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비망록남을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되고 말았다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밤이면 고요히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사랑하는 사람아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박노해, 너의 하늘을 보아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네가 가야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네가 꽃 피워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생각하는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때는가만히네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백은하, 풀밭몸이 힘든 건 참아도마음이 힘든 건 참지 말라 하더라 머리로 참아야 하는 건 견뎌도가슴에서 우는 건 누르지 말라 하더라 착하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게 때로 독이라고자신에게도 상대에게도 독이 된다 하더라 오히려 정직한 편이 당장은 힘들어도서로에게 유익이라 하더라 가슴에 깊은 호수가 생기기 전에끝도 볼 수 없는 우물이 생기기 전에마음에 비가 오거든 그대로감추지 말고 투닥투닥, 첨벙첨벙,시끄럽도록 내버려두고희로애락 비켜가려 하지 말고제발 웃는 척 좀 그만 해라, 하더라 너 있는 그대로 아름다우니화내는 것도 우는 것도 짜증내는 것도 아름다우니제발 착한 척 좀 그만 해라, 하더라유희경, 꿈속에서잠든 것들이 거리로 나갔다긴 소매들은 소매를 접었다 입김이 남아 있는 창문불이 꺼지지 않는 들판날아오르는 바람과걸어 다니는 발자국들 가슴만 한 신음을 낳고누군가 밤새 울었다 부드럽게 안아주었다안겨 있는 나를 보았다하얗게 빛이 났다나머지는 어두웠으므로 비명 같은 내가빈 종이 되었다김이강, 서울, 또는 잠시채식주의자처럼맨발일 때가 좋지 광화문에서 내렸고서대문까지 걸었다이렇게 문을 사이로 걸어도성의 윤곽은 알 수 없는 일한 언어를 터득하기 위해사람들이 살다가 죽을까 당신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목구멍에 침묵을 걸었는데그런 건 위로가 아니었을지도 몰라 모든 것이 순조롭게 끝나는상한 맛이 나는 영화였다 인사동을 돌아서 천변으로 걸었다오래전엔 여기 어디쯤에서술에 취한 김수영이 밤거리를 건넜을까조금 더 걸어가면이상이 차렸다던 이상한 다방이 있을 것이다 극장에서부터 우연히 앞서 걷던 여학생 둘이서 열띤 토론을 한다이 영화는 던져놓은 미끼를 회수하지 않았어 정말이라니까급하게 판을 접었지, 응 급하게 접었다니까 제작비가 부족했을까그게 스타일일 거야 아, 그런가 그렇다니까 신경증일 수도 있어 일종의,아, 그런가 안녕, 아가씨들당신들의 치아 사이로 바람이 조율되고 있구나 퇴근 행렬이 길어진다남산으로 가서 돈가스를 먹어도 좋겠다고 생각한다언젠가는 이 세상에서친구의 집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이 멸종해버릴 것이다 내 신발이 엄청나게 자라고 있다돈가스를 먹지 못했다자전거도 없는데 내 친구의 집은 너무 멀기 때문에 걸었던 길들을 접어서 가방 속에 넣었다가방을 어깨에 걸었다 걸었던 마음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일당신의 윤곽이란 이런 것일까 신발이 필요해당신에겐 정말로 신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