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닷컴ㅣ성지연 인턴기자] "한번만 더 공판기일을 늦춰 주십시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11일 오후, 날씨는 후덥지근했지만 법정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싸늘했다. '1세대 아이돌'의 대표 주자 가운데 하나인 그룹 젝스키스의 멤버 강성훈(33)이 푸른색 죄수복을 입고 재판석 앞에 섰다. 이날 오후 3시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 501호 법정에서는 제 1형사부(정호건 재판장) 주재로 강성훈의 제3차 항소심이 열렸다. 재판 30분 전, 서울북부지방법원은 그의 공판을 보기 위해 빗속을 뚫고 온 취재기자들로 북적였다. 그 틈바구니 속에서 재판정이 생소한 필자는 강성훈이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지 읽기에 바빴다. 이날의 쟁점은 강성훈이 요청한 증인의 참석 여부였다. 강성훈은 2009년부터 황 모씨 등 3명에게 9억 원 상당의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13일 사기 혐의로 2년 6개월의 징역을 선고 받았고, "억울한 내용이 있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그의 공판은 계속 난항을 겪고 있다. 강성훈이 주장하는 억울한 내용을 풀어 줄 수 있는 증인과 연락이 되지 않아 심문 자체가 어려운 것이다. 지난 5월과 6월까지 두 차례나 재판이 연기됐고, 그의 지루한 법정 싸움은 7월 현재 이어지고 있다.
오후 3시 정각이 되자 판사가 법정에 들어섰다. 재판부의 "피고인 입장하세요"란 말에 푸른색 죄수복을 입고 가지런히 손을 모은 강성훈이 들어섰다. 그는 야윈 얼굴로 덤덤하게 재판부 앞에 섰다. 그는 무덤덤했지만 보는 사람은 그렇지 않았다. 처음 보는 초라한 차림새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죄수복을 입고 판사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강성훈은 이른바 '전설'로 부르는 1세대 아이돌 젝스키스의 리드 보컬이었기 때문이다. 1997년 데뷔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젝스키스는 2000년대까지 '노란 풍선 팬클럽'을 몰고 다니는 전설적인 '오빠들'이었다. 그 가운데 강성훈은 '살인미소'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HOT의 강타와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필자의 유년기 기억에 화려하게, 아름답게 남아 있는 그가 무대의상 대신 초라한 죄수복을 입고 터덜터덜 법정을 오가는 장면을 그전에는 한번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날 공판은 결국 무산됐다. 강성훈의 '억울한 처지'를 밝혀 줄 증인은 출석하지 않았고, 그의 변호인은 "증인이 참석하지 못했다.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다. 그의 공판은 다시 한번 23일 오전 10시 30분으로 연기됐다. 강성훈은 다음 공판을 기약한 채 1분도 안 돼 자리에서 일어설 수 밖에 없었다. 그가 주장하는 억울한 내용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한 채 교도관을 따라 구치소로 돌아가는 강성훈의 발걸음은 무거워 보였다. 강성훈의 지인은 "강성훈이 합의만 하면 다음날 바로 석방돼 죄수복을 벗을 수 있다. 하지만 강성훈이 억울한 내용이 있다며 합의를 원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항소심에 내 미래가 달려 있다. 당당히 재기하고 싶다"던 강성훈의 절절한 항소 이유와 그의 푸른색 죄수복은 묘한 대조를 이루며 씁쓸한 뒷맛을 자아냈다. 강성훈은 마음속으로 외치고 있지 않을까. "다시 응답하라, 황금 같은 나의 1997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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