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알고싶다] 위험한 초대남 - 소라넷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 上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여성시대 How Do I Love Thee?

한 주의 고단함을 술잔에 털어내며

잠 못 드는 이들로 북적이던 어느 토요일.

술에 취해 흔들리는 발걸음을 추스르며

하나 둘 집으로 향하던 늦은 시각.

보는 이들을 경악케 한 하나의 게시물이 올라온 것은

새벽 2시 반경의 일이었습니다.

마치 누군가에게 암호를 보내듯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운

제목과 함께 올라온 게시물의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현재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여자친구와의 성관계를 권하며

불특정 다수의 남성들을 초대한다는 내용의 엽기적인 글은

가슴을 드러낸 채 쓰러져있는 여성의 사진과 함께였습니다.

곧이어 게시물만큼이나 충격적인 내용의 댓글들이

실시간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게시물이 올라오고 11분 후.

글쓴이는 두 번째 게시물을 올립니다.

이번엔 벌거벗은 여성의 전신을 찍은 사진과 함께였습니다.

일명 초대남으로 선택되기 위한 경쟁은 더욱 뜨거워졌습니다.

늦은 밤이었지만 인터넷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믿기 힘든

이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이는 또 있었습니다.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을지 모르는 위급한 상황.

그녀는 즉시 경찰에 이를 신고했습니다.

게시물을 목격한 이들의 신고전화가

전국 각지에서 쏟아졌습니다.

이 상황이 당황스러운 건 신고를 받은

경찰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분명 신고내용은 집단 성폭행을 모의하는 심각한 상황.

문제는 왕십리라는 지역만이 특정됐을 뿐.

글쓴이가 누군지 구체적인 장소가 어디인지 등에 대한

더 이상의 정보가 없었다는 겁니다.

경찰에 신고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이 처리됐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합니다.

11월 14일 새벽. 많은 이들을 경악케 했던 강간 모의 사건은

그저 누군가가 거짓으로 꾸며낸 자작극이었던 걸까.

그런데 그로부터 정확히 일주일 뒤인 11월 21일 토요일 새벽.

두 개의 게시물이 추가로 올라왔습니다.

초대남을 모집한다는 내용과 함께 얼굴을 가린

여성의 알몸 사진을 올리는 방식 또한 일치했습니다.

각각 다른 닉네임으로 올라온

두 게시물의 초대 장소는 광명과 울산이었습니다.

그녀는 경찰에 신고를 하면서

동시에 글쓴이와의 접촉을 시도했다고 합니다.

계속되는 누군가의 장난일까,

아니면 공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끔찍한 범죄 상황일까.

그런데 이 게시물이 올라오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목격한

사람들은 충격적인 내용 말고도 이들 사이에

또 하나의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고 말합니다.

강간 모의, 초대남, 그리고 소라넷

소라넷의 실체는 무엇이고

그 안에선 대체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2015년의 마지막 취재.

지금부터 시작될 이 이야기는 대한민국의 음습한 그림자.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 상황입니다.

초대남.

여러분 혹시 이 용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으십니까.

술이나 약물에 취해 의식이 없는 상태의 여성을 놓고

인터넷으로 누군가가 이 여성의 의사와 상관없이

성관계를 맺자고 제안을 하면 거기에 동참하길 원하는

지원자를 일컫는 은어가 바로 이 초대남이라고 합니다.

한 편의 인터넷 괴담처럼 느껴지는 이 끔찍한 이야기는

불과 한 달여 전 인터넷 상에

올라온 적이 있는 실제 게시물들 입니다.

지금은 삭제되어 찾아보기 어렵지만

수많은 목격자와 신고자들이

그 게시물들이 존재했음을 우리에게 증언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진짜 있었던 일인지 알고 싶다고 했습니다.

만약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면

이는 너무나 끔찍한 범죄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겐 이를 추적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 하나가 있습니다.

소라넷.

지금 이 방송을 보고 계신 분들 중에서는

인터넷 사이트 소라넷을 아시는 분들도 있고

아마 난생 처음 들어보는 분들도 있으실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이 소라넷은 1999년경에 만들어져 16년동안

지금까지 약 100만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국내 최대의 불법 음란물 사이트입니다.

그간 소라넷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다뤄달라는

시청자들의 제보가 지속적으로 있어왔습니다.

최근에는 강신명 경찰청장이 소라넷 사이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언급을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 소라넷의 정체가 무엇인지

대체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최대한 파헤쳐볼 생각입니다.

오늘 혹시 미성년자 자녀와 함께 TV를 시청하고 계신

부모님들이 계시다면 적절한 시청지도를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지난 한 달에 걸쳐 소라넷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었거나

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분들의 제보를 받았습니다.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수백 수천 번의 망설임 끝에 수화기를 들었다는 첫 번째 제보자.

누구에게도 말 못할 이야기를 카메라 앞에 꺼내놓기까지는

정말 큰 용기가 필요했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호기심으로 들여다 본 남자친구의 휴대전화는

소라넷 사이트에 접속되어 있었습니다.

남자친구가 그저 불법 음란 사이트에서

야한 사진들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

그 순간 낯설지 않은 무언가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는 겁니다.

소라넷에 게시되어있던 알몸 사진들이

다름 아닌 그녀 자신이었다는 겁니다.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이어지는 남자친구의 말은 더욱 충격적이었다고 합니다.

그 일이 있은 후 남자친구와 곧장 헤어졌다는 그녀.

그런데.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휴대전화 번호까지 바꿨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로부터의 연락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불행 중 다행일까. 게시된 사진들의

얼굴은 그나마 가려져 있는 상태.

이마저 공개돼 버릴까봐 그녀는 몹시 불안해하고 있었습니다.

소라넷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법행위들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한 단체의 대표는 소라넷과 관련한 피해는

비단 한 사람만의 일은 아니라고 거듭 강조합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단속을 피해 사이트의 주소격인 도메인을

주기적으로 바꿔가며 운영 중에 있다는 소라넷.

게시물 등 내용을 보기 위해서는

회원가입을 하도록 설정이 되어있습니다.

거짓 신상정보로도 회원가입은 가능했습니다.

대형워터파크의 여자 샤워실과 탈의실을 몰래 찍은 동영상이

어제부터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지고 있습니다.

몰카를 찍은 여성이 검거된 데 이어 이 여성에게

돈을 주고 촬영을 시킨 30대 남성도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지난 8월 워터파크 몰카 사건으로 대한민국 여성들을

충격과 불안에 빠트렸던 일상의 공포, 몰래 카메라.

소라넷 게시물과 관련하여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 또한 바로 이 몰래 카메라입니다.

소라넷에 올라온 게시물 중에는 이름과 연락처 등

개인 신상 정보까지 공개된 노출 사진이나

일상생활 사진들이 상당수 존재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피해자가 돼 있었다는 두 번째 제보자.

지옥은 일상사진과 개인정보가 함께

소라넷에 게시되면서 시작됐다고 했습니다.

하루에도 대여섯 번씩 전화와 문자, SNS로 접촉해오는

이들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는 그녀.

신상정보가 공개된 것만큼이나 충격적인 것은 또 있었습니다.

누가 글을 올렸는지 또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을 쏟아내는

이들이 누군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없었습니다.

동의 없이 촬영되고 또 동의 없이 공개되는 게시물들은

피해자의 삶과 인격을 철저히 무너뜨리고 있었습니다.

이런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이들은 대체 누굴까.

취재 중에도 소라넷에 관련된 사건들은

다양한 형태로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3주 째 소라넷에 관한 제보가 나가던 밤 12시가 넘은 시각.

예상치 못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는 자신을 스무 살 때부터 지금까지 무려 15년간

소라넷을 이용해온 회원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닉네임 야노.

자칭 소라넷의 베스트 작가라는

그는 우리에게 어떤 말을 꺼낼까.

초대남과 더불어 이 소라넷에서 자주 쓰이는

또 하나의 은어가 있습니다.

바로 작가입니다.

작가는 소라넷 사이트에

실제 게시물을 올리는 게시자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앞서 본 강간 모의 글이나

몰래 카메라, 혹은 헤어진 애인의 개인적인 사진과 동영상을

동의 없이 유포하는 일명 리벤지 포르노를

올리는 이들을 자신들끼리는 작가라고 부른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들이 하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입니다.

이와 관련한 법 조항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공공연하게

배포, 전시한 자는 성폭력관련 특례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촬영 대상자의 동의를 받은 촬영물이어도

무단으로 게시하는 경우에는 처벌 대상이 됩니다.

상대방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등의 행위

또한 정보통신 관련 법률에 의해 처벌될 수가 있습니다.

소라넷에서 벌어지는 행위들은 특히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범죄가 일어나는 점,

또 인터넷의 특성상 그 피해 사실이 널리 퍼지고

완벽하게 삭제되지 않아

피해자가 받는 고통이 더욱 크다는 점 등에서

매우 악질적이라고 범죄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그런데요.

어찌된 일인지 이 모든 범죄 행위들이 소라넷 안에서는

버젓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대체 그 이유는 뭘까요.

소라넷의 베스트 작가라는 닉네임 야노.

그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어봐야겠습니다.

작가 인증 후 자신처럼 베스트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고 그는 말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으뜸으로 쳐 주는 게시물이 있다고 했습니다.

초대남으로 강간 모의에 참여했을 뿐만이 아니라

실제 초대를 해 본 경험까지 있다는 남자.

그에 관련된 이야기는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여성의 사진을 찍어 올리기 전에

꼭 해야 하는 일이 있다고도 했습니다.

자신의 게시물을 보고 이곳으로 찾아올 초대남들을 위해

문이 잠기지 않도록 열어두는 것 또한 잊지 않습니다.

그의 말은 대체 어디까지가 진실인걸까.

우리는 소라넷에 올라온 게시물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는

세 번째 피해자를 만나 또 다른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 속 배경이 된 숙박업소의 이름과 몸의 특징 등으로

사진 속 벌거벗은 여인이 자신이라는

끔찍한 사실과 마주하게 됐다는 그녀.

교제했던 남성이 헤어진 후 올린 것으로

추측을 하고 경찰서를 찾았지만

증거가 부족해 어떠한 법적 조치도 취할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지우고 넘기기에는 너무도 큰 상처.

그 모든 비극의 시작은 소라넷이었습니다.

[권앶]

진짜 답이 없다

[JIN(러블리즈)]

진짜...... 진짜 말이 안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