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정우
아빠는 늘 그랬다. 어디서 뭘 하는건지, 살아는 있는건지 소식도 알려주지 않았다. 가끔 집에 들어오는 날이면 지독한 술냄새에 지저분한 몰골로 엄마와 나를 괴롭혔다. 엄마는 내가 18살때 나를 버리고 떠나버렸고 그렇게 이집에는 나 혼자 남았다. 학교는 자퇴했다. 집도 원룸으로 옮겼다. 엄마가 남긴 재산과 알바비로 입에 풀칠만 하며 살고 있을때 아빠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막대한 빚까지. 더 내려갈 곳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죽고 싶었다. 하지만 죽을 용기도 없었다. 알바도 안 나가고 며칠을 죽은 사람처럼 천장만 보며 지냈다. 올 사람이 없는 집 문을 부서질듯 두드리는 누군가. 신문에서 읽었던 범죄들이 생각나 덜덜 떨며 몸을 웅크리고 있었는데 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끝난건가. 누군가 걸어오는 형체가 보인다.
감정없는 표정의 남자와 그의 뒤를 따르는 몇몇의 검은 양복의 사내들. 뭐지? 나를 발견하고는 내 앞에서는 표정 없는 남자. 한참 나를 말없이 내려다보더니 담배를 꺼내물고 불을 붙인다.
"아가, 이 집 사니?"
"누구세요.."
"빨리도 묻네. 누군지는 차차 알게 될거고.. 여기가 너 사는데 맞냐고."
"그런데요.."
힘이 빠지고 정신이 없는 이 순간에 나를 보며 말하는 남자의 표정이 무서워 손이 떨린다. 장기매매? 뭐지? 내가 이 집 사는건 왜 묻는걸까.
"너희 아빠가 나한테 빚을 졌는데.."
아.. 사채업자구나. 나한테 돈 받으러 왔구나.
"놀라지 않는걸 보니 알고 있었나봐?"
"..."
"그래.. 그럼 길게 말 안할께. 딱 보니까 돈 갚을 능력은 없어 보이네. 어쩔까?"
"..."
내가 말이 없자 쭈구리고 앉아 나를 바라보는 그. 갑자기 픽 실소를 터뜨린다. 그러곤 덜덜 떨리는 손을 톡톡 치는 그다.
"아가, 안 잡아먹으니까 그만 떨어."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알 수가 없다. 보통 사채업자들으 협박을 하던가 끌고 가서 장기를 빼낸다던가 새우잡이 배에 태운다던가 할텐데 손떠는걸 왜 본인이 걱정해주는건지.
"저 돈 못갚아요. 어디 팔아버리시려면 빨리 해주세요. 좋게 좋게 구셔도.. 그 돈 십분의 일도 못 받으실거에요."
어이가 없는지 말 없이 나를 쳐다보는 그.
"그래.. 그렇게 안 징징거려도 팔아버릴꺼야."
그럴줄은 알았지만 막상 사실을 확인하게 되니 심장이 내려앉는듯 하다.
"그럴려고 했는데,"
"얼굴 보니까 마음이 바뀌네?"
"내가 워낙 변덕스러워서."
그리고는 내 핸드폰을 가져가 자기 핸드폰으로 전화를 건다. 그리고는 떨고 있는 내 손에 다시 핸드폰을 쥐어준다.
"다음에 볼때는 그 손 떨지말고 인사나 해줘."
"이렇게."
2.유연석
벌써 1년이 되어간다. 경찰에 스파이 노릇을 하기 위해 이 조직에 잠입한 것이. 지독한 담배 연기와 거친 남자들. 빨리 증거를 잡아 이곳을 뜨고싶건만 1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나를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는건지 중요한 밀거래 현장에는 나를 데려가지 않는다. 힘든 하루들 속에 내가 건진건 담배뿐. 오늘도 건진것 없어 허탕한 마음으로 구석으로 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내가 들어왔을때부터 나를 묘한 눈빛으로 빤히 쳐다보던 이사라는 사람. 처음에는 내 정체를 벌써 들킨건가싶어 피해다녔지만 그게 아니란걸 안 뒤부터는 그러려니하고 내 할 일을 한다. 와서 말을 거는것도, 일을 시키는것도 아니다. 그냥 저렇게 보기만 한다. 기분 나쁘게.
담배를 꾸욱 밟고 돌아서려는데
"거기."
뭐지? 여기 나와 저사람뿐인데 나를 부른건가? 유이사가? 멈칫하다가 뒤를 돌았다. 그가 내쪽으로 걸어와 내 앞에 선다.
"저 부르신겁니까?"
"그래, 너 부른거야."
처음이다. 그의 목소리를 들은것도 이렇게 가까이서 얘기하는것도. 뭔가 불안하다. 왜 이러는거지.
"왜 그러시는지."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입을 떼는 그.
"티나."
"예?"
"거짓말 하는거 티난다고."
거짓말 하는게 티가 난다니. 설마 이 사람 다 알고 있는건가. 하지만 섣불리 말했다가는.. 모르는척 되물었다.
"거짓말이요? 제가 이사님께 거짓말을 했던가요? 오늘 처음 말씀 나누는데요."
식은땀이 흐른다. 만약 알고 있다면.. 나는 죽는건가.
"너 경찰인거 티난다고."
"!!"
"그래서 계속 보고 있었는데."
혹시 누가 들었을까 두리번 거렸다. 호흡이 가빠진다. 땀이 비오듯 흐르고 몸이 덜덜 떨린다. 어쩌지 도망칠까. 미친듯이 머리를 굴리고 있을때였다.
"살고싶어?"
나를 보며 의미심장하게 웃고있는 유이사. 무슨 꿍꿍인지는 모르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입꼬리를 올리는 그.
"솔직해서 좋네. 그럼 나도 솔직하게 말할께."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도망쳐서 살 수 있을 확률?"
"0에 가깝지."
눈물이 날거 같았다.
"그러니까 우리 이렇게 하자. 너도 살고 나도 좋은 방법으로."
뭐라도 할 수 있을거 같다.
"내가 너를 마음에 들어한다고 할께."
"그럼 아무도 너를 못건들꺼야."
무슨 소리일까.
"5개월만 그렇게 해. 그 다음엔 알아서 빼내줄께."
"이게 싫으면 지금 도망치던지. 잡혀도 난 몰라."
도망치다 잡힌 조직원들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잘 알고 있다. 끔찍하다.
"어때?"
어차피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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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생각이 안나서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네요ㅠㅠ 혹시 써줬으면 하는 주제 있으면 댓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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