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는 오래된 친구. 이성 친구이기도 하지만 너는 내게 둘도 없는 친구다. 그런데 너는 언제부터인가 나를 여자로 보는 것만 같다. 다른 친구들을 대할 때와는 확연히 다른 말투와 행동. 친구끼리 오갈 수 있는 자연스러운 스킨십도 왠지 의식하게 된다. 니가 나를 좋아한다는 걸 확신하게 된 건 다른 친구와의 술자리에서였다. [걔 너 좋아하잖아. 너 빼고 다 알걸?] 기분이 이상했다. 알 수 없는 내 마음을 외면한 채 나는 새로운 남자를 사귀었고 아직 고백하지도 않은 너를 간접적으로 거절했다.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얘기 꺼냈을 때, 그때의 니 눈빛을 잊지 못한다. 너는 내 뜻을 알아챘는지 그 후에도 좋은 친구라는 이름으로 내 곁에 있어 주었다. 내가 힘들 때 남자친구보다 더 나를 걱정해 주었던 건 순전히 너 뿐이었다.
오늘은 내가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정리한 날. 홀로 술집을 찾아 청승을 떠는데, 문득 니가 생각난다. 내가 얼마나 못났고 못됐는지 알지만 내 손은 이미 니 전화번호를 누르고 있다.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너의 목소리에 기다렸다는 듯 왈칵 눈물이 터진다. 혀 꼬인 말투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더듬더듬 자초지종을 설명하는데, 너는 깊은 한숨을 푹 쉰다. 니가 봐도 나 한심하지. 알아. 내 멋대로 전화를 끊고 잔에 담긴 술을 거푸 들이켰다. 술이 동난 걸 확인하고 새로 주문하려던 찰나,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너의 문자였다.
1. 정한해
[나 지금 너 달래러 가는 거 아니야]
[보고 싶어서 가는 거야]
[그러니까 내 앞에서 그 새끼 얘기 한 번만 더 하면 나 확 죽어]
2. 이재환 (켄)
[내가 니 호구냐]
[울지 말고 10분만 기다려 지금 가니까]
3. 권지용
[집에 연락드려]
[오늘 못 들어간다고]
[2차는 나야]
4. 육성재
[볼까]
[싫음 말고]
[아니다 봐]
[어디야?]
5. 유연석
[너는 내가 편해서 그런 얘기도 서슴없이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나 진짜 속상하거든]
[좀 보자 집 앞에서 기다릴게]
6. 유아인
[신경 쓰여]
[알고 하는 짓이지]
7. 오혁
[지금 울지 마]
[나 도착하면 그때 내 앞에서 울어]
당신의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