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영, 너의 목소리너를 꿈꾼 밤문득 인기척에 잠이 깨었다문턱에 귀대고 엿들을 땐거기 아무도 없었는데베개 고쳐 누우면지척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나뭇가지 스치는 소매깃 소리네가 왔구나산 넘고 물 지나해 지지 않는 누런 서역 땅에서나직이 신발 끌고 와 다정히 부르는 목소리오냐 오냐안쓰런 마음은 만릿길인데황망히 문을 열고 뛰쳐나가면내리는 가랑비후두둑 김종원, 기억에 마음을 묻는다하나 그리고 둘기억들은 마치 바람처럼그저 스쳤던 바람처럼스칠때는 그렇게 절실하더만지나고 나면한낱 바람이었다네 가슴에내 얼굴을 묻고네 마음에 내 마음을 묻으려했지만넌 내 얼굴은 받아주었지만끝내내 마음은 묻지 못하게 했던 너무슨 이유인가날 받아주지 않은 너이제날 받아주지 않는 널생각하며우린 이제이미 모른채 살아가지만다 끝난 후라지만너의 마음에 묻지 못한 내 맘을너의 기억에라도 한 번 묻어본다한옥순, 나비가 앉았던 자리이것도 사랑이라고 꽃이 피는구나이것도 이별이라고 꽃이 지는구나이것도 인연이라고 흔적이 남는구나잠시 머무른 자리가 참 고요하구나김용택, 밝은 날되돌아올 자리도가서 숨을 곳도 없이미친 채로 떠도는너무 청명한 날해가 무겁다윤준경, 사랑할 때는사랑할 때는불도 끄지 못했네사랑할 때는잠도 들지 못했네사랑할 때는꽃도 못보고사랑밖에는 아무것도못했네사랑 엎지를까 봐모로 눕지도 못했네뒤도 돌아보지 못했네그대만 보고 가다가넘어진 줄도 몰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