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무 생각 없고,당신만 그냥 많이 보고 싶습니다.푸른하늘/김용택잠시 훔쳐온 불꽃이었지만그 온기를 쬐고 있는 동안만은세상 시름, 두려움도 잊고따뜻했었다고맙다네가 내게 해준 모든 것에 대해주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도옛날의 불꽃/최영미사람을 만날 때마다뭔가 스치듯 베어짐을 느낍니다.아픔을 모르는 채종이 모서리에 베어지는 것 말입니다.그 것이 모르는 사이에 아물기도 하고덧나기도 하는데평생을 두고 한 사람으로 그런다면그것도 행복이라 느껴지지만,이러는 자신을 견딜 때마다.아직도 제대로 익지 않음을 생각합니다.다치는 만큼나도 빳빳이 세어진 모서리로다른 이의 가슴을 벨 테니까요.내가 두렵습니다.사람이 두렵습니다/지영희나사못 하나가기관차를 달리게도 하고 멈추게도 한다.나사못이 기관차를 끌고 간다.이 세상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 사물은 하나도 없다.이 세상에 버릴 것은 하나도 없다.버릴 것 하나도 없으니/안도현기쁨이라는 것은 언제나 잠시뿐, 돌아서고 나면험난한 구비가 다시 펼쳐져 있는 이 인생의 길삶이 막막함으로 다가와 주체할 수 없이 울적할 때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 구석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자신의 존재가 한낱 가랑잎처럼 힘없이 팔랑거릴 때그러나 그런 때일수록 나는 더욱 소망한다.그것들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화사한 꽃밭을 일구어 낼 수 있기를.나중에 알찬 열매만 맺을 수만 있다면지금 당장 꽃이 아니라고 슬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中/이정하생각의 끝에는 졸음이 오고그리움의 끝에는 잊음이 오나니,그대여, 말을 말아라, 이후부터,우리는 옛낯 없는 설움을 모르리.옛낯/김소월아무 뜻도 없이 흐르는 강이 어디 있으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너를 기다리는 시간에도나에게서 너에게로억겁의 강물이 흐른다 무슨 말을 하랴말로는 내 마음 다 전할 수 없어쳐다보고눈 맞추고웃을 때또 내게서 너에게로 청청한 강물이 흐른다강물이 흐른다/임효림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는 나그렇다면 너는 바람이었을까?정체/원태연이것도 사랑이라고 꽃이 피는구나이것도 이별이라고 꽃이 지는구나이것도 인연이라고 흔적이 남는구나잠시 머무른 자리가 참 고요하구나 나비가 앉았던 자리/한옥순하늘에는 달이 없고 땅에는 바람이 없습니다사람들은 소리가 없고 나는 마음이 없습니다 우주는 죽음인가요인생은 잠인가요 한 가닥은 눈썹에 걸치고 한 가닥은 작은 별에 걸쳤던 님생각의 금실은 살살살 걷힙니다한 손에는 황금의 탈을 들고 한 손으로 천국의 꽃을 꺾던환상의 여왕도 그림자를 감추었습니다아아 님 생각의 금실과 환상의 여왕이 두 손을 마주잡고눈물의 속에서 정사(情死)한 줄이야 누가 알아요 우주는 죽음인가요인생은 눈물인가요인생이 눈물이면죽음은 사랑인가요고적한 밤/한용운당신은 왜 나를 열어놓고 혼자 가는가열쇠/김혜순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