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약자다. 하지만 어른들은 나를 ‘감히 지까짓게 강자가 된 기집년’으로 본다.
나는 약자다. 나의 해명은 말대꾸가 되고, 남을 깔아뭉개고 무시하려는 의도로 받아들여진다.
내가 우는 것은 굴욕적이고 바보같은 짓이고 내가 울지 않는 것은 독하고 인간미 없는 것이 된다. 항상 그랬다.
내가 우울증으로 힘들어하고 손목에 상처를 내는 것은 몸이 편해서 행복한 줄 모르고 하는 나약한 미친 짓이다.
내가 억울하게 배신당하고 왕따를 당한 것은 내 성격이 이상하고 말투가 어서 생기는 일, 즉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다.
어쩌면 내가 어제 내 동생을 과하게 혼낸 것일수도 있다. 내가 깡패, 양아치처럼 동생들을 괴롭혀서 엄마가 대놓고 동생들 앞에서 날 매번 면박을 주고 무시한 것 일수도 있다.
아니다. 나는 며칠간 말버릇이 험했던 동생을 혼내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엄마는 나에게 욕하고 소리를 질렀다.
결론은 나는 깡패같고, 말을 예쁘게 할 줄 모르고, 성격이 원만하지 못하다는 거였다.
나는 해명했다. ‘나도 그동안 수차례 좋게 타일렀다. 중간과정은 건너뛰고 이렇게 혼내는 것이 아니다. 밖에서 성격으로 문제된 적이 없었다. 매번 내가 집에서 그러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집에 있는 사람도 어느정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엄마는 ‘집에 있는 사람’이 자신을 겨냥해서 한 말이라며 화를 냈다. 나는 절대 아니라고, 동생들도 포함해서 한 말이라고 계속해서 말했다. 그랬더니 입 닥치라며 계속 소리를 지르고 욕을 했다.
나는 계속해서 오해를 풀려고 그게 아니라고 했다. 내 말 좀 들어보라고.
엄마는 내 머리채를 잡았다. 날 넘어트렸다. 소파에 몰아넣고 미친듯이 때렸다. 난 내가 왜 맞아야 하는지 몰랐다. 멈추고 다시 얘기하고 싶었다. 있는 힘껏 엄마를 잡아 세우려 했다. 그래서 엄마는 내 손톱에 긁혔다. 더 화가 난 엄마는 멈추지 않았다. 가만히 맞고 있어야지 감히 엄마를 대적하려 하냐고 했다. 손에 집히는 대로 들어서 날 때렸다. 정신이 하나도 없는 와중에 내 입에서 이라는 말이 나왔다. 엄마에게 욕하는 막되 먹은 년, 개 같은녀, 련이 되어서 더 맞았다.
실수라고, 잘못했다고, 엄마한테 한 말이 아니라고 해도 돌아오는 건 매와 ‘니가 그러니까 애비없는 년이라는 소리를 듣지’ 라는 소리였다. 나는 어디서도 ‘애비없는 년’이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다. 그리고 나의 ‘애비’는, 엄마의 인생을 지옥으로 몰아넣은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기에 나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다.
그리고 나는 쫓겨났다. 다음 주에 호적 파고 모든 지원을 끊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홀로 고속버스를 타고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막내 동생이 둘째에게 말을 막해서, 그리고 모두에게 그런 식이어서 혼내고, 등짝을 두 대 때린 결과가 이렇다.
동생을 이 일에 책임이 없지만, 엄마가 방망이를 가져오라 했을 때 쇠방망이, 고무 방망이를 들고 와 어떤 것이냐고 묻는 모습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초등학생이니까...그럴 수 있겠지.. 동생도 많이 놀랐겠지.그래..
둘째는 어렸을 때 나에게 18층에서 떨어져죽으라고 했다. 엄마는 웃었다.
몇 달 전 우울증, 자해에 대해 어렵게 털어놓았다. 엄마는 나에게 너 또 미친짓했니?라고 했다.
중학교 때 억울하게 왕따를 당했을 땐 ‘부모가 봐도 니 성격이 이상한데 남들 보기엔 정상이겠냐’는 소리를 들었다.
둘째를 혼냈다고 하면 막내 앞에서 그러지 말라고 정색을 했다. 그리고 나는 그 애들 앞에서 복날의 개처럼 뚜드려 맞고, 온갖 욕을 다 들었다.
내가 딸이라 그런가? 내가 딸이라서?
그래. 내가 딸이라서 그런 것 같다.
지나가는 버스에 치여 죽고 싶었다. 머리는 계속 빠지고, 다리에는 멍과 상처가 생겼다.
그러나 나는 엄마에게 사과 문자를 보내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은데 내가 해야 하는 말은 사죄뿐이다.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어. 엄마 막다가 상처 낸 것도 욕한 것도 내가 다 잘못했어.
근데 엄마, 있잖아 엄마도 내가 거짓말 안하는 거 하나는 참 맘에 든다며 근데 왜 내 말을 안 들어주는 거야?
중학생 아들은 이유 없이 거짓말하고 연락 없이 집 나가서 다음날 아침에 아무렇지 않게 들어와도 털끝하나 손 안 댔잖아. 나는 이렇게 때려야만 하는 거였어..?
그냥 내가 부족하다 생각할게. 우울증 나아져서 약도 끊고 자해도 안한지 꽤 됐는데, 엄마는 내가 감정의 변화 없이 복종하길 원하는 것 같아.
내가 다시 약 먹을게. 약 먹으면, 좀 졸리긴 해도 큰 감정의 변화는 안 보일거야. 내가 그렇게 할게.
이런 경험, 이런 감정 느껴 본 분들 계신가요?
꼭 첫째가 아니더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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