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손을 잡는 순간
시간은 체온 같았다
오른손과 왼손의 온도가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손을 놓았다
가장 잘한 일과
가장 후회되는 일은
다르지 않았다
장승리 / 체온

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냐? 네가 말해 봐.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전화 한다고 했으면 전화해줘.
..... 뭐?
전화를 하겠다고 하고선 전화를 못 받고 몇 시간이 지나면 나는 그대로 죽는 거 같아.
알아? 벨이 잘못 놓였나, 들었다 놔보고 혹시 벨소리를 듣지 못하게 될까봐 소리나는 일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한번은 어쨌는 줄 알어?
전화를 기다리는데 오로지 전화 벨 소리를 기다리는데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그래서 냉장고 플러그를 빼 놓았지.
너를 기다리는 동안은 다른 일은 조금도 할 수가 없어.
벨이 울렸는데 네가 아니면 너무나 낙담을 해서 전화를 한 사람을 경멸하고 싶은 심정이야.
난 그래.
그렇게 되어버렸어. 난 그렇게 되어버렸지.
너에 의해 죽고 싶고 너에 의해 살고 싶게 되어버렸지.
신경숙 / 소설 깊은 슬픔 중

그대는 꽃이라 10년이면 10번 변하겠지만
나는 나무 같아서 그 10년, 내 속에 둥근 나이테로만 남기고 말겠다.
타는 가슴이야 내가 알아서 할테니
길가는 동안 내가 지치지 않게 그대의 꽃향기 잃지 않으면 고맙겠다.
이수동 / 동행

아, 껴안고 싶은 밤이다
아니다, 버리고 싶은 밤이다
홍영철 / 홍초가 보고싶어 중

내가 사랑했다
그대 목젖을 울리며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을
그대 느닷없는 웃음도 한참 동안의 울음도
기발한 농담도 기어드는 한숨도
하품도 재채기도 마른 기침까지도
다 사랑했다 정인이여
내가 사랑했었다 눈뜬 채
이제 막 숨 멎은 그대여
고개를 외로 튼 그대여
이승하 / 이별가 중

나는 연필이었고,
그래서 흑심을 품고 있었다
당신 마음에 좋아해요 라고 쓰고 싶었지
김연수 / 소설 세계의 여자친구 중

그대가 꺾어준 꽃,
시들 때 까지 들여다 보았네
그대가 남기고 간 시든 꽃,
다시 필 때 까지
이윤학 / 첫사랑

아픈데는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없다, 라고 말하는 순간 말과 말사이의 삶들이 아프기 시작했다
물소리가 사무치게 끼어들었다
이병률 / 눈사람 여관

너 죽은 후에도 노을은 저렇게 붉고 아름다울 것이다.
무심하게,
다만 무심하게
권혁웅 / 너 죽은 후에도 노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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