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옷자락이고 머릿결이고 꿈결이고나를 헤집던 사정없는 풍속이었다.네가 나의 등을 떠민다면나는 벼랑에라도 뛰어들 수 있었다.된바람, 서덕준네가 준 꽃다발을외로운 지구 위에 걸어놓았다 나는 날마다 너를 만나러꽃다발이 걸린 지구 위를걸어서 간다꽃다발, 정호승내 안에 소리 없이 켜켜이 쌓이는 저 꿈 같은 것들그대는 문 밖에서 문풍지 바람으로 덜컹거리고나는 마음 안에 빗장을 걸었다쌓여서 어쩌자는 것인가갈 길 막고 올 길도 막고마음 안의 빗장마음 밖의 빗장봄 오면 길 뚫릴 것을그렇게 쌓여서 어쩌자는 것인가어쩌자는 것인가, 석여공험난한 이별 탓에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는데갈라진 입술엔 메마른 파도만 일렁대는데당신 생각으로 말미암아 솟는 이 울음은대체 어디서 길어올린 것인지요.속눈썹의 우물, 서덕준더불어 사는 일도 때로는 힘에 겨워세상 그 밖으로 아주 멀리 멀리자신을 밀쳐버리고 싶은 그런 날 있다이제 내게 잃어버린 그 무엇이 남았을까사랑도 짐이 된다면 그마저도 버리고 싶다더불어 사는 일이 아주 힘겨운 그런 날은사랑의 짐, 박시교단풍보다 고혹하고 은행보다 어여쁘니쏟아지는 당신께 파묻혀도내게는 여한 없을 계절이어라.가을, 서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