞거나 내가 가채점표를 잘못 쓴걸로 해달라고
그렇게 수능이 지나니 다시 수시 베이베들이 돌아오기 시작함;ㅠ
내가 아까 6상향 썼던거
우리반에 나 별로 안좋아하는 것 같은 애가
'아우~ 선배들 보니까 6상향 6광탈 엄청 많다더라고 ㅠㅠ'이러고 다녀서
나도 자신 없었는데..
ㄹㅇ 입시는 모르는 것임
2개는 일괄이라 일단 스킵하고
나머지 4개중 2개만 떨어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아 수시 아리가또 라는 마음으로 면접을 준비하고, 보고 왔어
하나 최저 안되는 것 같아도 그냥 갔다옴
멋진 학교라 한번 가보고 싶었거든
면접에서 개쪽당하고 왔지만. .
이제 남은시간 뭐하지 빈둥대면서 귀도 뚫고 친구들도 만나고 다녔는데
중간에 학교하나 발표나서
예비지만 재수는 면할 것 같더라고
글케 맘편히 놀고, 집에서 핸폰하다가 퍼질러 자다보니 오늘이 됨요
우리학교는 이번주부터 학교 안 나가기 때문에
성적표받으러 5일만에 비적비적 감
어제 볼링치고 와서 팔 덜렁덜렁 거리는 채로 엘베 타는데
울학교 레전드(샤대 박사과정중)센세 출근하시는데 만난 것임
그래서 '어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넴
근데 같이 복도 걸으면서 수다떨다가 갑자기 쌤이 그러시는 거임
'익이는.. 유학 준비도하면서 국내 입시도 열심히 했나보다. 수능도 잘봤잖아'
그래서 나는 진심 '....????'이란 표정으로 쌤을 바라봄
이 쌤이 날 갖고 농락하시는 건가 싶었어
왜냐면 약간 두통나는 가채점결과였거든
(담임쌤도 내 가채점결과 보시고 '..수시에서 잘 되길 바랄게요' 라고 하셨음ㅠ)
근데 교무실 다와서 쌤은 들어가시고 나는 교실로 들어왔어
교실갔더니
긴장감 넘치게 수능 성적표 전해주실 줄 알았는데
그런거 없이 바로 성적표 주시더라고
아니 근데 미친
나는 다른 사람거 잘못 받은 줄 알았음
국어에 2가 떠있는 거야....!!!!!!!!!!!!!!!!!!!!!!!
2 마지막 컷인가 싶어서 수만휘 검색해보니까 2등급 초반인거임
(이거 진짜 올해 수능국어의 문제점이었던게.... 너무 안타깝고도 감사했지만..ㅠㅠ
나같이.. 찍어서 잘맞는 사람이 나온다는 거임..ㅠㅜ 평가원 평생 사과해도 모자름)
심지어 1이 있으면 안 될 곳에도 1이 있고
담쌤이 수학 잘 나왔다고
수시 안돼도 수학 많이보는 대학 써볼만한 것 같다고 속삭이고 가심
현실인가? 실화인가? 이것이 내 이름인가? 생년월일 내게 맞나?
라는 생각으로 계속 확인하고 종이도 펄럭여봤지만 내게 맞았음
말이 안됐다고 생각할만한게 내가 실수든 가채점표에 잘못 적은거든..
심지어 수학은 가채점보다 무려 8점이 오름
그렇게 어벙한 상태로 학교 나와서 엄마를 만났는데
이 때는 눈물도 안나더라고
그냥 묘했어 기분이.. 눈물나게 기쁠 줄 알았는데... 그냥 그렇고..
그렇게 차타고 내려오면서 생각해봤는데
어찌저찌 1년동안 유학, 수시, 정시 셋 다 준비해보면서 자제하지 못하고 시간 허투로 보낸 적도 많지만
진짜 입시는 멘탈싸움이고,
멘탈이 갈려도 끝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같아
다들 확신없이 공부하다보면 어느순간
우울증인가, 정신병인가 싶은 마음에 다들 힘들었을거고
견제하는 주변 친구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나만 늦은 것같고, 아직 할게 많은 것 같아서 불안했을 거고, 불안할 거야
뭘로 비유하는게 적절할지 잘은 모르겠지만,
가지가 잘리더라도 그 자리에서 새로운 싹과 가지가 돋는 나무처럼
잠깐 좌절하더라도 끝까지 해보고, 기다려보는게
수험생들에게 최선이고 최고의 방법인 것같아!
물론 나도 입시가 완전 끝난 건 아니지만 마음이 좀 편안해진다..ㅎㅎ
이 글 보는 사람들 모두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랄게!!!!!!!!!!
그리고 유학, 수시, 정시 모두 준비해본 사람으로서 질문하면 답해줄 수 있는 범위가 넓으니까
궁금한건 덧글 남겨줘!
근데 과연 끝까지 읽은 사람이 있을까?ㅋㅋㅋ그냥 혼잣말로 치고 남길게ㅎ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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