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닷컴] 가요계에서 중소기획사들이 키워낸 걸그룹들이 잇따라 열풍을 일으키면서, 향후 이들의 경쟁 역시 쉽게 판단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 26일 생방송 SBS '인기가요'에서 5인조 걸그룹 포미닛 (4minute)이 두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뮤직’(Muzik)으로 데뷔 세 달만에 가요계 정상에 올랐다. 특히 이날 '뮤티즌 송' 후보로는 지드래곤, 카라, 김태우, 테이 등 쟁쟁한 선배 가수들이 포진했었지만, 결국 트로피는 최연소 후보인 포미닛에게 돌아간 셈이다.
이들에 앞서 여름 가요계는 라운아이드걸스 (이하 브아걸)이 '아브라카다브라'로 평정했다. 당시 수익만도 100억원에 웃돌 것이란 예상이 나왔고, 이들이 선보인 '시건방춤'은 많은 이들이 따라하기까지 했다.
이들 두 걸그룹의 성공은 단순히 이들만의 성공이라 보기 어렵다. 가요계가 대형기획사인 SM-JYP-YG가 댄스 음악을 독점하다시피하며, 동시에 이들이 배출해 낸 걸그룹들은 데뷔하자마자 방송의 전폭적인 지원을 얻는다. 2NE1이 데뷔 후 신인에 걸맞지 않게 SBS로부터 '특혜'에 가까운 지원으로 '인기가요' 무대에 선 것이 그러하며, f(x)역시 음악방송에서 신인으로서는 얻기 힘들게 '인트로'와 타이틀곡 '라차타'(LA chAa TA)를 선보였다. 당시 실력있는 신인이기에 그만큼의 무대 배당도 가능하다는 의견도 제기되었지만, YG나 SM 소속이라는 점때문에 이같은 무대가 가능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브아걸과 포미닛의 활약은 눈에 띌 수 밖에 없다. 물론 각각의 경우는 조금 다를 수 있다. 브아걸의 경우에는 신인이라기보다는 이미 앞서 많은 히트곡을 배출한 중견 '걸그룹'이다. 그러나 올해 소녀시대, 티아라, 2NE1, 카라, 애프터스쿨, f(x) 등은 물론 '어덜트 그룹'이라 할 수 있는 쥬얼리나 LPG 등까지 따지면 그 경쟁을 치열할 수 밖에 없는 시점에서 이들은 여름 가요계를 평정한 것이다.
포미닛의 경우에는 걸그룹 전쟁이 어느 정도 수그러든 상황이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눈길을 끈다. 첫째는 발라드 계정을 맞이해 김태우, 박효신, 테이 등 막강 발라드 선배들이 포진한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걸그룹 전쟁에서 버텨왔다는 점이다. 비록 원더걸스 멤버였던 현아가 들어가 있기는 했지만, 쉽게 등장했다가 쉽게 사라지는 가요계 풍토에서 두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으로 1위를 차지하기란 쉽지 않다.
이때문에 향후 각 대형기획사들이 대표 '걸그룹' 주자격인 소녀시대(SM)-원더걸스(JYP)-2NE1(YG)을 내세워 걸그룹 지분을 싹슬이하기에는 쉽지 않을 듯 싶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2NE1이 데뷔하자마자 눈길을 끌었던 이유는 비슷비슷한 걸그룹들에게 식상해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2NE1에 이어 포미닛과 f(x)이 파워 신인 '걸그룹'으로 등장해 결국 이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대중들에게 질릴 수 있다"며 "'걸그룹' 자체를 대체할 대중 가요계의 또다른 영역이 생기지 않는 이상, 고만고만한 '걸그룹'들이 계속 등장하면서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대형기획사가 아무리 마케팅으로 밀어붙힌다고 해도 '걸그룹' 경쟁 속도를 따라붙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혔다.
/ 유명준 기자 [email protected] 팀블로그 http://comm.blo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