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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0년 전 (2016/3/30) 게시물이에요

아이돌이 MBC [아이돌스타 육상 씨름 풋살 양궁 선수권대회](이하 [아육대])에 출연하는 데는 많은 각오가 필요하다. 아이돌이 모이는 체육대회라는 프로그램 특성상 매번 크고 작은 부상 소식이 들려오는 것은 물론, 양궁 같은 종목에 출전하려면 연습 시간까지 따로 빼야 한다. 한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 A씨는 “스케줄을 조율해서 시간이 빌 때 잠깐씩 배우고 오는 형식으로 (연습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오전부터 시작해 이틀간 하루 종일 녹화를 진행하는 [아육대]의 특성상 개인 스케줄이 겹치면 녹화 중간에 다른 스케줄을 다녀오는 것은 물론이다. 게다가 출연에 필요한 경제적 부담은 고스란히 기획사가 책임져야 할 몫이다. MBC가 출연하는 아이돌에게 지급하는 출연료는 팀당 30~50만 원 선으로 알려졌다. 반면 프로그램 출연을 위한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 스태프들의 인건비 등은 다른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 B씨에 따르면 “한 번 움직이는 데 몇백만 원 정도”다. 최근에는 회사 측에서 [아육대]를 보러 온 팬들에게 도시락을 전달하는 ‘역조공’ 문화도 생기면서, 50~100명 정도의 팬들에게 최소 수십만 원을 쓰며 도시락을 전달하기도 한다.

[아육대] 는 왜 사라지지 않을까 | 인스티즈

그러나 회사 측에서는 [아육대] 출연을 거부할 수 없다. A씨는 “일부라도 신인들에게는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명절에 시청률이 잘 나오는 프로그램 중 하나고, 범대중적인 면에서 도움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데뷔 이후 출연할 프로그램을 찾기 힘든 신인이라면, [아육대]처럼 시청률이 보장되면서 짧은 순간이나마 부각될 기회가 있는 프로그램은 드물다. 좋은 곡이나 의상, 무대는 상당 부분 자본이 투입된 만큼의 결과가 나는 반면 [아육대]에서는 달리기만 잘하면 1등을 할 수 있다. [아육대] 1회에서 육상 1등을 하며 인지도가 대폭 상승한 씨스타의 보라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런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2015년 추석특집 [아육대] 여자 60M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것은 ‘구사인볼트’ 구하라와 달샤벳 가은의 대결이었고, 우승 역시 육상 종목 6연패를 달성한 가은이었다. 신인인 러블리즈의 예인이 1위를 한 60M 예선에서 중계진이 주목한 것은 한선화였고, 오마이걸의 비니와 소나무의 디에나 역시 예선 1위의 성적을 거뒀음에도 카메라에 제대로 잡히지 못했다. 

“데뷔 연차가 오래되었다고 점잔빼지 않으며 지루해하거나 따분해하지 않겠습니다.” 지난 2015년 추석특집 [아육대]가 아이돌에게 읽게 한 선서문은 [아육대]의 현재를 보여준다. 인기 아이돌에게는 출연하기 부담스러운 프로그램이 됐고, 신인들은 열심히 하지만 이전보다 주목받을 기회가 줄어들었다. B씨는 “인기 있는 팀은 나가지 않으려 하고 신인들은 나가려고 하는” 프로그램이라는 말로 [아육대]를 정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인 시절부터 [아육대]에 꾸준히 출연한 아이돌 그룹이 인기를 얻은 이후 [아육대]에 갑자기 출연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 C씨는 “대부분의 회사는 여러 가수를 활동시키는데, 방송사에서 신경 쓰는 프로그램에 인기 아이돌을 출연시키지 않는 것은 부담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출연하는 쪽은 금전적인 이득도, 인기를 올릴 기회도 별로 없다. 반면 방송사는 아이돌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체육대회를 열면 명절 특집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다투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올해 설에는 SBS에서 [사장님이 보고 있다]라는 제목의 ‘아이돌 생존쇼’를 선보인다. 15개 소속사, 120여 명의 아이돌이 출연해 소속사 사장 앞에서 1등이 되기 위한 ‘필사의 사투‘를 벌이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아육대]가 성공했으니 다른 방송사에서도 같은 방식의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주최자보다 출연하는 쪽이 더 큰 부담을 갖고, 결국 몸을 직접 움직여야 하는 이들이 모든 것을 감당하니 말이다. 심지어 열심히 하겠다는 선서도 시킨다. 올해도 방송사는 명절의 즐거운 예능 프로그램을 위해 가장 말을 잘 들을 수밖에 없는 이들을 쥐어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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