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호스트바 마담 김씨 ‘나는 전설이다’
룸살롱, 단란주점, 안마시술소 등 일반주점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흥업소는 금녀의 구역이다. 모두 남성들을 주요 타겟으로 삼고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이들 업소에 대한 정보는 엄청나게 많다. 그러나 남성들이 잘 알지 못하는 유흥업소인 ‘호빠’(호스트바의 약칭)에 대한 정보는 쉽게 접하기 어렵다.
사실 호빠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이나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이 있긴 하나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가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해 제대로 아는 남성은 드물다. 또 구체적으로 호빠에선 팁이 얼마이고, 여성들은 어떻게 노는지, 그리고 ‘선수’들은 어떻게 공사를 치는지에 대해선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이에 서울 강남 호스트바의 전설적인 선수로 유명했던 김동이(40)씨를 통해 베일에 가려진 호스트바 세계를 살펴봤다.
호스트바 생활 13년 경력의 김씨는 한때 매달 억대 수익을 올리던 서울 강남의 최고 호스트바 ‘선수’였다. 그는 요즘 선수생활을 청산하고 건전한 여성전용카페를 운영하며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호스트바에 대해 김씨만큼 잘 아는 이는 드물다. 선수 뿐 아니라 호스트바 마담에서 업주까지 두루 거쳤기 때문이다. 김씨는 호스트바에 대
해 “호빠는 이제 우리나라에서 한물 간 비즈니스다. 지금은 대부분의 ‘선수’들이 전업한 상태지만 일부 업소는 아직도 성업 중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호빠의 서비스내용은 과연 무엇일까.
손님들 대부분 술집여성
그에 따르면 호빠를 찾는 손님의 90%는 룸살롱 등에서 일하는 ‘나가요 걸’이나 안마시술소 아가씨들이 대부분이다. 일반인들은 거의 오지 않는다.
김씨는 “호빠는 밤늦은 시간부터 이른 아침까지 영업을 하므로 평범한 가정주부나 직장여성들은 거의 찾지 않는다”면서 “호빠를 찾는 손님은 대부분 술집아가씨들이 많다. 이들은 손님들로부터 받은 팁을 호빠에서 쓰는 경우가 많다”고 들려줬다.
‘선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손님들 1위는 안마시술소 여성이다. 2위는 나가요걸, 3위가 가정주부라고 설명한다. 김씨는 “안마시술소 여성들은 일당으로 받는 현금이 제일 많아 호빠에서 돈을 뿌리다시피 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전했다. 팁이 후하다는 소리다. 때문에 ‘선수’들이 가
장 많이 찾는다. 두번째로 선호하는 여성은 ‘나가요걸’이다. 이들의 단점은 안마여성들보다 ‘진상’이 많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룸살롱에서 손님에게 당한 스트레스를 그대로 옮겨 풀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정주부는 매너가 좋아 상대하긴 제일 편하지만 팁이 짜고 술도 많이 마시지 않아 매상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정말 돈 많은 사모님일 경우 ‘선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손님으로 바뀐다”고 귀띔했다.
호스트바는 알려진 것처럼 ‘정빠’ ‘디빠’ ‘중빠’가 있다. 이렇게 나뉘는 이유는 제공되는 서비스와 ‘선수’들 나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정빠’는 주로 군대를 갔다 온 사람위주의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많고 ‘디빠’는 20대 초반, ‘중빠’는 나이대가 다양하다. 또 ‘정빠’는 룸살롱으로 치면 텐프로에 속하고 ‘디빠’는 서울 북창동 수준이다. ‘중빠’는 게이들이 자주 찾는 동성애자 중심 호스트바다.
‘정빠’ 선수들은 아무 아가씨들과 절대 몸을 섞지 않는다. 또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따로 만남을 갖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정빠’에선 ‘디빠’나 ‘중빠’처럼 테이블 위에 올라가 쇼를 하지도 않고 원칙적으로 2차(특별 서비스)도 없다.
김씨는 “공식적으로 2차는 없다. 다만 바깥에서 손님과 따로 만나는 경우는 있다. 이 땐 손님과 ‘선수’가 눈이 맞거나 ‘선수’가 손님에게 공사를 치려할 때 이 두 가지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술 버리는 기술 노하우도 훈련
‘선수’들은 술과의 전쟁도 치러야 한다. 김씨는 “손님들이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이므로 술을 많이 마신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술잔을 건네는 손님이 많다. 이때 술을 다 받아 마시면 다음날 잠자리에서 못 일어나는 수가 있다. 그래서 선수들은 선배들로부터 술 버리는 법을 따로 훈련 받는다”고 말했다.
술을 버리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술을 적게 마셔 건강과 정신을 지키기 위함이고, 또 하나는 손님 술을 빨리 소비하게 만들어 매상을 올리기 위함이다. 그는 “손님 모르게 술을 버리는 건 고난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술을 버리다 손님들에게 걸리기라도 하는 날엔 손님들이 술판을 뒤집어엎기 때문”이라며 “술을 버릴 땐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긴장 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술 버리는 것과 관련해 재미있는 일화를 들려줬다. ‘선수’경력 3년차의 이모씨는 룸에서 손님이 따라 주는 술을 얼음 통에다 몰래버리고 있었다. 그가 오랜 시간에 걸쳐 버린 술은 양주 반병 분량에 이르렀다.
손님들이 모두 나가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그는 기회를 엿보다 손에 들고 있던 잔속의 술을 또 얼음 통에 슬쩍 부었다. 그 순간 손님에게 들키고 말았다. 화기애애하던 룸 안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분위기가 싸늘했다.
위기일발의 상황, 하지만 이씨의 재치가 위기를 모면케 했다. 갑자기 얼음 통을 집어들어 “나는 이렇게 마셔야 직성이 풀린다”며 얼음통의 술을 한 번에 다 마셔버린 것.
이로 인해 위기가 무사히 넘어갔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씨는 다음날 출근하지 못했다.
또 멋쟁이 ‘선수’로 유명한 박모씨는 룸에서 동료가 쓰레기통에 술을 버리다 들켜 손님들의 술값 300여만원을 고스란히 날릴 위기에 몰리자 흑기사로 나섰다. 박씨는 손님들 앞에 나가 “저희가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이 쓰레기통의 술을 제가 다 마시겠습니다”라고 말하며 가래침, 담배꽁초 등이 가득한 쓰레기통을 들고 그 안의 술을 모두 다 마셔버렸다. 이 모습을 보고 마음을 푼 손님들이 그날 술값을 모두 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이어지고 있다고 김씨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