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일주일 남았다며 불안에 떨며 하루하루를 보낸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10일 넘게 지난 걸 보며 새삼스레 수능은 별 거 아니었다는 걸 알았다. 수능 끝난 후 내 삶이 180도 바뀌진 않더라도 마음이라도 편하게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달라지지 않았고 마음도 여전히 불편한 게 등에 짐이 하나 더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짐을 덜기보단 튼튼한 등이 되자' 올해 들었던 인강강사가 새로운 글을 쓸 때 맨 밑에 달았던 글귀이다. 난 3등급이었던 내신과 수능 공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길을 잃고 헤매었다. '늦게 시작한만큼 더 열심히 해야지. 난 튼튼한 등을 만들자.' 혼자 그렇게 다짐하며 한 해를 보냈는데, 난 과연 튼튼한 등을 만들었을까? 짐을 덜기위해 노력했던 건 아닌지 가끔은 빨리 가기위한 지름길을 찾기위해 더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수능 날, 내가 정말 망했다는 걸 직감했고 그동안 혼자 해왔던 속앓이와 내가 했던 공부들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4교시 사탐 필적확인란을 쓸 때 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맑고 초롱한 그 중 하나 별이여" 이 한 구절이 나의 마음을 위로해줬고 난 다시 맑고 초롱한 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수를 하게 된다면 내가 지금 겪었던 것보다 훨씬 힘든 길이 펼쳐진다는 것도, 지름길을 영영 못찾을 수도, 혹은 그 별이 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걸 알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다시 일 년을 도전한다. 사실 책상 앞에서 보내게 될 나의 스무살이 다가오는 건 너무 무섭다. 힘든 마라톤의 출발선에서 시작해 완주한다는 것이 겁나고 두렵지만, 다시 출발선에 선 모든 사람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말해주고싶다. 당신과 나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을. 일 년 뒤 2020 수능 필적확인란을 보며 웃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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