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운영하는 한 유명 패스트푸드점. 매일 밤 9시만 되면 어김없이 ‘그분’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그분’은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새우잠을 자다 새벽녘이면 홀연히 어디론
가 사라지고 다음 날 밤, 같은 시각 같은 자리에 또다시 나타난다는데... 도대체 ‘그 분’
은 누굴까?
곱게 빗어 올린 백발 머리, 멋스러운 베이지색 트렌치코트.
아무리 봐도 일반적인 노숙자는 아니에요. - (목격자 )
일명 ‘맥도날드’할머니 라고 불리며 이 일대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는 한 할머니. 제작진은 할머니를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밤 10시. 현장에 가보니 정말 트
렌치코트를 멋들어지게 입은 백발의 할머니 한 분이 앉아계셨다! 단정한 모습으로 성경책
을 읽고 계신 할머니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대화를 시도해보니 뜻밖에도 할머니는 교양 있
는 말투에 유창한 영어까지 구사하셨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항상 들고 다닌다는 두 개의
쇼핑백 안에는 국내 일간지는 물론 영자 신문들로 가득했는데...도대체 ‘맥도날드’ 할머
니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할머니:서울 A대학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어요.졸업하고 나선 20년 정도 외무부에서 일했
죠.
의자에 앉아 잠깐 졸 때를 제외하곤 단 한 차례도 눕지 않는다는 할머니. 이런 생활도 벌
써 10년째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젊은 시절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았을 것 같은 할머니
가 지금은 왜 이런 패스트푸드점을 전전긍긍하며 불편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일까? 궁금
증은 커져만 가는데, 무엇 때문인지 할머니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 모든 일상이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고행’ 이에요
날이 밝자 할머니는 짐을 꾸려 택시를 잡아탔다. 할머니가 향한 곳은 서울의 한 유명 커피
숍. 익숙한 듯 36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시키며 밥은 안 먹어도 모닝커피는 꼭 마셔야 한다
는데... 봉사단체에서 지원받는 얼마 안 되는 돈으로 끼니를 챙기는 대신, 한 잔의 비싼 커
피를 택하는 할머니는 커피숍이 문을 닫을 때 까지 줄곧 그 장소에 있었다. 커피숍이 문을
닫을 시간이 가까워지자 할머니는 다시 짐을 꾸려 패스트푸드점으로 향했다.너무 힘들어서
어쩔 땐 죽고 싶을 정도라면서도 이런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맥도날드 할
머니의 미스터리한 삶. 그 뒤에 숨겨진 안타까운 사연을 만나봤다.
[뉴스엔 김보경 기자]
맥도날드 할머니의 사연이 알려진 이후 곳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쏟아졌지만 할머니는 이를 단호히 거절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1월 14일 방송된 SBS '당신이 궁금한 이야기'에서는 10년간 매일 거처도 없이 패스트푸드점과 교회,
커피전문점을 전전하며 힘들게 살아온 일명 '맥도날드 할머니' 권하자(71) 씨의 근황을 전했다.
지난번 방송을 통해 할머니가 외무부에서 근무한 엘리트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함께 일했던
후배들이 제작진을 찾았다. 이날 방송에는 할머니의 외무부 재직시절 사진도 공개됐다.
방송을 보고 할머니에게 거처를 제공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이들도 있었다. 후배들이 할머니를 찾아
"언니가 기거할 곳을 마련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이렇다 할 이유도 말하지 않은 채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할머니의 여고동창들도 설득을 해봤지만 통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동창들이 우정의 표시라고 건네준 돈봉투만을 겨우 받았다.
계속 이런 방식으로 살아갈 것인지 묻는 제작진의 질문에 할머니는 "No. 끝을 내야지. 2010년이 마지막이길 하느님께 기도했다"며
"기적이란 것도 꼭 있어요"라는 말을 남겼다. 과연 할머니의 뜻대로 2010년이 끝나기 전에 기적이 일어날까. 할머니가 원하는 그날이 올 때까지 제작진은 할머니를 멀리서 지켜보기로 했다.
드디어 2010년의 마지막 날 자정,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고 새해로 바뀌었지만 할머니가 말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제작진은 그날도 패스트푸드점에서 새우잠을 자고 있는 할머니를 찾아가 떡국을 대접하겠다고 말을 붙였다. 할머니는 "종로에 한식집이 있다. 거기가 일류다"며 제작진에게 고급 한식당을 가자고 했다.
제작진과 고급 한식당에 간 할머니는 값비싼 갈비구이를 주문했다. 할머니는 좋은 곳에서 좋은 음식을 먹는 게
유일한 낙인 것처럼 보였다. 고급호텔 사우나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목욕을 하고 훌륭한 호텔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는 등 할머니는 불가능한 일들을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할머니는 제작진에게 고행을 멈추지 않는 이유를 대면서 '아담'이야기를 꺼냈다.
태초에 여자는 남자의 갈비뼈로 만들어진 존재라며 자신의 본체인 '그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말을 했다.
할머니는 그 짝이 분명 '세상을 지휘하는 지도자'일 것이므로 자신도 그 격식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할머니의 직장후배들은 "당시 할머니가 부유하게 자란 인텔리라는 자부심이 강했고 다른 사람들과 많이 섞이지 않고
늘 우아하고 고상했다"고 전했다.
이어 "부모님과 살았을 적에는 공주처럼 떠받들어져 살다가 부모님과 오빠들이
돌아가시고 동생도 결혼하고 나니 혼자 남게 된 것"이라고 했다.
제작진은 수소문 끝에 할머니의 동생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는 할머니가 형제들을 괴롭혀왔다며 안 좋은 감정을 나타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직장을 다니며 자립한 동생과 달리 할머니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해 원하는 걸 모두 누렸다.
부모의 영향 탓에 마치 공주처럼 살면서 할머니는 언젠가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날 거라 믿고 기다려온 것.
동생은 눈물을 보이며 "언니를 생각하면 어머니가 원망스럽다"며 마음은 아프지만 언니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전했다.
할머니는 어머니라는 보호막이 사라지고 나서의 현실을 감당하지 못했고 세상과 부딪치는 데 힘겨움을 느꼈다.
신경과 전문의 손석한 씨는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나서 "현실에서 자신을 전적으로 사랑해줄 사람이 없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 어머니를 대신할 훌륭한 남편이 나타나 모든 문제를 일시해 해결해 줄 거라는 믿음을 구축해 나간 것"
이라고 분석했다. 제작진은 할머니가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에 들어갔다.
고교동창들도 할머니에게 살아가는 방식을 일러주면서 허황된 믿음과 과거를 깨뜨리고 건설적으로 살아가길 권유했다.
그 후 지난 10일 제작진은 항상 고급 레스토랑만을 추구했던 할머니가 교회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배식을 받는 모습을 발견했다. 할머니의 마음에 변화가 싹튼 걸까. 그렇게 할머니는 현실 속으로 첫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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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안재현 이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