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순, 그렇게 말할 거에요힘들 줄 알면서 왜 그랬냐 물으면당신이 그러라 해서라 말하지 않고당신이 기뻐해서라 말할 거예요아플 줄 알면서 왜 그랬냐 물으면당신이 원해서라 말하지 않고당신이 즐거워해서라 말할 거예요손해인 줄 알면서 왜 그랬냐 물으면당신 때문이라 말하지 않고당신을 위해서라 말할 거예요그럴 줄 알면서 왜 그랬냐 물으면그저 그저 당신 위해서라 말하고당신 위한 거가 곧 나를 위한 거라 말할 거예요세상 끝날 때까지 그렇게 말할 거예요송해월, 사람, 그 눈물겨운 존재어쩌자는 것인가어느 날느닷없이 들이닥친 비보처럼속수무책으로 건조한 가슴에도사랑은 꽃씨 처럼 날아들고사람들은 저마다제대로의 사랑에 빠지고사랑이 사람을얼마나 외롭게 하는지 잘 알면서도사람은 또 스스로 일어나형벌 같은 외로움의 강으로흔들리며흔들리며 걸어들어간다이생진, 수평선맨 먼저나는 수평선에 눈을 베었다그리고 워럭 달려든 파도에귀를 찢기고그래도 할 말이 있느냐고 묻는다그저 바다만의 세상 하면서당하고 있었다내 눈이 그렇게 유쾌하게베인 적은 없었다내 귀가 그렇게 유쾌하게찢긴 적은 없었다도종환, 사랑은 어떻게 오는가시처럼 오지 않는 건사랑이 아닌지도 몰라가슴을 저미며 오지 않는 건사랑이 아닌지도 몰라눈물 없이 오지 않는 건사랑이 아닌지도 몰라벌판을 지나벌판 가득한 눈발 속 더 지나가슴을 후벼파며 내게 오는 그대여등에 기대어흐느끼며 울고 싶은 그대여눈보라 진눈깨비와 함께 오지 않는 건사랑이 아닌지도 몰라쏟아지는 빗발과 함께 오지 않는 건사랑이 아닌지도 몰라견딜 수 없을만치 고통스럽던 시간을 지나시처럼 오지 않는 건사랑이 아닌지도 몰라박노해, 떨림그에게는 아직도수줍음이 남아 있어그에게는 아직도긴장미가 남아 있어나는 그를 보면 설레는 것이다그에게는 아직도열정이 살아 있어그에게는 아직도첫마음이 살아 있어나는 그 앞에서 떨리는 것이다시간이 흘러도 마르지 않는그 사람의 내밀한 푸르름 앞에서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어먼 저편을 바라보는 그 아득한 눈동자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