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27세이며, 방 2칸 전세에 혼자 삽니다.
이 여자랑 만난 지 1달 되던 때,
일 마치고 하릴없이 집에서 TV를 보고 있는 중인데
이 여자가 연락도 안하고 난데없이 불쑥 저희 집에 찾아 오는 겁니다.
특별히 제가 집을 알려준 것도 아닌데 어떻게 찾아온 건지 궁금했지만,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저희 집에 신세를 좀 지게 됐다길레
딱한 사정이 있겠거니 하고 그냥 안 물어 봤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난데없이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죠.
만난 지 1달밖에 안됐는데,
서로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는데 동거를 한다는 게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어차피 이 여자와 관계를 갖는다던가 할 흑심도 없었고,
집에 남는 방도 있었기에 서로 크게 피해볼 것도 없기에 그냥 그래 라고 했죠.
식비 없다고 하길래 생활비 해라고 10만원씩 수 차례 줬었고,
저녁에 제가 컴퓨터 하면 자기는 못한다고 투덜대서
공유기 사오고 본가에 있던 노트북 들고 와서 연결해줬습니다.
그리고 원래 자기 동네에선 헬스비 공짜였는데,
여기선 돈 내야 된다며 3달치 15만원 달라길레 그것도 줬었죠.
애한테 돈을 좀 주고, 전기세가 조금 더 나온다고
제가 생활을 못할 것도 아니고 해서 크게 상관은 없었으니깐요.
그리고 그 어떤 여자도 쳐다보지 않는 저 같은 걸 좋아해주는 얘가 고마웠기도 했고요.
하여간 우린 서로 아무 마찰 없이 잘 지냈었습니다.
그러다 저번 달에 제가 하던 알바를 그만두고 집에 눌러 앉게 되었죠.
하루 종일 누워서 TV보고 컴퓨터 하다가 피곤하면 잠들고,
씻는 건 10일에 한 두 번 정도 간단하게 머리를 감거나 세수하는 정도 했습니다.
어차피 밖에 나갈 것도 아니고, 제 집이니깐 그냥 제가 편한 대로 생활을 했었죠.
근데 여친 입장에선 그게 맘에 안 들었는지 짜증나게 잔소리를 해대더군요.
집안 꼴이 이게 뭐냐는 둥, 지지리도 안 씻는 니가 인간이냐는 둥…
근데 전 원래 하기 싫은 건 죽어도 안 하는 성격이라
'니가 뭐라 말하든 간에 내는 내대로 할련다.' 식으로 계속 안 씻었죠.
그리고 몇 일 후
그날따라 유난히 잔소리가 듣기 싫더군요.
그래서 "귀찮게 하지 말고, 난 이게 편하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라고 하니깐
욕실에서 바가지에 물을 한 가득 담아와선 침대에다가 확 부어 버리는 게 아닙니까?
씻기는 싫지만, 옷도 이미 다 젖어서 갈아입을 겸 꾸역꾸역 씻었죠.
쌍욕을 해대며 씩씩대던 여친도 그제서야 분이 풀렸는지 밥 차려 놨다고 밥 먹자고 하더군요.
근데 전 원래 밥을 잘 안 먹습니다.
원래 하던 대로 컵라면 하나 꺼내 물 붓고 TV보면서 면이 불기를 기다리려는데,
실컷 밥 차려 놨는데 왜 라면 먹냐며 다시 씩씩거리더군요.
그래서 " 난 원래 이렇게 먹어왔다. 여태껏 나 라면 먹을 때 잘 있다가 왜 이제 와서 잔소리냐.
그리고 언제 내가 밥 차려 달라고 한적 있냐?" 라고 대꾸하니깐.
저랑 말이 안 통한다며 꼴도 보기 싫다라고 말하더군요.
그리곤 그날 내내 우린 대화 없이 지냈는데
저녁쯤 되어서야 여친이 먼저 말을 꺼내더라고요.
이렇게 서로 안보고, 말도 안하고 살 거냐고 하는데
그냥 대답 안 했습니다.
그러니 답답하다고, 속 좀 풀어야겠다며 친구 만나러 간다 더군요.
그래라 했더니 술 마시게 돈 좀 달라고 하데요.
그래서 침대 밑에 돈봉투 있으니깐 꺼내가라고 했죠.
그러니깐 17만원 꺼내가더군요.
전 술도 잘 안마시지만,
보통 친구랑 둘이 마시면 우동 한 그릇에 소주 4병 해서 15000원도 안 나오는데
17만원 들고 간 거 보니깐 얘가 술 마시고 죽을 생각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별로 간섭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렇게 나가고선 집에 안 들어 오더군요.
그날은 정말 간만에 혼자서 자유를 누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틀 후
제가 적금 1년 동안 묶어 놓은 게 있는데,
그 기간이 끝나서 다시 묶으려고 은행에 잠깐 갔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더군요.
안 들어 올 줄 알았더니 다시 왔네? 라고 말했더니,
나 하루만 없어도 집안 꼴이 이 꼴인데, 그리고 정말 내가 나갔으면 좋겠냐고 하는데
딱히 별로 할만한 대답이 안 떠오르길레 그냥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그리곤 방에 들어가 TV를 보며 누워있었죠.
한 10분쯤 지났을려나?
밖에서 먹은 게 변변찮아서 배고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래께 가져간 돈으로 뭐라도 사먹으랬죠.
그러니깐 그 돈은 술값 한다고 다 쓰고, 밥은 친구가 사줬다고 하면서
요즘 세상 17만원이 돈이냐고 하더군요.
상대하기도 좀 귀찮고 해서 그냥 침대 밑에 돈 꺼내서 사먹으랬죠.
그러니깐 돈을 꺼내서 슈퍼에서 커다란 맥주 피트 2병을 사오더군요.
그리고 좀 있다가 통닭하고 피자도 배달 왔고요.
그때 전 TV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같이 맥주한잔 하자며 절 보채더라고요.
전 술 안 먹을 거라고 하니깐, 통닭 좀 먹어라데요.
근데 전 하루에 딱 컵라면 2개 외엔 안 먹거든요.
그래서 아까 라면 먹었기 때문에 저녁까진 아무것도 안 먹을 거랬습니다.
그러니깐 라면만 먹으면 영양실조 걸린다며 자꾸 귀찮게 굴더라고요.
제 생각엔 제가 활동하는데 필요한 영양소 다 섭취 했고
본인이 먹기 싫다는데 왜 그렇게 권하는지 모르겠더군요.
더군다나 여태껏 제가 집에서 라면 먹을 때 밖에서 정식 사먹던 사람이 말입니다.
그리고 저 5년 동안 딱 심라면 한가지만 하루 2개씩 먹어왔고,
가끔씩 정말 드물게 저녁에 술 마실 때만 다른 거 먹습니다.
근데도 아무 이상 없이, 아니 오히려 건강한데 영양실조라니…
자기 기준에서 맞다고 생각해서 자꾸만 남이 싫다는 걸 권하니깐 짜증이 나서
나 좀 가만히 내버려 달라고 했죠.
전 정말 제가 싫다고 하는 건 끝까지 안 하는 성미라서
제가 하기 싫은 걸 자꾸 권하는 건 너무 싫습니다.
여하튼 그렇게 자꾸 안 먹으니깐 얘도 포기를 하더군요.
그러면서 "저 꼴통 같은 인간이랑 상종을 말아야지." 라며 한숨을 푹푹 쉬더니
제 꼴이 보기 싫다며 운동하러 가더군요.
그리고 운동 갔다가 저녁 늦게 들어와선 당연한 듯이 침대 밑에서 돈을 꺼내가길레
뭐 한다고 돈을 그렇게 많이 가져가냐니깐 술 마시러 간다 더군요.
이게 다 저 때문에 속상해서 그런 거니깐,
전 걔한테 할말이 없는 거라면서 씩씩대며 나가더군요.
그리곤 새벽 늦게 만취해 들어오고,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운동 갔다가 저녁에 들어와선
제 돈을 자기 돈인 마냥 꺼내서 술 마시러 나가는 걸 일주일간 반복하더군요.
그 일주일간 정말 가관이었죠.
이불에다가 오바이트를 하질 않나, 그리고 한날은 거실에 오줌도 싸놨더군요.
그리곤 제대로 치우지도 않길레 제가 이불빨래 다했습니다.
그땐 정말 이런 사람이 저보고 고 구박할 권리가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러다 저번 주 수요일 아침
얘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저 먹을 라면을 준비해 뒀더군요.
맨날 정오가 가까이 되어서야 일어나던 애가 웬일인가 싶었지만,
제 생활 패턴을 읽고 날 배려해준 거라 생각하고 고맙게 라면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라면을 다 먹고 나니 물도 갖다 주네요?
얘가 왜 이러지? 뭘 잘못 먹었나 싶었지만,
그냥 얘가 이 집의 룰을 이제서야 깨닫고
자기완 맞지 않았던 제 생활에 맞춰주냐 마느냐에 대해 고민하느라
지난 일주일간 그렇게 술을 마시며 방황했나 보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얘가 말을 꺼내더군요.
몇 일 전 오랜만에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랑 동창회를 했는데
친구들은 다들 괜찮은 직장에 자리잡고 있는 거에 약간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기죽기 싫어 친구한테 돈 빌려서 옷을 샀다고 하더군요.
그게 얼마냐고 물으니깐
치마는 자기 돈으로 샀고, 자켓 살 돈을 친구한테 빌렸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게 얼마냐고 되물으니깐 그제서야 46만원이라고 대답하더군요.
무슨 자켓이 하나에 46만원씩이나 하는지...
정말 당황스럽더라고요.
일도 안 하는 애가 뭘 믿고 이런 비싼 걸 샀냐고 물으니
좀 있다가 일 구할 예정이라 갚을 수 있다면서,
일단 50만원 좀 빌려달라고 하더라고요.
2주 동안 침대 밑에서 꺼내간 내 알바 2달치 월급 160만원으로 뭐했냐니깐
그건 저 땜에 속상해서 술 마신다고 다 썼고,
술값이 모자라서 그간 밥도 변변찮게 먹었다며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겁니다.
얘가 너무 괘씸해서 그 봉투에 있던 돈이 다였고 이젠 내 생활비도 없다 라고 하니깐,
저더러 웃기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때 걔가 했던 말 토시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전달해 보겠습니다.
"네가 그간 그렇게 돈을 선뜻 내 놓았던 건 돈이 더 있기에 그런 거 아니었냐?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서도 안 도와주냐?
인간은 서로 더불어 살아야지 힘들 때 이런 식으로 모른 척 하는 니가 인간이냐?
고작 돈 50만원 때문에 내가 친구들한테 무시당해야 하냐?
내 가치가 50만원도 안 되는 거였나? 그리고 그깟 돈 누가 때먹냐?
내가 지금 사정이 이래서 그렇지 직장만 구해봐라.
직장만 구하면 그간 신세 진 돈이랑 자켓 값도 다 갚는다.
그리고 니가 잘 씻지도 않아서 그간 내가 피해를 좀 입었냐?
내가 딱 직장만 구하면 달세 얻어서 이 집에서 나간다."
라며 제게 불만을 부리는데 정말 전 그때 할말을 잃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50만원은 구해줄 테니깐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집에서 나가달라고 했죠.
그러니 본인도 알았다길레 전 당장 은행에 가서 50만원 뽑아와서 돈을 주면서 나가라니깐
당장 어딜 가서 지내라는 거냐며 저더러 피도 눈물도 없는 짐승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딱 큰맘 먹고 액땜하는 셈 치고, 통장에서 70만원 더 뽑아 왔습니다.
그리곤 이 돈으로 직장 구할 때까지 보증금 없는 달세 집을 구해서 2달간 살던지,
찜질방을 가던지, 여관에서 생활하던지 내가 알 바 아니니깐
이제 제발 나랑 인연 좀 끊자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깐 알았다고 말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더군요.
그렇게 얘를 보내고 전 정말 자유를 찾았습니다.
누구의 간섭도 없는 혼자만의 생활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여자와 사귄다는 게 이렇게 제 개인의 자유를 희생하는 거라면,
전 평생 혼자 살고 싶습니다.
근데, 저 다시 불안 합니다.
얘한테서 어제 저녁에 전화가 왔거든요.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 험한 세상에 여자 혼자 밖으로 매몰차게 낼 수 있냐면서
너무하다며 저를 비난하더군요.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길레 일단 절대 오지 마라고 거절하긴 했는데....
모르겠습니다.
처음 난데없이 저희 집에 들어 왔던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불쑥 저희 집에 올까 봐 불안합니다.
저 어제 전화를 받고 난 뒤로부터 너무 불안해서 식사도 못했습니다.
저 정말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 저 정말 어떡해야 하나요?
여러분들의 현명한 해결책을 기대하며 이렇게 글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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