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의 아이돌 그룹들이 점점 거칠어지는 사생팬 문화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공항에서 벌어진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건, 알고보니…요즘 ‘대세돌’이라는 그룹 엑소(EXO)의 경우 사생 팬 때문에 여간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게 아닙니다. 지난 달 4일 엑소는 부산 행사를 가기 위해 김포공항에서 이동 중이었습니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이동하는 그들을 쫓아 수십 명의 ‘사생 팬’이 내달렸습니다. 이들은 위험한 것도 아랑곳 않고 에스컬레이터 위로 질주했습니다. 많은 팬들 때문에 결국 사고가 생겼습니다. 공항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한 겁니다.
“하마터면 팬들 뿐만 아니라 함께 공항을 이용하던 일반인, 나아가 엑소 멤버까지 다칠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고 소속사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사진=작년 8월 5일 김포공항에서 SM콘서트 입국을 기다리는 팬들.(쿠키뉴스 DB)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익히 이들의 인터뷰 등을 통해 알려져 있듯, 엑소는 정말 많은 사생팬들에게 시달리고 있습니다. 공항을 따라다니며 멤버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는 것은 양반입니다. 같은 비행기를 예매해 일정을 따라다닌 것도 모자라, 멤버들의 옆자리를 예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을 제지하기는 어렵기 그지없습니다. 소속사 관계자는 “사생팬도 ‘팬’이다 보니 대처 수위조절이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표하더군요. 사생팬들은 소속사 측에서 공지한 공식 일정도 아닌데 어떻게 알고 공항까지 수 백 명이 쫓아 온답니다.
“아이돌의 공항 출국을 오픈된 스케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스타 입장에서는 괴롭다”고 합니다.
복수의 관계자는 “어떤 그룹은 거칠게 달려드는 사생 팬을 밀쳐냈다가 ‘과잉 방어’로 회자돼 오히려 뭇매를 맞은 적도 있었다”며 “현장에서 생기는 사고는 모두 아티스트의 책임으로 돌려진다”며 우려했습니다. 팬이라는 이름으로 스타의 이름에 먹물을 칠하는 셈입니다.공항-숙소 가리지 않는 ‘사생 팬’, 스토커 아닌가요?
엑소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다양한 한류 아이돌들이 해외를 나갈 때 공항에서는 항상 겪는 봉변이죠. 아이돌이 ‘떴다’하면 그 쪽으로 와르르 수십, 수백명이 뒤엉켜 몰려가는 일은 이제 인천공항, 김포공항에서는 흔한 풍경입니다.
공항 경호 관계자는 “아무리 질서를 지켜달라고 말해도 듣지 않는다”며 “자신들 때문에 좋아하는 아이돌이 넘어지고 다치는 경우도 봤다, 몇 번을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광경”이라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사생팬은 공항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매니저는 “담당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의 사생 팬들은 날이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진다”며 “회사 앞에만 쫓아오는 것이 아니다, 숙소 비밀번호까지 알아내서 멤버들이 자고 있는 방까지 들어오는 팬들도 있다”고 당황스러운 이야기를 털어놨습니다.
아이돌 그룹 팬들이 대부분 여자라서 유할 것 같다고요? 천만의 말씀. 일반 팬에서 사생 팬으로 변신한 그녀들은 이미 독해질 대로 독해져 있답니다.
숙소 앞에서 만난 아이돌 그룹 멤버에게 ‘oo과 친하게 지내지 말라’며 평소의 불만을 어필하는 것은 물론, 거친 욕설도 서슴지 않는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게다가 카메라를 들고 들어와 멤버들이 자는 모습을 찍거나, 숙소로 들어가는 모습, 혹은 외출해 친구들과 만나는 모습을 전부 찍어 서로 공유하며 그것을 ‘보람’으로 여긴다는데, 잠깐 스쳐 지나가는 단어가 있습니다.
몰래 집에 들어오고, 따라다니고, 오지 말라고 해도 자꾸 쫓아오고, 사진을 찍어 자기 혼자 보면서 즐거워하고…. 이거 말로만 듣던 ‘스토커’ 아닙니까?
사진=지난 1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 체조경기장 앞에서 사생팬 고객들을 기다리는 택시들. (쿠키뉴스 DB)
심지어 이를 통해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생택시’가 좋은 예입니다. 일반 택시와는 달리 이 택시들은 사생들에게 하루 10만원에서 많게는 30여만원을 받고 하루종일 아이돌 그룹의 차량을 쫓아다녀 주는 것이 주 업무랍니다. 실제로 지난 주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의 솔로 콘서트 현장에서도 콘서트장 뒤쪽에 줄줄이 늘어서 있는 사생택시들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택시 수십 대가 일제히 ‘빈차’ 불빛을 끄고 ‘사생 고객님’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콘서트가 끝나고 숙소, 혹은 회식자리로 이동할 지드래곤을 쫓아갈 거라, 일반 영업은 안 한다고 합니다. 훌륭한 ‘범죄 코레보레이션’이네요!
아이돌의 주민등록번호, 이미 ‘공공재’… ‘대포폰’ 만들기도
이 뿐이 아닙니다. “어떤 팬은 아이돌 그룹의 주민등록번호까지 알아내 ‘오빠 이번 달 카드 대금 연체됐어요’하고 문자를 보내더라”며 당황스러운 경험담을 들려주는 소속사 관계자도 있었습니다. 주민등록번호를 대체 어떻게 알아내는지, 그 비결까지는 전해 듣지 못했습니다.
다만 알아낸 주민등록번호의 사용처가 굉장히 흥미롭더군요.그들은 ‘오빠’의 해외 비행 일정부터 카드·금융거래 내역, 포털사이트 아이디와 메일 비밀번호까지 알아내며 오빠들의 주민등록번호를 알차게(?) 씁니다. 아이돌 한 사람이 핸드폰을 새로 개통하면, 일주일 사이에 그 번호 명의로만 대포폰이 대여섯 개는 만들어져 있다는군요.
음악방송 대기실에서 만난 한 아이돌 그룹의 멤버는 자신의 소셜 메신저 어플리케이션 ‘친구추가’창을 보여주며 “개통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내 핸드폰 번호를 가르쳐 준 사람은 백 명도 안 되는데, 친구 추천 창에는 팔백여 명이 떠 있다”며 “내 번호를 알고 있는 팬이 팔백 명이 넘는 다는 게 소름끼친다”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다른 멤버는 “이제 성격이 바뀔 지경”이라며 “방송국 카메라도 모자라 24시간 내내 누군가 나를 쳐다보고, 내 사생활을 몰래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이 소름끼친다, 그래서 대체 그 사람들이 얻는게 뭔가”라고 읍소했습니다. 글쎄요. 사생팬 여러분, 오늘 숙소 앞에 가셔서 '오빠'한테 좀 알려주시겠어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은지 기자 rickonbge@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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