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선씨(26·여·가명·한국외국어대 졸업예정자)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다만, 짐작할 뿐이다.
지난해 내로라하는 대기업 그룹 최종면접시험장. 분위기는 무척 화기애애했다. 이씨가 프레젠테이션을 하자 그 회사 임원급 면접관들은 "드디어 마음에 드는 지원자가 나타났다"고까지 했다. 면접관들이 지원서를 살펴보는가 싶었다. 갑자기 좋았던 분위기가 차갑게 변했다. "어라, 여자가 영업을 지원하셨네. 여자는 영업에서 안 뽑는데. 그것도 희망근무지를 서울로 찍으셨네. 지방근무는 안한다는 거지.">
정적이 흘렀다. 친절하게 웃었던 면접관이 돌변했다. "내가 이래서 여자는 안 뽑아." 그 순간 준비해갔던 수많은 말들이 머릿속에서 뒤엉키기 시작했다. "소위 말하는 '멘붕'이 왔어요. 지원서에는 서울과 지방 둘 중에 한 곳만 클릭하게 돼있었어요. 만일 지방에서 근무해야 한다면 당연히 지방에서도 일하겠다고 표시했을 거예요." 웃음기가 사라진 면접관에게 "(그런 게) 아닙니다"라고 말해봤지만 상황은 이미 끝난 것 같았다.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았어요. 첫 최종면접 기회라 떨려서 제대로 말을 못했어요.">
"이래서 여자는 안 쓴다"는 말은 그날 가슴에 대못으로 박혔다. 왜 그때 제대로 말하지 못했을까. 남자 동기들 못지않게 얼마나 대견하게 서울살이를 잘 해냈는지를, 어떤 일이든 시켜만 준다면 잘 해낼 수 있다는 말을 하지 못한 게 내내 마음에 남는다. 다른 대기업 필기시험장에 가봐도 한 반에 여자는 그 혼자인 적도 있었다. '아예 서류단계부터 떨어뜨리는 걸까. 그럼 나는 겨우 그 관문을 통과한 건가.' 안도감도 잠시. "결국 최종합격까지 되는 사람들을 보면 남자가 월등히 많았어요. 어딜 가나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그 기억을 떨쳐내려고 무진 애썼다. "서류통과는 물론이고 최종면접까지 갈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았어요." 방안에 틀어박혀 혼자 공부만 했다. 어느날 문득 며칠간 누구와도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은 걸 알게 됐다. 무기력했고 눈물만 났다. 최근 공기업 시험 준비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다시 예전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사기업은 아무래도 여자를 덜 뽑는 것 같아요. 올해는 공기업 시험 준비에 전력을 다할 거예요. 공기업이 그나마 공평한 것 같으니까요. 영어를 활용할 수 있는 공항공사 같은 공기업에 취업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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