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첫번째 밤.
그 포근하면서도 서걱거리던 이불의 감촉과,
뜨거우면서도 서늘했던 그 밤의 공기를.
난 아직도 기억한다.
1994년의 서울이란 내게 딱 그랬다.
분주하지만 외로고, 치열하지만 고단하며
뜨겁지만 차가운 도시.
그리하여 정말 속을 알 수 없는 도시.
우린 당당히 서울 시민이 되었지만, 아직 서울 사람은 될 수 없었다.
<1화 서울 사람들 中 '삼천포 나레이션'>
익숙한 버릇, 익숙한 일상 그리고 익숙한 사람이
어느 순간 낯설어지는건 딱히 혼란스러울 일만은 아니다.
어쩌면 그건 새로운 일상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은밀한 신호일지도 모르니까.
<2화 우린 모두 조금 낯선 사람들 中 '나정 나레이션'>
우린 X세대다.
물론 지금은 스마트 폰과 인터넷으로 무장한 또 다른 신인류에 밀려 멸종 해 버렸지만
내 스무살에 우린 인류 역사상 최첨단의 문명을 소비하는 신인류였다.
PC 통신으로 사랑을 찾고, 삐삐로 마음을 전하며, 음성 메시지로 이별을 통보하던
우린 역사상 가장 젊은 인류였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신인류의 사랑이 설레고 가슴 뛰는 이유는
삐삐도, 스마트 폰도, 최첨단의 그 어떤 유행 때문도 아니다.
젊음은 서툴고 투박해야 하며, 사랑은 해맑고 촌스러워야 한다.
그것이 내 스무살의 사랑이 설레고 가슴 뛰게 기억될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다.
내 나이 스물, 나는 지금 서툴고 촌스러운 사랑을 시작한다.
<3화 신인류의 사랑 中 '나정 나레이션'>
하필이면 만우절이였다.
거짓말 같던 죽음도, 거짓말이 되어버린 고백도, 하필 그랬다.
누구 하나 거짓을 말한 사람도 없었고, 그래서 누구하나 속은 사람도 없었지만,
거짓말에 속은 만우적 바보 보다 천만배는 더 처참한 만우절이었다.
때때로, 현실은 거짓말 보다 잔인하다.
<4화 거짓말 中 ‘나정 나레이션’>
사랑하는 사람에게
차마 받아 들이기 힘든 진실을 들려줘야 할 때
차마 죽어도 하기 힘든 말을 건네야 할 때
딱 한가지만 생각하면 된다.
그 어떤 말 주변보다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눈빛
그 하나면 충분하다.
<5화 차마 하기 힘든 말 中 ‘쓰레기 나레이션’>
서울 생활 4개월 차
대학 첫 여름 방학이 다가올 무렵, 우리는 친해졌고, 가까워졌고, 익숙해졌다
그리고 딱 그만큼 미안함은 사소해졌고, 고마움은 흐릿해졌으며 엄마는 당연해졌다.
'Present'라는 영어 단어에는 두가지 뜻이 있다.
선물, 그리고 현재
어쩜 우리에게 소중한 선물은 현재, 바로 지금 눈앞의 시간이라는 의미 일지도 모른다.
비록 늘 투닥거리고 지지고 볶아 댔지만 함께 기대며, 살 부대며 행복했던 시간들
1994년 우린 선물같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세상 모든 관계는 익숙해지고 결국엔 당연해진다.
선물의 가장 강력한 힘은 그 익숙하고도 당연한 관계를 새삼 다시 설레고 감사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선물을 고르고 카드 문구를 고민하며 그에게 마음을 쓰는 사이
어느새 그 사람은 내게 다시금 새삼스러워진다.
그리고 마음이란 반드시 전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익숙하고도 당연한 관계가 급기야 무뎌짐으로 퇴화되어버린다면
이젠 그 어떤 선물로도 뒤늦은 노력도 의미 없다.
아무 관심도 받지 못하고 베란다 귀퉁이에서 바짝 시들어버린 난초에게
때늦은 물과 거름은 소용 없는 일이다.
관계가 시들기 전에
서로가 무뎌지기 전에 선물해야 한다.
마음을 전해야 한다.
<6화 선물학개론 中 '나정 나레이션'>
내겐 야구를 빼면 아무것도 남을게 없던 시절
야구보다도 나를 더욱 설레게
그리고 뜨겁게 만드는 사람이 생겼다.
역사상 가장 뜨거운 여름이 시작되고 있었고
나의 스무살은 계절처럼 달아오르고 있었다.
때는 1994년 그 해 여름이었다.
누군가 그렇게 노래 했더랬다.
여름은 젊음의 계절
그리고 사랑의 계절이라고
1994년 그 해 여름, 계절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고
나의, 그리고 우리의 여름은
이제 시작되고 있었다.
<7화 그해 여름 中 ‘칠봉 나레이션’>
가끔 상상을 한다.
만약 이날 그 전화를 받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터미널로 향하지 않았더라면 우린 어떻게 됐을까?
산다는 것은 매 순간 선택이다.
설령 그것이 외나무 다리다 해도 선택 해야만 한다.
전진 할 것인가, 돌아 갈 것인가, 아님 멈춰 설 것인가.
결국 지금 내가 지금 발 딛고 있는 이 지점은
과거 그 무수한 선택들의 결과인 셈이다.
난 그날의 전화를 받았고, 터미널로 향했으며, 그 작은 선택들이 모여
우린 지금의 현재를 맞았다.
<8화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합니다 中 ‘삼천포 나레이션’>
진심이란, 늘 뒤에 숨어있기 마련이다.
워낙 수줍고 섬세한지라, 다그치고 윽박지를수록 더 깊은 곳으로 숨어든다.
방법은 하나
진심이 스스로 고개를 들때까지 그저 눈 마주치고 귀기울이는 수밖에 없다.
말을 접고, 생각을 접고 기다리다 보면 어느 순간 진심은 툭 튀어나오게 마련이다.
그 어떤 잘난척도, 고고한 충고도 진짜 위로는 될 수 없다.
위로란, 진심이 나누어지는 순간 이루어지는 법이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다면, 그저 바라보고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9화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中 ‘칠봉 나레이션’>
세상 모든 마지막이 가슴 아픈 이유는
그렇게 실감하지 못한 채 흘려 보낸 아쉬움 때문일지도 모른다.
스무살
우린 새로운 도전에 가슴 뛰고 있었고
마음은 뜨겁고, 두려움은 없었다.
스무살만이 가질 수 있는 그 설렘과 뜨거움과 겁 없음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도 모른채, 그렇게 스무살의 마지막 계절을 보내고 있었다.
<10화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中 ‘나정 나레이션’>
사랑도 인생도 어쩌면 야구를 닮았다.
숱한 위기 상황이 닥쳐도, 제 아무리 피해가려 애써봐도
결국 누군가와 승부를 내야만 경기가 끝이 난다.
짝사랑
가슴을 앓고, 머리를 싸매도
어차피 혼자 하는 사랑에 다른 방법이란 없다.
사랑을 얻든, 무심히 차이든
짝사랑을 끝내고 싶다면, 유일한 방법은 고백뿐이다.
정면으로 승부한 뒤에야 끝이 난다.
사랑이란 어쩌면 야구를 닮았다.
그리고...
그리고,
세상은 넓고, 라이벌은 많다.
사랑이란 어쩌면 야구를 닮았다.
<11화 짝사랑을 끝내는 단 한가지 방법 中 ‘쓰레기 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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