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눈을 쓸었다모처럼 흐벅진 눈을 쓸면서마음속의 길이 좀 더헐거워졌다는 생각을 해 본다그 길로 오래 잊었던, 그리운사람이라도 웃으며 왔으면 좋겠다어디선 듯 아릿한 양파봄내음이 나는 것도 같다최옥, 내 삶의 등대 하나그대 있는 자리가등대라고 생각했지그대가 어디 있든내가 어디 있든환한 빛이 날 빈틈없이비출 거라 믿었어내가 있는 자리가어둠 구덩이라도난 두렵지 않았어언제든 그대가닿을 수 있을 만큼의거리라고 생각 했거든등대라는 이름으로그대를 사랑했고사랑은 생각만으로도깊어지는 것오늘도그대 있는 곳으로부터내 삶의 등대에불이 들어온다임선기, 아침 눈을 보며내 마음아낮은 곳으로 가자낮은 곳숨소리 들리는 곳골짜기 아래물소리들나뭇잎처럼낮은 곳으로 가자오늘은 저렇게눈이 내린다아무도 모르게 고요히눈이 내린다김후란, 사과를 고르다사과는 우주를 안고 있다실팍하게 응집된 속살을 깨문다향기가 우주 밖으로 튄다사과 중에도 잘생긴사과를 고른다이리 뒤적 저리 뒤적건드린다사과가 몸살을 앓는다나 다쳐요파르르 소리친다그래 내가 틀렸다 너희들 모두맛있는 사과다일그러진 사과도 태양을 안고 있다상처 많은 나도가슴에 태양 하나 품고 살듯이안영애, 눈 오는 날의 오후눈 오는 날의 텅 빈 오후를그대는 아는가외로움이 휘장처럼 몸을 감싸고혼자마시는 진한 커피는가슴을 녹인다휘청거리는 여인의 진실은이상과 현실 속에서너를 향한 욕망으로뚝 뚝 떨어져붉은 동백꽃이 되고텅 빈 오후 낭자하게흩날리는 꽃잎들 눈송이들을혀 끝으로 받으며엉킨 발걸음이 나를 눕게 한다잿빛 하늘당신을 향하여 부르짖던사랑한다는 말들이보고 싶다는 말들이꽃잎처럼 내려와 내 몸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