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환, 아침에당신이 보고 있는 강물빛과당신의 눈빛 사이를 무어라 이름 지을 것인가시간의 저 끝에 있는 당신과이 끝에 있는 나 사이는 어떻게 이름 부를 것인가고요에다 발을 딛는 때가 있다고요에다 손을 짚는 때가 있다머뭇거리며 딛는 고요와수그리고 짚는 고요 사이로 온몸을 디밀었으니지금, 내 몸에 어리는 햇살의 무늬를어떤 착한 말로 읽어내야 할 것인가나뭇잎과 나뭇잎의 그림자 사이를나뭇잎이 나뭇잎의 그림자가 되는 사이라 읽으니한 나무는 다른 나무 쪽으로 가지를 뻗고다른 나무는 한 나무 쪽으로 가지를 뻗어서두 나무는 서로 어깨를 짚어주는 사이라 읽으니나희덕, 또 나뭇잎 하나가그간 괴로움을 덮어보려고너무 많은 나뭇잎을 가져다 썼습니다나무의 헐벗음은 그래서입니다새소리가 드물어진 것도 그래서입니다허나 시멘트 바닥의 이 비천함을어찌 마른 나뭇잎으로 다 가릴 수 있겠습니까그런데도 내 입술은 자꾸만 달싹여나뭇잎들을, 새소리들을 데려오려 합니다또 나뭇잎 하나가 내 발등에 떨어집니다목소리 잃은 새가 저만치 날아갑니다이성선, 사랑하는 별 하나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될 수 있을까외로워 쳐다보면눈 마주쳐 마음 비춰 주는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세상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가슴에 화안히 안기어눈물짓듯 웃어주는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별 하나를 갖고 싶다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우러러 쳐다보면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길을 비추어 주는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박재화, 사람이 위안이다살다 보면사람에 무너지는 날 있다사람에 다치는 날 있다그런 날엔혼자서 산엘 오른다해거름까지 오른다오르다 보면작은 묏새무리 언덕을 넘나든다그 서슬에 들찔레 흔들리고개미떼 숨죽이는 것 보인다그림자 없이 내려오는 숲속순한 짐승들어깨 비비는 소리 가득하여사람에 무너지는 날에도사람은 그립고사람에 다치는 날에도사람은 위안이다문정희, 가을편지그대 떠나간 후나의 가을은조금만 건드려도우수수 몸을 떨었다못다한 말못다한 노래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머잖아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기억만 남아벼 베고 난 빈 들녘고즈넉한볏단처럼 놓이리라사랑한다는 것은조용히 물이 드는 것아무에게도 말 못하고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가장 깊은 살속에담아가는 것이지그대 떠나간 후나의 가을은조금만 건드려도우수수 옷을 벗었다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