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도 저를 버리지 않는 풀들이 있고모든 것이 불타버린 숲에서도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 나무가 있다화산재에 덮이고 용암에 녹는 산기슭에도살아서 재를 털며 돌아오는 벌레와 짐승이 있다내가 나를 버리면 거기 아무도 없지만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으면어느 곳에서나 함께 있는 것들이 있다돌무더기에 덮여 메말라버린 골짜기에다시 물이 고이고 물줄기를 만들어 흘러간다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는다면폐허 이후/도종환길을 다 하여 먼 날, 우리 서로 같이 있지 못해도그 눈 나를 찾으면 그 속에 내가 있으리목숨 다 하여 먼 날, 우리 서로 같이 있지 못해도그 생각 나를 찾으면 그 속에 내가 있으리곁에 없어도/조병화이 세상이 쓸쓸하여 들판에 꽃이 핍니다하늘도 허전하여 허공에 새들을 날립니다이 세상이 쓸쓸하여 사랑하는 이의이름을 유리창에 썼다가 지우고허전하고 허전하여 뜰에 나와 노래를 부릅니다산다는 게 생각할수록 슬픈 일이어서파도는 그치지 않고 제 몸을 몰아다가 바위에 던지고천 권의 책을 읽어도 쓸쓸한 일에서 벗어날 수 없어깊은 밤 잠들지 못하고 글 한 줄을 씁니다사람들도 쓸쓸하고 쓸쓸하여 사랑을 하고이 세상 가득 그대를 향해 눈이 내립니다쓸쓸한 세상/도종환희망찬 사람은그 자신이 희망이다.길 찾는 사람은그 자신이 새 길이다.참 좋은 사람은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사람 속에 들어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다시사람만이 희망이다.다시/박노해로마 병사들은 소금 월급을 받았다소금을 얻기 위해 한 달을 싸웠고소금으로 한달을 살았다나는 소금 병정한 달 동안 몸 안의 소금기를 내주고월급을 받는다소금 방패를 들고굵은 소금 밭에서넘어지지 않으려 버틴다소금기를 더 잘 씻어내기 위하여한달은 절어 있었다울지마라눈물이 너의 몸을 녹일 것이니소금시/윤성학같은 바람에도돛이 바라보는 방향을 따라한 척의 배는 동쪽을 향하고또 한 척의 배는 서쪽으로 향한다행로를 결정하는 것이바람은 아니다운명 또한 바닷바람 같아라평온한 운명이거나 소란한 운명이거나영혼이 바라보는 방향을 따라인생의 행로가 나뉘는 구나같은 바람에도/엘라 휠러 윌콕스너는 삶이 아파서 어찌 했더냐세상이 아프고 힘겨울 때 무엇이었더냐반응이 없는 하늘을 향해 대갈하고눈 부릅뜬 채 새벽을 맞이했더냐어둠속에서 모반에 떨다가 재만 남았더냐하고 싶다 라는 말 대신피끓는 시 한편 남겨놓았더냐시인으로서 카랑카랑하게제대로 된 화두 하나 던져 놓았더냐풀리지 않는 매듭을 보면너는 어떠냐, 나는 무섭다행동하지 않고 입만 나불거리는너와 내가 늘 무섭다너는 아프냐, 나는 무섭다/임영준먼 훗날은 그냥 멀리에 있는 줄만 알았어요.근데 벌써 여기까지 와버렸잖아요.끌림/이병률울지 말게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날마다 어둠 아래 누워 뒤척이다아침이 오면,개똥같은 희망 하나 가슴에 품고다시 문을 나서지바람이 차다고고단한 잠에서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고집으로 되돌아오는 사람이 있을까산다는 건 만만치 않을 거라네아차 하는 사이에몸도 마음도 망가지기 십상이지화투판 끗발처럼어쩌다 좋은 날도 있긴 하겠지만그거야 그 때 뿐이지어느 날 큰 비가 올지그 비에 뭐가 무너지고뭐가 떠내려 갈지 누가 알겠나그래도 세상은 꿈꾸는 이들의 것이지개똥같은 희망이라도 하나 품고 사는 건행복한 거야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사는 삶은얼마나 불쌍한가자, 한잔 들게나되는 게 없다고 이놈의 세상되는게 하나도 없다고술에 코 박고 우는 친구야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이외수꽃바람 들었답니다.꽃잎처럼 가벼워져서 걸어요.뒤꿈치를 살짝 들고 꽃잎이 밟힐까새싹이 밟힐까 사뿐사뿐 걸어요.봄이 나를 데리고 바람처럼 돌아다녀요.나는, 새가 되어 날아요.꽃잎이 되어, 바람이 되어나는 날아요, 당신께 날아가요.나는, 꽃바람 들었답니다.당신이 바람 넣었어요.봄봄봄 그리고 봄/김용택아이들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 극락이구나.아버지/고은바람이 오면오는 대로 두었다가가게 하세요그리움이 오면오는 대로 두었다가가게 하세요아픔도 오겠지요머물러 살겠지요살다간 가겠지요세월도 그렇게왔다간 갈 거에요가도록 그냥 두세요그리움이 오면/도종환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저 안에 태풍 몇 개저 안에 천둥 몇 개저 안에 벼락 몇 개저게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저 안에 땡볕 두어 달저 안에 초승달 몇 날대추 한 알/장석주숲에 들어가서야 알았다나무와 나무가 모여 숲이 된다는 것을작은 나무 몇이 서는아름드리나무 혼자서는절대숲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숲 밖에서는 몰랐다동구에 서서 한철 동안푸른 그늘 넓게 펴도천년을 풍광의 배경이 된다할지라도혼자 서 있는 나무는숲이라 불러주지 않는다. 그저한 그루의 나무일 뿐.숲이 되지 못한 나무가슴에 귀를 대고속울음소리 듣고서 숲을 생각했다숲이 그리워슾이 되고 싶어 울고 있는한 그루의 나무를 보고 그때서야 알았다.숲이 되지 못한 나무/정성주죽을 때까지 사람은땅을 제것인 것처럼 사고 팔지만하늘은 사들이거나 팔려고 내놓지 않는다하늘을 손대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사람들은 아직 순수하다하늘에 깔려있는 별들마저사람들이 뒷거래 하지 않는 걸 보면이 세상 사람들은아직도 순수하다아직도 사람은 순수하다/김종해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