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봄꽃 지는 강물 위에
내 꿈속 누구 하나를
버리는 것이구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은
벚꽃잎 날리는 바람결에
내 마음속 누구 하나를
잃는 것이구나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가시 꽃에 찔리는 눈물로
내 붉은 가슴
도려내는 아픔이구나
그랬구나
사랑은 절로 왔다
절로 가는 것이 아니구나
꽃잎이 지는 슬픔은
더한 그리움에 죽는
사랑의 시작이구나
- 꽃잎이 지는 건 / 이남일

밤이 찾아와 어둠만 가득한 시간
혼자 또 생각을 해요
아무 일 없이 눈물이 날 것 같지만
이유를 모르겠어요
왜 나를 그리 긴 시간 동안 기다리나요
모른 척 했지만 알고 있었어요
날 바라보는 눈빛은 늘 슬펐던 걸요
하지만 받아줄 수 없어요
하지만 내 맘 열 순 없어요
잠 못 이루는 그대란 건 알지만
우린 너무 늦었어요
- Hidden 中 / 캐스커

우리가 저문 여름 뜨락에
엷은 꽃잎으로 만났다가
네가 내 살 속에 내가 네 꽃잎 속에
서로 붉게 몸을 섞었다는 이유만으로
열에 열 손가락 핏물이 들어
내가 만지고 간 가슴마다
열에 열 손가락 핏물자국이 박혀
사랑아 너는 이리 오래 지워지지 않는 것이냐
그리움도 손끝마다 핏물이 배어
사랑아 너는 아리고 아린 상처로 남아 있는 것이냐
- 봉숭아 / 도종환

꽃이 진다고 아예 다 지나
꽃이 진다고 전화도 없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지는 꽃의 마음을 아는 이가
꽃이 진다고 저만 외롭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꽃 지는 저녁에는 배도 고파라
- 꽃 지는 저녁 / 정호승

손가락이 떨리고 있다
손을 잡았다 놓친 손
빈손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사랑이 나간 것이다
조금 전까지는 어제였는데
내일로 넘어가버렸다
사랑을 놓친 손은
갑자기 잡을 것이 없어졌다
하나의 손잡이가 사라지자
방 안의 모든 손잡이들이 아득해졌다
캄캄한 새벽이 하얘졌다
- 사랑이 나가다 / 이문재

문득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성산포 앞바다는 잘 있는지
그때처럼
수평선 위로
당신하고
걷고 싶었어요
- 문득 / 정호승

이 세상에
나만 아는 숲이 있습니다
꽃이 피고
눈 내리고 바람이 불어
차곡차곡 솔잎 쌓인
고요한 그 숲길에서
오래 이룬
단 하나
단 한번의 사랑
당신은 내게
그런
사랑입니다
- 단 한 번의 사랑 / 김용택

술이 덜 깬 아침에 흐릿해진 눈빛 담배 하나 물고
창밖에 보이는 눈이 부신 햇살 멍해지는 가슴
아무 생각 없이 이불속에 묻혀 한숨짓고 있네
가슴속에 남은 예전 기억들에 항상 마음 아파
주위에 모든 것들 알 수 없는 표정 의미 없는 눈빛
점점 변해 가는 차갑던 현실 속에 냉정해진 가슴
그랬던 나였어 그랬던 나였어
- 그리움 / 클라우드 쿠쿠랜드

내 나쁜 몸이 당신을 기억해
온몸이 그릇이 되어 찰랑대는 시간을 담고
껍데기로 앉아서 당신을 그리다가
조그만 부리로 껍질을 깨다가
나는 정오가 되면 노랗게 부화하지
나는 라벤더를 입에 물고 눈을 감아
감은 눈 속으로 현란하게 흘러가는 당신을 낚아 채서
내 길다란 속눈썹 위에 당신을 올려놓고 싶어
내가 깜박이면, 깜박이는 순간 당신은
나락으로 떨어지겠지?
내 이름을 길게 부르며 작아지겠지?
티끌만큼 당신이 작게 보이는 순간에도
내 이름은 긴 여운을 남기며
싱싱하게 파닥일 거야
나는 라벤더를 입에 물고
내 눈은 깜빡깜빡 당신을 부르고
내 길다란 속눈썹 위에는
당신의 발자국이 찍히고
-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 박연준

어쩌다
내 이름을 불러 준
그 목소리를
나는 문득 사랑하였다
그 몸짓 하나에
들뜬 꿈 속 더딘 밤을 새우고
그 미소만으로
환상의 미래를 떠돌다
그 향기가
내 곁을 스치며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나는 그만
햇살처럼 부서지고 말았다
- 짝사랑 / 이남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꽃 / 김춘수
[출처] 김춘수 꽃 (mice72 돌나라 한농) |작성자 모모

사랑이 무거운 사람에게도 사랑이 가벼운 사람에게도 사랑은 힘들지.
그건 너무 많은 의미를 담고 있으니까.
너무 많은 의미를 요구하니까.
깃털 하나의 무게로 나풀나풀 날아다니게 내버려두는 쪽이 사랑을 위해서는 좋은 거지.
아니 워낙 사랑은 겨우 그 정도의 무게만 감당할 수 있는 것이지.
- 생각이 나서 中 / 황경신

가끔 네 꿈을 꾼다
전에는 꿈이라도 꿈인 줄 모르겠더니
이제는 너를 보면
아, 꿈이로구나
알아챈다
- 황인숙,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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